by Ben Lee

나는 애연가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부터 핀 담배다. 많은 고교생들이 그랬듯이 나에게도 담배는 일종의 반항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내 담배를 사랑하게 됐다. 어쩔 도리 없다. 나는 중독적인 모든 것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성격이고, 담배만큼 중독적인 건 흔치가 않으니 말이다. 그러나 담배를 즐기기 참으로 쉽지 않은 시대다. 홍대 앞만 벗어나도 담배를 필 수 있는 카페를 찾기란 하늘에 별따기다. 특히 언제부턴가 이상하게 20~30대 여성 손님들에게만 아양떠는 (게다가 와플은 끔찍하게 맛이 없어진) 요즘의 삼청동 카페들은 대부분 금연 마크를 다윗의 별처럼 문 앞에 달고 있다. 나는 이게 영 아니꼽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옳다. 그러니 삼청동의 약속은 모조리 거절하고 언제나처럼 홍대를 전전하는 수 밖에. 여기까지를 읽으며 “너 같은 흡연자와 같은 카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싶은 마음도 없을 뿐더러 흡연은 전면 금지시키는 게 옳다”고 아니꼬워하는 분이라면 세상은 당신 편이다. 지금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19세 이하 아동청소년이 볼 수 있는 국내외 모든 영화에 음주와 흡연 장면을 넣을 수 없게 된다. 음주와 흡연 장면이 들어가면 무조건 18세 관람가 등급이 된다는 거다. 요건 시작이다. 아마도 한 십년 뒤면 모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이 금지될 테고 어제 산 원피스가 담배 연기에 찌드는 일 없이 홍대 카페에서 유유자적 카페놀이를 즐길 수 있을게다. 그때쯤이면 나를 비롯한 많은 흡연자들은 담배 때문에 죽었을 거다. 폐암으로 절반, 금연법에 항거하는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분노한 비흡연자들과 전경들의 돌팔매를 맞아 절반. 어쨌거나 그건 자유의지로 인한 죽음일테니 썩 나쁘지는 않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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