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집에서 살림만 하던 주부가 어느 날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다. 지금은 톱스타가 된 첫사랑과 재회할 수도 있고, 바람피우는 남편과 헤어진 뒤 자기도 모르던 재능을 살려 사회적 성공을 거둘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여기에 하나의 단서를 붙인다. ‘드라마니까 그렇지’.
하지만 인생이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순간은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때다. 마흔 살 주부 홍선희의 인생역전 로맨스를 그린 MBC 의 문희정 작가가 바로 그랬다. 첼로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던 그는 심심했던 나머지 시어머니가 즐겨 보던 드라마를 따라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신문에 난 작가 협회 교육원 광고를 보신 어머니께서 ‘드라마 보면서 얘기하는 데인가 보다’라고 하셔서, 그냥 노래 교실에 노래 배우러 가는 기분으로 등록을 했어요” 국문학을 전공했거나 각종 수상 경력을 지닌 동기들에 비해 아이들을 좋아해 잠시 탁아소를 운영했던 것과 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상 탄 것 밖에 이력서에 쓸 게 없어 긴장했던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강의를 맡았던 KBS 의 이환경 작가와 SBS 의 송지나 작가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칭찬이 너무 기뻐서 정말 열심히 썼어요. 컴퓨터도 다룰 줄 몰라서 도화지에 줄긋고 손으로. 하하” 딸을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지나 작가의 팀에 합류해 6개월 동안 아이를 맡겨놓고 대전에서 합숙을 했다. 역시 의 팬이었던 시어머니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얼결에’ 작가가 됐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권상우와 최지우를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SBS 을 비롯해 MBC 과 로 주부들을 위한 최고의 판타지를 선사하기도 했으니 그의 인생 또한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인 셈이다. 하지만 우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까 그 때 그 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글 쓰면서 며칠씩 밤을 새고 울기도 하고 코피도 쏟았고. 지금도 대본 쓸 때는 책상 밑에서 자요. 침대에서 자면 오래 잘까 봐.” 그리고 인생에서 작가로 살지 않았던 시간들이 지금 드라마를 쓸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문희정 작가로부터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드라마들에 대해 들었다.SBS
1995년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멜로, 감성, 캐릭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드라마에요. 특히 광주항쟁처럼 사람들이 잘 몰랐던 현실을 던져 놓고 캐릭터를 집어넣어 드라마로 만들어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혜린(고현정)이와 우석(박상원)이 사형당한 태수(최민수)의 유해를 지리산에 가져가 뿌리는데, 혜린은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 걸로 뭐가 해결됐냐고 묻고 우석은 독백을 하죠. “아직은 몰라.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그게 의 마지막 대사인데,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거기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MBC
1997년 연출 최종수 극본 김정수
“최고의 가족 드라마로 손꼽는 작품이에요. 모범생 큰아들 동규(박상원)나 바람둥이 둘째아들 영규(차인표)처럼 어느 집에나 꼭 하나씩 있을 것 같은 자녀들과 부모 얘기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 참 좋았어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중년의 로맨스가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하게 됐는데, 사실 이 작품에 나오는 재천(최불암)-홍여사(박원숙)-계순(이경진)의 삼각관계 로맨스를 뛰어넘을 만큼 코믹하면서도 절절한 느낌을 주는 건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김정수 선생님의 내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 생각하고, 이런 작품을 또 다시 보고 싶어요.”
SBS
1999년 연출 정세호 극본 김수현“김수현 선생님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나 깊이는 정말 놀랍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SBS 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의 아이디어도 에서 얻었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복수하는 걸 꼭 심각하게만 풀어야 할까, 이 얘기를 내 방식대로 코믹하고 발랄하게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재미있는 건, 에서 버림받는 윤희(심은하)의 라이벌 격이었던 부잣집 딸 영주 역을 연기했던 유호정 씨가 에서는 거꾸로 남자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꿈꾸는 미주 역을 연기하게 된 거였죠. 하하.”“리얼한 가족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지금까지 판타지와 극적인 요소가 강한 드라마들을 써왔던 데 비해 문희정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좀 더 리얼한 가족 드라마를 쓰고 싶어 한다. “ 같은, 혹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죠. 하하.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제 드라마를 보고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거창한 사명감이 있어서라기 보단, 힘든 세상에서 제가 시청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즐겁게 해 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엄마의 작품에 ‘강동원 오빠’가 나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 3짜리 딸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열심히 쓸 수밖에 없다며 그가 웃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하지만 인생이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순간은 그런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날 때다. 마흔 살 주부 홍선희의 인생역전 로맨스를 그린 MBC 의 문희정 작가가 바로 그랬다. 첼로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뒤 전업주부로 지내던 그는 심심했던 나머지 시어머니가 즐겨 보던 드라마를 따라 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신문에 난 작가 협회 교육원 광고를 보신 어머니께서 ‘드라마 보면서 얘기하는 데인가 보다’라고 하셔서, 그냥 노래 교실에 노래 배우러 가는 기분으로 등록을 했어요” 국문학을 전공했거나 각종 수상 경력을 지닌 동기들에 비해 아이들을 좋아해 잠시 탁아소를 운영했던 것과 중학교 때 백일장에서 상 탄 것 밖에 이력서에 쓸 게 없어 긴장했던 그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강의를 맡았던 KBS 의 이환경 작가와 SBS 의 송지나 작가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받은 칭찬이 너무 기뻐서 정말 열심히 썼어요. 컴퓨터도 다룰 줄 몰라서 도화지에 줄긋고 손으로. 하하” 딸을 낳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송지나 작가의 팀에 합류해 6개월 동안 아이를 맡겨놓고 대전에서 합숙을 했다. 역시 의 팬이었던 시어머니의 든든한 지원 덕분이었다.
그렇게 그는 ‘얼결에’ 작가가 됐다. 시청률 40%를 넘나들며 권상우와 최지우를 한류 스타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SBS 을 비롯해 MBC 과 로 주부들을 위한 최고의 판타지를 선사하기도 했으니 그의 인생 또한 또 하나의 신데렐라 스토리인 셈이다. 하지만 우연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돌이켜 보니까 그 때 그 때마다 정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글 쓰면서 며칠씩 밤을 새고 울기도 하고 코피도 쏟았고. 지금도 대본 쓸 때는 책상 밑에서 자요. 침대에서 자면 오래 잘까 봐.” 그리고 인생에서 작가로 살지 않았던 시간들이 지금 드라마를 쓸 수 있게 하는 힘이라는 문희정 작가로부터 몇 번이고 다시 보게 되는 드라마들에 대해 들었다.SBS
1995년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멜로, 감성, 캐릭터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완벽한 드라마에요. 특히 광주항쟁처럼 사람들이 잘 몰랐던 현실을 던져 놓고 캐릭터를 집어넣어 드라마로 만들어냈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에서 혜린(고현정)이와 우석(박상원)이 사형당한 태수(최민수)의 유해를 지리산에 가져가 뿌리는데, 혜린은 이 사람 이렇게 보내는 걸로 뭐가 해결됐냐고 묻고 우석은 독백을 하죠. “아직은 몰라. 그럼 언제쯤이냐고 친구는 묻는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어쩌면, 끝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다고, 먼저 간 친구는 말했다. ‘그 다음이 문제야. 그러고 난 다음에 어떻게 사는지’ 그걸 잊지 말라고.” 그게 의 마지막 대사인데, 이 드라마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거기에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해요.”
MBC
1997년 연출 최종수 극본 김정수
“최고의 가족 드라마로 손꼽는 작품이에요. 모범생 큰아들 동규(박상원)나 바람둥이 둘째아들 영규(차인표)처럼 어느 집에나 꼭 하나씩 있을 것 같은 자녀들과 부모 얘기로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 참 좋았어요.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중년의 로맨스가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하게 됐는데, 사실 이 작품에 나오는 재천(최불암)-홍여사(박원숙)-계순(이경진)의 삼각관계 로맨스를 뛰어넘을 만큼 코믹하면서도 절절한 느낌을 주는 건 아직 못 본 것 같아요. 김정수 선생님의 내공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 생각하고, 이런 작품을 또 다시 보고 싶어요.”
SBS
1999년 연출 정세호 극본 김수현“김수현 선생님이 인간을 다루는 방식이나 깊이는 정말 놀랍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SBS 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는데, 사실 의 아이디어도 에서 얻었다고 할 수 있어요. 사랑했던 남자에게 버림받은 여자가 복수하는 걸 꼭 심각하게만 풀어야 할까, 이 얘기를 내 방식대로 코믹하고 발랄하게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재미있는 건, 에서 버림받는 윤희(심은하)의 라이벌 격이었던 부잣집 딸 영주 역을 연기했던 유호정 씨가 에서는 거꾸로 남자에게 버림받고 복수를 꿈꾸는 미주 역을 연기하게 된 거였죠. 하하.”“리얼한 가족 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지금까지 판타지와 극적인 요소가 강한 드라마들을 써왔던 데 비해 문희정 작가는 다음 작품으로 좀 더 리얼한 가족 드라마를 쓰고 싶어 한다. “ 같은, 혹은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드라마를 쓰고 싶죠. 하하.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제 드라마를 보고 행복해지면 좋겠어요. 거창한 사명감이 있어서라기 보단, 힘든 세상에서 제가 시청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즐겁게 해 드리는 것 밖에 없는 것 같거든요” 무엇보다 엄마의 작품에 ‘강동원 오빠’가 나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중 3짜리 딸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계속 열심히 쓸 수밖에 없다며 그가 웃었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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