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청룡, 우백호! 떼루아 죽인다!” SBS 에서 공육공(류현경)이 떼루아의 두 남자 종업원을 보며 외칠 때 아마 시청자도 그녀와 비슷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살짝 비껴난 곳에 숨은 훈남 배우를 찾아낼 때의 왠지 모를 뿌듯함. 하지만 조금 더 발 빠른 누군가는 MBC 에서 흰 가운을 입은 떼루아의 ‘우백호’를 미리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을지 모른다. 월화에는 에서 밝지만 말을 아끼는 프랑스 요리 전문가 김준수를, 수목에는 에서 아비규환인 응급실을 담당하는 레지던트 2년차 유정훈을 오가며 유현수라는 신인은 그렇게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댄스가수가 되서 유명해지겠다고 마음먹은 중학교 2학년 때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나서.
병원과 레스토랑을 오가며 수행 중인 무사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수하겠다던 놈이 음반 실패했다고 소속사 찾아 편하게 연기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가수의 꿈을 키운 지 10년 만에 냈던 데뷔 음반이 실패하면서 연기자의 길로 선회했던 시절, 굳이 “대학로에서 2년은 굴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이유에 대해 유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대답이라는 걸 아는 듯. 지름길 대신 굳이 먼 길을 돌아갔던 선택, 그건 치기 혹은 허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뭔가 불안한 느낌이다. 나사 하나가 풀린 듯한 불안함이 아닌, 너무 팽팽하게 조율되어 연주하면 끊어질 것 같은 현악기 같은 그런 불안함. 그래서일까. 그에게서는 겸손한 신인 연기자보다는 무사수행 중인 의 미야모토 무사시가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길 원하며 팽팽하게 긴장한 무사의 모습이.의지대로 작은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대신 관계자의 권유로 뮤지컬 와 에 출연했던 과거를 말하면서 “노래를 너무 못 부르기 때문에 나중에 성악을 배워야 한다”고 밝힐 때나, 에서 환자의 기관절개를 할지 말지 고민했던 장면에 대해 “비중 있는 장면을 주셨지만 연기적으로는 아쉬운 것 투성”이었다고 말할 때나 그는 조금 강박적일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심지어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9년 동안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발매한 음반이 회사 사정으로 프로모션조차 없이 잊혀진 것에 대해서도 “그래도 내가 호소력 있게 노래를 잘 불렀으면 팔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온전히 자기가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그에게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모든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는 일종의 수행과도 같다. 현장에서 신 하나당 다양한 각도로 찍는 걸 모른 채 한 컷만 찍고 사라졌다가 꾸지람을 듣거나, 에서 주먹깨나 쓰던 과거를 숨긴 요리사 준수의 밝지만 어딘가 억눌린 듯한 모습을 표현하라고 주문받으며 그는 “뮤지컬과는 다른, 카메라 앞에서의 순발력”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면 뽑아주고, 아니면 떨어뜨려 달라”
현재 소속사의 오디션에서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면 뽑아주고, 아니면 떨어뜨려 달라”고 부탁했던 이 심하게 강직한 연기자는 두 작품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루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그는 이제 우연히 발견한 무명의 훈남 배우가 아닌 주목받는 신예 유현수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화극과 수목극 사이를 방랑하는 대본 든 무사는 앞으로 과연 어떤 수행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병원과 레스토랑을 오가며 수행 중인 무사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가수하겠다던 놈이 음반 실패했다고 소속사 찾아 편하게 연기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가수의 꿈을 키운 지 10년 만에 냈던 데뷔 음반이 실패하면서 연기자의 길로 선회했던 시절, 굳이 “대학로에서 2년은 굴러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이유에 대해 유현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어려운 대답이라는 걸 아는 듯. 지름길 대신 굳이 먼 길을 돌아갔던 선택, 그건 치기 혹은 허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먼, 뭔가 불안한 느낌이다. 나사 하나가 풀린 듯한 불안함이 아닌, 너무 팽팽하게 조율되어 연주하면 끊어질 것 같은 현악기 같은 그런 불안함. 그래서일까. 그에게서는 겸손한 신인 연기자보다는 무사수행 중인 의 미야모토 무사시가 떠오른다. 조금이라도 더 강해지길 원하며 팽팽하게 긴장한 무사의 모습이.의지대로 작은 소극장에서 연극을 하는 대신 관계자의 권유로 뮤지컬 와 에 출연했던 과거를 말하면서 “노래를 너무 못 부르기 때문에 나중에 성악을 배워야 한다”고 밝힐 때나, 에서 환자의 기관절개를 할지 말지 고민했던 장면에 대해 “비중 있는 장면을 주셨지만 연기적으로는 아쉬운 것 투성”이었다고 말할 때나 그는 조금 강박적일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심지어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떨어지는 과정을 9년 동안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발매한 음반이 회사 사정으로 프로모션조차 없이 잊혀진 것에 대해서도 “그래도 내가 호소력 있게 노래를 잘 불렀으면 팔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든 불만족스러운 경험을 온전히 자기가 모자란 탓으로 돌리는 그에게 무대와 카메라 앞에서 배우는 모든 것은 스스로를 단련하는 일종의 수행과도 같다. 현장에서 신 하나당 다양한 각도로 찍는 걸 모른 채 한 컷만 찍고 사라졌다가 꾸지람을 듣거나, 에서 주먹깨나 쓰던 과거를 숨긴 요리사 준수의 밝지만 어딘가 억눌린 듯한 모습을 표현하라고 주문받으며 그는 “뮤지컬과는 다른, 카메라 앞에서의 순발력”을 기르고 있는 중이다.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면 뽑아주고, 아니면 떨어뜨려 달라”
현재 소속사의 오디션에서도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이 보이면 뽑아주고, 아니면 떨어뜨려 달라”고 부탁했던 이 심하게 강직한 연기자는 두 작품을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루며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그 다음이다. 그는 이제 우연히 발견한 무명의 훈남 배우가 아닌 주목받는 신예 유현수의 입장에서 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월화극과 수목극 사이를 방랑하는 대본 든 무사는 앞으로 과연 어떤 수행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사진. 이원우 (four@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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