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을 일제히 저격했던 그룹 블락비의 박경./ 텐아시아DB

가수 박경이 지난 11월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을 일제히 저격하며 사재기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으나 마땅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바이럴 마케팅 노하우’는 늘어나고 있다. ‘페북픽’에 이어 등장한 ‘유튜브픽’이 대표적이다.

박경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글을 게재했다. 실명이 거론된 가수들은 바이브를 제외하면 비교적 단시간 내에 음원 차트 최상위권 혹은 1위에 진입했다. 또 다른 공통점은 ‘반짝 1위’를 하고 차트 아웃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길게는 몇 달씩 실시간 차트 100위 안에 머무른다는 것. 박경이 저격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공통 분모를 가진 ‘신흥 음원 강자’ 하은과 우디는 바이브의 소속사 메이저나인의 산하 레이블인 인디안 레이블 소속이다.이들 음원 강자들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이 내세우는 ‘페북픽’을 많이 받은 가수들이라는 것. ‘페북픽’이란 ‘페이스북에서 픽(Pick)했다’는 말로, 페이스북 페이지들의 마케팅을 통해 음원 차트로 유입되는 곡을 뜻한다. 바이럴 마케팅 업체들은 이를 ‘마케팅 노하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페북픽이 마케팅 노하우인지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며 내세우는 명분인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여러 음악 플랫폼들이 이미 큐레이션을 해주는 마당에 사용자들이 SNS 기반의 무료 플랫폼에서 유료 음악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차트를 좌우할 만큼 많을 것인지 설득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사재기를 하지 않고 페북픽만으로는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는 얘기다. 굳이 페이스북이 추천해주지 않아도 이미 개인 취향 기반의 음악 추천 서비스들이 여럿 나와 있다. 최근 신규 이용자들이 크게 늘고 있는 유튜브 뮤직도 맞춤형 큐레이션 기반이다. ‘페북픽’을 대하는 대중의 반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했을까. 최근엔 ‘유튜브픽’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유튜브픽은 페북픽과 작동 원리나 결과물이 형제처럼 비슷해 보인다. 영상에 가사를 띄워주는 한 음악 관련 유튜브 채널에서는 3개월 전에 올라온 전상근의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의 조회수가 469만회를 넘었다. 이 채널의 구독자는 8만9500명이다.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폴킴의 tvN 드라마 ‘호텔델루나’ OST ‘안녕’이 기록한 580만뷰를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그 이후에 이 채널에서 200만뷰를 넘은 것은 바이브의 ‘이 번호를 전화해줘'(200만뷰), 송하예의 ‘새 사랑'(432만뷰), 장덕철의 ‘있어줘요'(245만뷰), 악동뮤지션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거지'(696만뷰), 임재현의 ‘조금 취했어'(629만뷰)다. 아이유의 ‘러브 포엠’은 80만뷰다. 구독자 1830만 명을 보유한 원더케이(1theK)에서 공개한 임재현의 ‘조금 취했어’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80만 뷰에 그쳤다.

영상에 가사를 띄워주는 다른 유튜브 채널들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댓글도 해당 가수의 페북 영상에 달린 댓글과 비슷하다. ‘공감이 간다. 노래가 너무 좋아 매일 듣는다’란 반응이다. ‘페북에서 커버한 거 보고 왔다’란 댓글도 있고 동일한 댓글도 보인다. 예를 들어 전상근의 ‘사랑이란 멜로는 없어’를 올린 두 채널의 댓글란에는 “검색할 때마다 사랑이란 ‘말로’는 없어”라는 댓글이 반복된다. ‘페북픽’이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는 카페 등에서 ‘실시간 차트 100’을 그대로 재생하기 때문에 음원 강자들의 차트 진입을 장기화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유튜브픽’의 영상은 대부분 한 곡만 자동 재생된다. ‘유튜브픽’ 노래들에는 한 곡만 무제한 자동재생하게 만드는 마력이라도 있는 걸까.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음악·영상물 관련 업자가 아이디 26개를 생성해 단시간에 1만 회가량 음원을 재생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내년 5월까지 직접 사재기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체부의 새로운 매뉴얼이 지금까지 사재기 의혹이 일때마다 논의만 무성한 채 해법을 찾지 못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고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숀의 소속사 디씨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7월 문체부에 음원 사재기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진정서를 냈을 때 문체부의 결론은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문체부는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음원의 경우 행정기관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SMㆍYGㆍJYPㆍ스타제국 등이 2013년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했을 때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문체부가 내놓을 새 조치들이 이처럼 변화무쌍한 음원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와 움직임까지 반영해서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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