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JTBC ‘검사내전’ 방송화면. /

JTBC 월화드라마 ‘검사내전’의 형사2부 새 식구로 합류한 정려원의 등장이 평화롭던 이선균의 일상에 균열을 만들었다. 과거부터 악연으로 엮인 두 검사의 본격 대립이 시작된면서 시청률도 전국 5%(닐슨코리아 제공, 유료가구 기준), 수도권 5.1%를 찍으며 순항을 이어갔다.

지난 17일 방송된 ‘검사내전'(극본 이현·서자연, 연출 이태곤)에서는 10여 년 만에 진영지청 형사2부에서 만난 검사 이선웅(이선균 분)과 차명주(정려원 분)가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의견 대립을 보이며 전쟁의 서막을 열었다. 특히 학부 시절에는 이선웅이 선배였지만, 연수원 기수로는 차명주가 선배인 꼬여버린 ‘족보’ 등 좋지 않았던 과거사도 드러나면서 이들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검사 생활 11년 내내 승승장구했던 ‘스타 검사’ 차명주가 지난 첫 회에서 309호 앞을 서성인 이유가 드러났다. 그가 진두지휘했던 2000억대 보험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차관 장인이었고, 그 결과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지방 도시 진영으로 사실상 좌천된 것이다. 차명주의 발령 소식에 진영지청 검사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장 사표를 내고 유명 로펌에 들어가도 아쉬울 게 없는 그가 왜 “자존심도 버리고, 패기도 버리고” 고분고분하게 ‘검사들의 유배지’까지 왔는지 의문을 자아냈다.

형사2부 식구들이 차명주를 호기심과 어색함이 뒤섞인 눈으로 주시한 가운데, 이선웅에겐 명주의 존재 자체가 떨떠름했다. 남들은 단순히 졸업 동기로만 짐작하는 차명주와의 기억이 썩 좋지 않았던 것. 과거 몇 번이나 자신을 무시하는 듯 보였던 차명주의 시선과 대꾸들이 수치스러운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컥 화가 올라오는 자신과 달리 차명주는 ‘이선웅’이라는 이름조차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듯 행동했고, 이선웅은 더욱 약이 올랐다.

거침없는 차명주의 행보는 형사2부에도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출근 이틀째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 분)에게 말도 없이 회의를 소집하더니 형사2부 사건 절반을 배당받겠다는 것도 모자라, “각 방에 갖고 계신 2개월 이상의 미제 사건들, 다 제가 받아 가겠습니다”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제가 없던 진영지청과 제가 온 뒤의 진영지청이 같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무엇보다 자신에게 재배당된 사건들에 대해 기수가 자신보다 밑인 검사들의 요약지를 요구했는데, 이것이 이선웅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말았다. 가뜩이나 자신의 사건이 사전 논의 없이 차명주에게 재배당돼 불쾌했던 이선웅이 연수원 기수는 선배지만 엄연히 학부로는 후배인 차명주가 요약지까지 요구하자 분노했다.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듯 영상조사실로 명주를 불러냈지만, 결국 정곡만 콕콕 찔러대며 몰아붙이는 명주에게 “차검사 나 싫죠? 내가 다 알아요. 근데 뭐 나도 상관없어요. 나도 차검사 싫어하니까!”라고 외치는 흑역사까지 남기고 말았다.

다소 유치한 공방전으로 막을 올린 두 사람의 관계는 ‘정수실업 임금체불’ 건이 엮이면서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임금체불로 사장을 고소한 피해자 김영춘(손경원 분)이 가족의 병원비 때문에 고소를 취하하려 했지만, 정수실업의 상습적인 임금체불을 뿌리 뽑기 위해 이선웅이 합의를 막고 있었던 상황. 하지만 차명주는 재배당받자마자 합의로 사건을 종결시켰고, 이에 화가 난 이선웅은 “차검사는 비싼 옷 입고 좋은 신발 신고 살아서 잘 모르겠지만, 여기 형사부 사건들, 간단해 보여도 누군가의 생존과 직결된 사건들입니다”라고 따졌다. 그러나 차명주는 그의 항의에 코웃음 치며 “곱게 자란 도련님이 생존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러세요”라고 받아쳤고, 이선웅은 폭발했다.

차명주의 입장은 달랐다. 정수실업을 기소하는 것보다 가족의 병원비와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적은 돈이라도 절박한 피해자가 우선이라 판단한 것. “차검사는 검사로서의 철학이 있긴 합니까?” “이검사님은 사건 처리 기준부터 다시 세우시죠”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싸움은 조민호 부장의 등장으로 막을 내렸다. 그날 밤 관사에 돌아온 이선웅은 차명주와의 악연이 시작됐던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과거 대학 시절, 아프리카에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선후배들에게 기아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정기후원을 같이 하자”라고 한 이선웅에게 “재수 없어. 사는 게 지옥인 사람들이 아프리카까지 가야 눈에 보이나”라며 받아쳤던 차명주. 그때도 “누가 곱게 자란 도련님 아니랄까봐”라는 말을 남겼다. 그 순간, 이선웅은 차명주가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진영지청 형사2부를 뒤흔들 전쟁의 시작이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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