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옥자연(왼쪽부터), 송재림, 신아가 감독, 유다인, 심희섭이 2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속물들’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청순하고 당찬 인물을 주로 연기했던 유다인이 뻔뻔한 속물로 변신해 180도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안방과 스크린을 오가며 ‘신스틸러’로 활약한 심희섭, 유재명, 꾸준한 활동으로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송재림, 연극계가 주목한 옥자연까지 모두가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등장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물들’이다.

25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영화 ‘속물들’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배우 유다인, 심희섭, 송재림, 옥자연과 신아가 감독이 참석했다.‘속물들’은 동료작가의 작품을 표절한 그림을 ‘차용미술’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팔아먹는 미술작가 선우정(유다인)을 중심으로, 각자의 속마음을 숨긴 뻔뻔하고 이기적인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담은 블랙코미디다.

신 감독은 “인간에게 있어서 욕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다가 시작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신 감독은 “주변에 작가 등 미술계에 몸담고 있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 그들을 통해 들었던 미술계에서 일어난 일들을 모티브로 시나리오를 썼다”며 “그 전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이야기를 쓰던 중에 이런 미술계 이야기를 듣고 영화의 두 여자 주인공 선우정과 탁소영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2000년대 초반 실제로 벌어진 미술 입시 부정 등 실화를 참고하고 공부해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물들’에서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미술작가 선우정으로 열연한 배우 유다인./ 서예진 기자 yejin@
‘속물들’에는 영화계와 연극계에서 인정받은 배우들이 호흡을 맞춰 밀도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영화 ‘혜화, 동’으로 프랑스 뚜르 아시안영화제 여우주연상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 신인상 등을 받은 연기파 배우 유다인이 뻔뻔하면서도 당당한 미술작가 선우정으로 열연했다.

유다인은 “영화의 후반부, 모든 상황이 다 끝났는데도 선우정은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런데 눈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 주변에서 다 때려치우라고 하는데도 그만두지 못하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런 모습에 공감이 갔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이기도 하다”고 밝혔다.이어 “선우정이라는 인물이 이기적이고 뻔뻔해 보일 지 모른다. 관객들은 어떻게 보실 지 모르겠다”며 “나는 연민이 갔다. 불쌍했다. 최대한 집중해서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다인은 “굉장히 오랜만에 강렬한 캐릭터를 만났다. 여태까지 했던 인물과 달라서 좋았다”며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촬영장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빨리 연기하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신 감독은 “유다인 씨에게 ‘캐릭터를 위해 담배를 피울 수 있겠느냐’ ‘욕은 가능하느냐’ 등을 물어봤다. 그러자 ‘저 욕 잘해요. 보여 드릴까요?’ 라고 하더라. 또 주저없이 담배 피우는 연기도 보여주겠다고 했다.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싶었다”라고 칭찬했다. 유다인은 “연기할 때 욕과 막말 등에 특히 신경 썼다”며 “재미있게, 맛깔나게 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영화 ‘속물들’에서 선우정의 연인이자 미술잡지 기자 김형중을 연기한 배우 심희섭./ 서예진 기자 yejin@

신 감독은 유민미술관 전시회 총감독 유지현을 연기한 유재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하지 못한 유재명에 대해 신 감독은 “정말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깔보는 듯 존중하는 듯 의뭉스러운 역할인데 유재명 씨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며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제작진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주셨다. 시나리오에 없던 설정까지 가져오셔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주셨다. 정말 감동했다”고 털어놨다.

심희섭도 유재명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유재명 선배를 처음 만났다”며 “다른 작품에서 연기 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서 꼭 한 번 함께하고 싶었다.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정말 유쾌했다. 선배 덕분에 긴장감이 많이 해소됐다.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했다.심희섭은 선우정의 연인이자 능력 있는 미술잡지 기자 김형중을 연기했다. 그는 “김형중을 통해 기존에 연기하지 않았던 내 안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이런 블랙코미디를 처음 해봤다. 인물끼리 속고 속이는 데 마치 게임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속물들’에서 특별전 큐레이터 서진호로 분한 배우 송재림./ 서예진 기자 yejin@

송재림은 특별전 큐레이터 서진호로 열연했다. 그는 “서진호에게는 질투, 욕망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감정이 다 들어있다. 누구나가 가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걸 표현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서진호도 나쁜 속내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다만 좀 다른 지점의, 양면의 캐릭터로 비춰지길 바랐다. 그런 것을 연기하는 게 조금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옥자연은 선우정의 친구 탁소영으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쳤다. 그는 “선우정 캐릭터는 이중적이기 보다는 직선적”이라며 “한편으론 좋아하는 듯하지만 라이벌인 소영과의 우정을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고민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영화 ‘속물들’에서 선우정의 친구 탁소영으로 열연한 배우 옥자연./ 서예진 기자 yejin@

또한 “욕, 막말 등 직설적인 단어를 내뱉는다. 시나리오를 볼 때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기할 때 성적인 단어를 내뱉는 순간에는 멈칫했다. 그것을 깨는 것도 배우의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

옥자현은 “우리 영화는 인간의 부끄러운 측면, 내보이기 싫어하는 측면을 재미있고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복선도 있고 인물 관계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 것들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 감독도 “블랙코미디로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다소 선정적인 장면, 욕과 막말을 하는 장면 등은 인물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블랙코미디로 봐 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