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어느 날 마리아사랑병원에서 남녀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엑스레이 사진이 발견된다.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은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 분)의 사진일 것이라 추측하고 사직서를 준비한다. 다음 날 사직서를 내기 위해 출근한 윤영은 자신과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을 제외한 모든 병원 사람들이 결근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몸이 안 좋아서’ ‘아내가 아파서’ 등을 이유로. 경진은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 한 번 한 게 뭐 대수냐”며 결근한 사람들에 대해 툴툴댄다. 하지만 윤영은 “핑계가 아니라 ‘진짜 아파서’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에 두 사람은 ‘믿음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결근한 직원의 집으로 찾아가 확인해보기로 한다.‘메기’는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 등 4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또한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뼈다귀 모형, 구름판으로 뛰어올라야만 찍을 수 있는 출퇴근카드, 다트핀 대신 사용한 주사기 등 예측을 뛰어넘는 기발함이 웃음을 터트린다. 파란 방수천이 덮인 재개발 현장이 마치 바다인 듯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파라솔을 치는 등 휴양을 즐기는 모습으로 시위한다. 과격함이 먼저 떠오르는 재개발 반대 시위 현장은 발랄한 푸른색과 평화로운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표현됐다.
경쾌한 리듬을 지닌 영화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청년의 모습이 담겨 씁쓸함을 자아낸다. 싱크홀이 생겨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일용직 청년 성원, 재개발로 곧 허물리는 집에 살고 있는 윤영의 모습이 그러하다. 성원과 윤영을 연기한 배우 구교환, 이주영의 개성 넘치는 생활 연기가 인상적이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한없이 진지한 문소리의 모습은 허를 찌르는 웃음 포인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영화 ‘메기’ 포스터. /사진제공=엣나인필름
한 줄로 정의하기 힘든 영화 ‘메기’는 보편성을 거부한다. 엉망진창인 내 방 안에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만 아는 정리 방식이 있는 것과 비슷하달까. 19금 엑스레이 사진, 어항 속에서 지각변동을 감지하는 메기,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는 싱크홀 등 이옥섭 감독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소재를 신뢰와 불신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묶었다. 감독의 놀라운 창의력과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어느 날 마리아사랑병원에서 남녀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엑스레이 사진이 발견된다. 간호사 윤영(이주영 분)은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 분)의 사진일 것이라 추측하고 사직서를 준비한다. 다음 날 사직서를 내기 위해 출근한 윤영은 자신과 부원장 경진(문소리 분)을 제외한 모든 병원 사람들이 결근한 사실을 알게 된다. ‘몸이 안 좋아서’ ‘아내가 아파서’ 등을 이유로. 경진은 “엑스레이실에서 성관계 한 번 한 게 뭐 대수냐”며 결근한 사람들에 대해 툴툴댄다. 하지만 윤영은 “핑계가 아니라 ‘진짜 아파서’일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한다. 이에 두 사람은 ‘믿음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결근한 직원의 집으로 찾아가 확인해보기로 한다.‘메기’는 지난해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시민평론가상, 올해의 배우상(이주영) 등 4관왕에 오른 작품이다. 또한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을 비롯해 제48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국내외 영화제에서 주목 받았다.
영화 ‘메기’의 한 장면. /사진제공=엣나잇필름
이 영화의 화자는 마리아사랑병원의 어항 속 메기다. 작은 어항 속에서 메기는 “사람들은 19금 엑스레이를 사진을 누가 찍었는가보다 찍힌 게 누구인가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이렇게 몰래카메라의 피의자보다 피해자가 누군지를 더 궁금해 하는 세태를 비판한다. 어항 속 물고기로 금붕어가 아니라 메기를 택한 이유에 대해 감독은 “어항에 어울리지 않는 물고기를 생각하다 메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어울리고 어울리지 않고를 애초에 누가 정했나라는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메기의 목소리는 배우 천우희가 연기했다.영화에서 경진은 “내가 개를 고양이라고 우겨도 믿을 사람은 믿고 떠들 사람은 떠든다”고 말한다. 영화 속 인물들은 거짓이라 여겼던 것이 진실일 때 당혹스러워하기도 하고 거짓이라 믿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했을 때 실망하기도 하고 진실이라 믿었던 사실이 깨질 때 괴로워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묻는다. 믿고 싶은 대로만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점심시간을 알리는 뼈다귀 모형, 구름판으로 뛰어올라야만 찍을 수 있는 출퇴근카드, 다트핀 대신 사용한 주사기 등 예측을 뛰어넘는 기발함이 웃음을 터트린다. 파란 방수천이 덮인 재개발 현장이 마치 바다인 듯 사람들은 수영복을 입고 파라솔을 치는 등 휴양을 즐기는 모습으로 시위한다. 과격함이 먼저 떠오르는 재개발 반대 시위 현장은 발랄한 푸른색과 평화로운 모습으로 역설적으로 표현됐다.
경쾌한 리듬을 지닌 영화지만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청년의 모습이 담겨 씁쓸함을 자아낸다. 싱크홀이 생겨야만 일을 할 수 있는 일용직 청년 성원, 재개발로 곧 허물리는 집에 살고 있는 윤영의 모습이 그러하다. 성원과 윤영을 연기한 배우 구교환, 이주영의 개성 넘치는 생활 연기가 인상적이다.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한없이 진지한 문소리의 모습은 허를 찌르는 웃음 포인트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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