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사탄의 인형’ 포스터.

캐슬란 사의 신제품 ‘버디(Buddi)’는 최첨단 인공지능(AI) 인형이다. 날 알아주고 이해하고 사랑하는 존재로 홍보되면서 많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제드마트에서 근무하는 싱글맘 캐런 (오브리 플라자 분)은 청각장애가 있는 아들 앤디(가브리엘 베이트먼 분)에게 버디 인형을 사주고 싶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그러던 차에 그녀는 불량 제품인 버디 인형을 하나 얻게 되고, 앤디에게 선물한다. 앤디와 마주한 버디 인형은 스스로에게 ‘처키’(마크 해밀 분)라는 이름을 붙인다.

앤디는 한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거북한 엄마의 애인을 피해서 복도로 나섰다가 이웃인 마이크 형사(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와 마주친다. 앤디는 자신처럼 엄마와 단둘이 사는 마이크의 썰렁한 농담이 싫지 않다. 앤디는 처키 덕분에 팔린과 퍼그라는 또래 친구들도 생긴다. 그런데 자신이 앤디의 유일무이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처키의 소유욕이 살벌한 모습으로 발화하기 시작한다.
영화 ‘사탄의 인형’ 스틸컷.

지난 20일 개봉한 라스 클리브버그 감독의 ‘사탄의 인형(Child’s Play)’은 1988년작 동명의 영화를 리부트했다. 원작 역시 세계 3대 인형 괴담의 하나인 ‘로버트 인형 괴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1904년 로버트 유진 오토가 선물로 받은 인형에게 자신의 옷을 입히는 등 사람처럼 대했고, 훗날 그가 죽은 뒤 박물관에 기증된 로버트 인형을 관람한 사람마다 끔찍한 불행을 겪었다고 전해지는 이야기다.

제작진은 실제로 움직이는 애니매트로닉 인형을 사용해 처키의 동작과 표정을 살렸다. 의료용 라텍스로 만든 피부와 인공관절을 사용한 내부 구조까지 더해져서 인간과 더욱 흡사한 실감이 입혀졌다. 특히 처키 역을 맡은 마크 해밀의 목소리가 화룡점정이다. 볼멘소리마저 무시무시하게 들려오고, ‘버디송’도 은근한 중독성으로 파고든다. 또한 ‘라이트 아웃’(2016) 의 가브리엘 베이트먼은 풍부한 감정선으로 앤디 역을 그려내며 소년의 감성을 끌어낸다.오랜 세월 호러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처키가 ‘그것’(2017) 제작진에 의해 31년 만에 소환되었다. 추억 속 빨강머리, 무지개 스트라이프 티셔츠, 데님 오버롤 차림에 식칼을 들고. 그러나 다시 만나는 처키는 AI 인형이라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전자기기에 접속, 조작이 가능하다. 초현실적이었던 공포가 현실적인 공포로 자리 이동한 것이다. 처키의 달라진 외양부터 달라진 공포 색까지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한 처키는 스크린으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손을 내민다. 저릿한 공포를 뿜으면서.

청소년 관람불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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