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코미디언 김정환(왼쪽부터), 도대웅, 김지영, 김대범, 현정, 박승대, 심형래, 황현희, 이수빈. / 이승현 기자 lsh87@

“편성 시간은 제가 우겨서 일요일 오후 9시로 잡았습니다. 저는 남들이 다 안된다고 할 때 된다고 하는 사람이에요. KBS2 ‘개그콘서트’와 맞붙기 위한 것이냐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인 SBS ‘미운 우리 새끼’를 겨냥한 것입니다. 1등을 잡으러 가는 거죠.”

코미디TV의 ‘스마일 킹’을 기획·연출한 코미디언 박승대의 각오다. 그는 10일 오후 서울 가양동 HQ미디어 스튜디오에서 열린 ‘스마일킹’의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방송계를 떠난 뒤 10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해 1월 한 소극장에 코미디언들이 개그를 다시 살리자고 모였다. 우여곡절 끝에 ‘스마일 킹’을 기획해 여기까지 달려왔다”고 설명했다.‘스마일 킹’은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개그쇼 ‘스마일 킹’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프로그램이다. 극장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쇼 코미디와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잘 짜인 콩트 코미디를 버무렸다.

침체된 공개 코미디 쇼를 다시 살리기 위해 베테랑 코미디언들과 신인들이 뭉쳤다.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찾사’를 만든 박승대가 기획했고, 코미디언 심형래를 비롯해 김대범·황현희·이재형·한현민·김정환·도대웅·현정·김환석·이수빈·안세희·김지영 등이 출연한다. 지난 4월 28일 처음 방송을 시작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승대, 심형래를 중심으로 김대범·황현희·김정환·도대웅·현정·이수빈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앞서 이들은 자신들의 코너를 짧게 시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박승대는 “우리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가 19살 때부터 알고 지낸 심형래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쉽지 않았을 텐데 흔쾌히 출연에 응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코미디언 박승대. / 이승현 기자 lsh87@

코미디언 심형래. / 이승현 기자 lsh87@
심형래는 “코미디를 오랫동안 쉬었기 때문에 다시 코미디 무대에 오르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안을 받았을 때 망설여졌다. 예전의 내 코미디가 요즘에도 통할까, 두려웠다”며 “그럼에도 코미디의 부활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어서 ‘스마일 킹’에 출연하기로 했다.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심형래의 도전에 황현희, 김대범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8년 만에 코미디 프로그램에 복귀한 황현희는 “침체된 공개 코미디를 살리기 위해 박승대·심형래 선배님이 힘을 합쳐서 우리도 뭉쳤다”며 “그동안 보여준 ‘말개그’가 아니라 두드려 맞는 ‘슬랩스틱 개그’로 인사드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후배들을 보고 개그맨을 준비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들의 열정을 보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최근 1000회를 맞은 KBS2 ‘개그콘서트’의 지난 9일 방송의 시청률은 7.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평균 시청률 5~7%를 오가며 좀처럼 예전의 인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의 발전과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가 낳은 ‘코미디 침체기’라고 분석한다.

김대범은 “나 역시 유튜브에서 개인 채널을 운영 중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시선이었다. 출연 제안을 받고 녹화장에서 후배들의 눈빛을 보고 반성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자극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 TV가 개발됐을 때 ‘이제 사람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영화 시장은 계속 발전했다. 코미디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유튜브 등의 발전으로 공개 코미디가 시시해지더라도 코미디언들이 재미있게 만든다면 TV로도 충분히 코미디를 즐길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코미디언 황현희. / 이승현 기자 lsh87@
황현희 역시 “‘웃음’이라는 단어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전쟁 중인 이라크에서도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있더라”며 “전 세계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웃음도 같이 가는 것이다. 다만 소재의 제한과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코미디언들이 떠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밝혔다.

박승대는 “코미디는 백반이다. 여러 반찬이 있는데, 누가 어떤 걸 좋아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채롭게 구성해야 한다. 지금 ‘스마일 킹’은 대중이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단계다. 모두가 열광할 정도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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