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을 마치고 만난 배우 박세영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진하지 않은 화장에도 박세영의 눈은 또렷하고 맑았다. 박세영은 “‘조장풍’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약자들의 이야기가 끌리게 했다”고 덧붙였다.‘조장풍’은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 분, 별명 ‘조장풍’)이 약자들과 함께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를 담아 시청률 8.3%로 종영했다. 10%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노동자와 노동환경 문제를 다루고 에 다양한 갑질 현상 및 사회적 이슈를 패러디하면서 월화극 1위를 지켰다.
“9회 즈음인가, 제가 나오는 게 한 신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요. 감독님께 ‘미란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묻기도 했어요. 다음 연기할 때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하하. 그런데 ‘조장풍’은 처음부터 누가 봐도 (김)동욱 선배가 원톱 주인공인 게 보이잖아요. 그걸 너무 잘 알고 들어가서 분량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쉬다가 들어갔는데 빡빡하지 않고 적응할 시간이 생겨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같이 대학교에서 공연을 올리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동료들과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즐거웠습니다”박세영은 “아쉬운 게 있다면 분량이 아니라 연기”라면서 “‘편하게 하자’고 마음 먹고 ‘조장풍’에 들어간 건데,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절절한 연기와는 톤이 달라서 연기 자체를 처음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장풍’을 통해 내 새로운 모습을 보셨다면 감독님 덕분이다. 편안한 모습을 끌어내 주셨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평소에 꾸미는 데 생각보다 무딘 편이에요. 액세서리를 파는 데 가면 ‘와! 예뻐!’ 하면서 감탄하기보단 ‘이게 예쁜가?’ 하고 그냥 바라보는 편이고요. 그러다가 촬영할 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처럼 꾸미는 게 재미있곤 했어요. 그런데도 힐을 신고, 화장을 계속 신경 쓰고, 치마를 입으면 담요를 둘러야하고 그런 건 불편할 때가 많아요. 이번엔 그런 걸 안하니까 세상 편하더라고요. 연기에만 더 집중할 수도 있었고요.”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작품하기 전에는 무조건 살을 빼는데 이번에는 유도를 하는 형사 역이라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었다고 했다. 그는 “‘증량’을 한 게 아니고 감량을 안 한 것”이라며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난다면, 거기에 맞춰 변화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액션도 처음이었다. 엎어치기를 하고 팔을 뻗어 비리 국회의원 양인태(전국환 분)의 수갑을 채운 것도 주미란이었다. ‘여성스러웠던 이미지가 반전된 것 같다’고 하자 박세영은 “아닌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나는 여성스럽지 않은데 그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며 “끼가 별로 없는 데다 조용하니까 여성스럽다고 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액션이 쉽지는 않았지만, 진짜 재미있었다”면서 “현실에 치여 자기 안의 정의로움을 꺼내지 못한 주미란이 변화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20대 초반에는 저도 미란이와 조진갑처럼 정의로웠던 것 같아요. 정의는 아니어도 ‘오지랖’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부당한 일이 있으면 ‘아, 잠깐만요’하고 나가는 사람이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면서 조금 주저하게 된 면이 있어요. 나의 모든 행동이 옳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알고요. 이번에 미란이를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주미란처럼, 박세영에게도 달라진 게 있었을까. 그는 ‘조장풍’을 통해 좀 더 편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세영은 “‘돈꽃’ 후에 1년간 쉰 이유가 ‘잘하자’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싶어서였다”면서 “편하게 스스로 만족하면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너, 참 편해 보인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늘 절절하거나 아련한 캐릭터를 맡다가 한번 제 편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저 스스로도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액션도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하면서 정말 신이 났어요. 자꾸자꾸 더 새로운 걸 해봐야겠단 생각입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배우 박세영./사진=씨엘엔컴퍼니
“드라마 ‘돈꽃’이 끝나고 1년간 쉬었어요. 너무 앞만 보고 달려서 저를 돌아볼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혼자 생각을 정리하면서 저 자신과 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나답게 살아간다는 건 뭘까’ 했어요. 그러다가 ‘조장풍’ 대본을 보게 됐는데,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고요. 모두 정의롭고, 또 나답게 살고 싶지만 현실에 나를 맞추는 선택들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봤어요. 직업이 각각 다른데도 말이에요. 그 모습들에 많이 공감하게 됐습니다.”MBC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하 ‘조장풍’)을 마치고 만난 배우 박세영의 목소리는 편안했다. 진하지 않은 화장에도 박세영의 눈은 또렷하고 맑았다. 박세영은 “‘조장풍’은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약자들의 이야기가 끌리게 했다”고 덧붙였다.‘조장풍’은 근로감독관 조진갑(김동욱 분, 별명 ‘조장풍’)이 약자들과 함께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나가는 이야기를 담아 시청률 8.3%로 종영했다. 10%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노동자와 노동환경 문제를 다루고 에 다양한 갑질 현상 및 사회적 이슈를 패러디하면서 월화극 1위를 지켰다.
박세영은 “정의롭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 현실에 맞춰 살아가야 하는 ‘을’들의 이야기, 이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끌렸다”고 말했다./사진=씨엘엔컴퍼니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한 ‘돈꽃’ 이후 박세영이 ‘조장풍’을 택한 건 여러 모로 흥미로워 보였다. 박세영이 연기한 형사 주미란은 조진갑과 이혼한 지 10년이 된 설정이다. 전남편과 아이까지 있는 인물. 드라마 제목이 말해주듯 조진갑 역의 김동욱이 원톱이다. 극 초반 비중이 적어서 아쉽지 않았을까.“9회 즈음인가, 제가 나오는 게 한 신밖에 없을 때가 있었어요. 감독님께 ‘미란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만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묻기도 했어요. 다음 연기할 때 필요할 것 같았거든요. 하하. 그런데 ‘조장풍’은 처음부터 누가 봐도 (김)동욱 선배가 원톱 주인공인 게 보이잖아요. 그걸 너무 잘 알고 들어가서 분량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었어요. 오히려 쉬다가 들어갔는데 빡빡하지 않고 적응할 시간이 생겨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다같이 대학교에서 공연을 올리는 느낌이었어요. 다른 동료들과 많이 친해지기도 했고, 그래서 즐거웠습니다”박세영은 “아쉬운 게 있다면 분량이 아니라 연기”라면서 “‘편하게 하자’고 마음 먹고 ‘조장풍’에 들어간 건데, 이제까지 내가 해왔던 절절한 연기와는 톤이 달라서 연기 자체를 처음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조장풍’을 통해 내 새로운 모습을 보셨다면 감독님 덕분이다. 편안한 모습을 끌어내 주셨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형사 주미란을 연기한 박세영./ 사진제공=MBC
‘조장풍’은 여러 모로 박세영에게 ‘처음’을 가져다 준 작품이었다. 그는 “평소에는 미란이처럼 편하게 (잘 꾸미지 않고) 다닌다. 그런데 촬영할 때는 항상 화려하게 풀메이크업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지 않나. 그럴 때면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너 아닌 것 같아’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면서 “그런데 ‘조장풍’을 보고선 친구가 ‘너 지금, 너 같아 보여’라고 했다. 처음 들어본 말”이라면서 눈을 반짝였다.“평소에 꾸미는 데 생각보다 무딘 편이에요. 액세서리를 파는 데 가면 ‘와! 예뻐!’ 하면서 감탄하기보단 ‘이게 예쁜가?’ 하고 그냥 바라보는 편이고요. 그러다가 촬영할 때 다른 사람이 되는 것처럼 꾸미는 게 재미있곤 했어요. 그런데도 힐을 신고, 화장을 계속 신경 쓰고, 치마를 입으면 담요를 둘러야하고 그런 건 불편할 때가 많아요. 이번엔 그런 걸 안하니까 세상 편하더라고요. 연기에만 더 집중할 수도 있었고요.”원래 살이 잘 찌는 체질이라 작품하기 전에는 무조건 살을 빼는데 이번에는 유도를 하는 형사 역이라 삼시세끼를 다 챙겨 먹었다고 했다. 그는 “‘증량’을 한 게 아니고 감량을 안 한 것”이라며 “또 다른 캐릭터를 만난다면, 거기에 맞춰 변화하면 되니까”라고 말했다.
액션도 처음이었다. 엎어치기를 하고 팔을 뻗어 비리 국회의원 양인태(전국환 분)의 수갑을 채운 것도 주미란이었다. ‘여성스러웠던 이미지가 반전된 것 같다’고 하자 박세영은 “아닌데…”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나는 여성스럽지 않은데 그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다”며 “끼가 별로 없는 데다 조용하니까 여성스럽다고 하는 거 같다”고 덧붙였다. 또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액션이 쉽지는 않았지만, 진짜 재미있었다”면서 “현실에 치여 자기 안의 정의로움을 꺼내지 못한 주미란이 변화하는 모습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20대 초반에는 저도 미란이와 조진갑처럼 정의로웠던 것 같아요. 정의는 아니어도 ‘오지랖’이 있었다고 해야 할까요? 부당한 일이 있으면 ‘아, 잠깐만요’하고 나가는 사람이요. 그런데 일을 시작하면서 조금 주저하게 된 면이 있어요. 나의 모든 행동이 옳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알고요. 이번에 미란이를 연기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극 후반으로 갈수록 변화하는 주미란처럼, 박세영에게도 달라진 게 있었을까. 그는 ‘조장풍’을 통해 좀 더 편해지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박세영은 “‘돈꽃’ 후에 1년간 쉰 이유가 ‘잘하자’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싶어서였다”면서 “편하게 스스로 만족하면서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너, 참 편해 보인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며 웃었다.
“늘 절절하거나 아련한 캐릭터를 맡다가 한번 제 편한 모습을 보여드리니까 저 스스로도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아요. 액션도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하면서 정말 신이 났어요. 자꾸자꾸 더 새로운 걸 해봐야겠단 생각입니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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