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우빈 기자]
10. ‘닥터 프리즈너’가 끝이 났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았던 작품이라 시원섭섭할 것 같다.
박은석 : 그렇다. 시원섭섭하다.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평소에 알고 있던 배우도 있어서 촬영 현장도 즐거웠고, 새롭게 만난 분들도 너무 좋았다. 워낙 재밌게 작업을 해서 아쉽고 조금 더 연장했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이재환이라는 캐릭터와 사람을 얻은 것 같다. 출연 배우들이 일로 만났지만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탄력을 받아서 각자 잘 살다가 작품이든 사석이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10. 시청률이 잘 나와서 촬영 현장 분위기가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박은석 :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시청률이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해봤다. (웃음) 사실 우리끼리는 잘 되는 게 좋고, 시청률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이 장면은 어떻게 찍어야 잘 나올까, 이런 의견을 나눴다. 시청률 얘기는 현장에서 많이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청률을 확인하지 않나. 반응도 좋고, 기사도 다 좋은 것만 나오고 화제가 되니까 그냥 ‘아, 그만큼 나왔어요? 좋네요’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10. 극 중 이재환은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드라마 안에서 유일하게 변화무쌍했고, 속된 말로 ‘미친 사람’ 같았다. 처음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나?
박은석 : 대본이 1회부터 4회까지 나와 있었는데, 첫 느낌은 ‘강렬하다’였다. 캐릭터가 너무 세니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주연이 캐스팅되면서 만만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눌리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재환이 한계가 없는 캐릭터라는 게 재밌었다. 이상한 짓을 해도 ‘이재환이니까 이래도 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자극적인 캐릭터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는데, 이재환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물이라 연기도 굉장히 자유롭게 했다.10. 이재환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박은석 : 분노조절장애. 이재환에게 개연성을 주고 그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던 부분은 분노조절장애였다. 첫 회에서 이재환이 차에서 내려서 트럭을 부수고 소리를 지른 건 그냥 미친 놈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은 급하고, 신호는 계속 걸리고 화가 나있는 상태라 거기에서 자극을 받은 거다. 충동적인 상황들을 잘 활용해서 연기했다.
박은석 :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예상 못한 반응이었다. ‘이게 왜 귀엽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대본대로 정신 나간 애처럼 연기를 했는데 대체 어디가 귀여운 걸까, 어떤 포인트인지를 모르겠더라. 제 멋대로 날뛰던 놈이 들어가서 갇혀 있으니까 그 그림 자체가 재밌었던 게 아닐까.10. 애드리브 연기를 한 장면이 있나 ?
박은석 : 이재환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부터는 거의 애드리브였다. 현장에 나가서 감독님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른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한 번도 대본대로 정확하게 간 적이 없다. 대본이라는 뼈대에 애드리브로 살덩이를 갖다 붙인 거다. 찍어보고 조금 세다고 느껴지면 뺐다. 욕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빼자고 하면 뺐다. 감독님도 센스와 재치가 있는 분이라 유머 코드가 잘 맞았다. 그래서 애드리브 연기가 가능했다.
10. 방송에 나가지 못해서 아쉬운 애드리브 연기도 있나?
박은석 : 1회에서 나이제에게 ‘내가 너 끝내줄게’라고 말한 후에 센터장에게 삿대질하면서 화를 냈는데 진짜 분노를 유발하는 대사를 막 했다. 방송을 보는데 그 장면이 안 나갔더라. 재환이가 욕을 많이 먹을까 봐 자른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찍으면서는 재밌었는데 잘려서 아쉬운 건 재환이가 병원에서 교도소로 끌려가는 장면이다. ‘엄마, 나 교도소 가기 싫어. 저 새끼 죽일 거야’라고 막 떼쓰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감독님이 ‘너 교도소 들어간 후에 코믹해져야 한다. 벌써 웃기면 안 된다. 나중에 드러내자’라고 하셔서 편집됐다. 그게 안 나가서 아쉽다.
박은석 : (최)원영 형은 한 드라마에서 두 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가는 인물은 저밖에 없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의도한 부분은 아니지만 작가님의 큰 그림을 나를 비롯해 배우들조차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칭찬을 받고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 남궁민 형은 ‘왜 네가 농담하는 게 밉지가 않지?’라면서 귀여워해 주셨다. 작품을 하면서 다 친해질 순 없으니 동료 연기자와 가까워지면 인연이라 생각한다. 한두 명의 인연이 생기면 그 작품을 열심히 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한다.
10. ‘닥터 프리즈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시청자들과 ‘밀당’을 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 연기까지 완벽했기에 인생작,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박은석의 인생 연기라는 극찬도 있었다.
박은석 : 그런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다. 사실 촬영이 쉽지 않다. 밤을 새기도 하고 극한 상황에서 여러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기 때문에 피드백이 좋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런 말을 더 들으려고 연구를 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캐릭터와 더 가까워지는 것도 있다. 박은석이라는 배우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겼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 그만큼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고, 맞는 옷을 입었다는 말이니까.
10. 스스로 보고 감탄한 ‘나만의 명장면’이 있다면?
박은석 : 이재환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분노를 표출하는데 순식간에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다. ‘엄마가 오빠 찾아’라는 동생 재인(이다인 분)의 말을 듣고 ‘엄마? 아, 가야지’ 했던 장면인데, 그 설정이 이재환을 가장 잘 보여준 거라 생각한다. 분노를 잠재우려면 분노보다 더 큰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동생이 말린다고 되는 부분도 아니고 외부의 압박도 개연성이 없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행동을 멈출 수 있는 건 엄마였다. 이재환 캐릭터에 다른 면이 생기는 순간이라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10. 뇌사 상태에 빠진 줄 알았더니 그게 다 연기였고 이재준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됐다. 반전을 주는 캐릭터라 짜릿했을 것 같다.
박은석 : 사실 심장이 쿵쿵거렸다. 15부에서 재환이가 뇌사 상태에 빠졌는데 16부 대본이 안 나온 상황이라 ‘나, 그냥 죽나? 죽으면 안 되는데? 한 건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웃음) 16부 대본이 나오고 반전이 있는 걸 보고 ‘명장면 중 하나가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박은석 : 촬영하면서 계속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고, 최근 2-3년 동안은 연극과 드라마를 병행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스케줄이다. 물론 힘들지만 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하고 있다. 나는 연극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7, 8년 꾸준히 해왔고 1년에 작품 2개는 꼭 하려고 한다. 회사원들이 회사를 매일 출근하듯 나도 연기를 그렇게 하는 거다. 원하면 쉴 수 있으니까 그때 쉬려고 한다.
10.올해 상반기도 거의 지나가고 있다. 돌아보니 어떤가?
박은석 : 작년 말부터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닥터 프리즈너’ 촬영을 해서 2019년을 인식도 하기 전에 반이 지나갔다. 세월이 흐르는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예전에 인간은 평생 몸을 부수면서 돈을 벌지만 그 돈으로 부서진 몸을 고치려고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인생에 있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좀 챙기는 시간을 갖자고 결심했다.
10.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박은석 :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연극이 끝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도 가고 싶고 개인적으로 재정비할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도 하나 더 찍고 싶다. 1년에 연극 2편, 드라마 2편. 그러면 훈훈한 2019년이 될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지난 15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재벌집 망나니 아들 이재환을 연기한 배우 박은석. /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밉상에 악역인데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받은 캐릭터가 또 있을까. 물색없는 철부지에 분노조절도 못 하는데 밉지가 않았다. 지난 15일 종영한 KBS2 ‘닥터 프리즈너’에서 배우 박은석이 연기한 재벌가 망나니 이재환 얘기다. 극 중 이재환은 태강 그룹의 망나니 상무로, 첩실의 아들이라는 컴플렉스 때문에 늘 사고를 치지만 엄마와 여동생에게는 살가운 존재다. 필로폰을 투약한 그는 교도소에 들어가고, 이곳에서 의료과장 나이제(남궁민 분)를 만나게 된다. 박은석은 변화무쌍한 사건과 휘몰아치는 전개 속에서 설득력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뻔할 수도 있었던 이재환이라는 캐릭터에 자신의 매력을 더해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을 이끌어낸 박은석을 텐아시아 인터뷰룸에서 만났다.10. ‘닥터 프리즈너’가 끝이 났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았던 작품이라 시원섭섭할 것 같다.
박은석 : 그렇다. 시원섭섭하다. 결과가 좋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평소에 알고 있던 배우도 있어서 촬영 현장도 즐거웠고, 새롭게 만난 분들도 너무 좋았다. 워낙 재밌게 작업을 해서 아쉽고 조금 더 연장했어도 좋을 것 같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를 통해서 이재환이라는 캐릭터와 사람을 얻은 것 같다. 출연 배우들이 일로 만났지만 인간적으로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좋은 기운을 받았으니 탄력을 받아서 각자 잘 살다가 작품이든 사석이든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10. 시청률이 잘 나와서 촬영 현장 분위기가 더욱 좋았을 것 같다.
박은석 :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시청률이 더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살짝 해봤다. (웃음) 사실 우리끼리는 잘 되는 게 좋고, 시청률도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연기를 어떻게 하면 더 잘할까, 이 장면은 어떻게 찍어야 잘 나올까, 이런 의견을 나눴다. 시청률 얘기는 현장에서 많이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시청률을 확인하지 않나. 반응도 좋고, 기사도 다 좋은 것만 나오고 화제가 되니까 그냥 ‘아, 그만큼 나왔어요? 좋네요’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10. 극 중 이재환은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드라마 안에서 유일하게 변화무쌍했고, 속된 말로 ‘미친 사람’ 같았다. 처음 대본을 받고 어떤 생각을 했나?
박은석 : 대본이 1회부터 4회까지 나와 있었는데, 첫 느낌은 ‘강렬하다’였다. 캐릭터가 너무 세니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주연이 캐스팅되면서 만만한 드라마가 아니라는 생각에 준비를 철저히 했다. 눌리지 않게끔 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 이재환이 한계가 없는 캐릭터라는 게 재밌었다. 이상한 짓을 해도 ‘이재환이니까 이래도 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임팩트가 있었다. 자극적인 캐릭터다. 살다 보면 하고 싶은 대로 못 하는데, 이재환은 그냥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인물이라 연기도 굉장히 자유롭게 했다.10. 이재환을 연기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박은석 : 분노조절장애. 이재환에게 개연성을 주고 그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던 부분은 분노조절장애였다. 첫 회에서 이재환이 차에서 내려서 트럭을 부수고 소리를 지른 건 그냥 미친 놈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마음은 급하고, 신호는 계속 걸리고 화가 나있는 상태라 거기에서 자극을 받은 거다. 충동적인 상황들을 잘 활용해서 연기했다.
박은석은 “‘닥터 프리즈너’ 출연 배우들이 다들 쟁쟁해서 밀리지 않으려고 연습과 연구를 철저히했다”고 밝혔다. /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10. 소리만 지르던 이재환이 감옥에 들어간 후부터는 눈치도 보고 귀여움도 떨었다. 나가고 싶다고 조르기도 하고, 원수 같던 나이제의 말을 잘 듣는 순한 양이 됐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재환이 귀엽다는 평이 많았다.박은석 : 상상도 못 했다. 정말 예상 못한 반응이었다. ‘이게 왜 귀엽지?’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대본대로 정신 나간 애처럼 연기를 했는데 대체 어디가 귀여운 걸까, 어떤 포인트인지를 모르겠더라. 제 멋대로 날뛰던 놈이 들어가서 갇혀 있으니까 그 그림 자체가 재밌었던 게 아닐까.10. 애드리브 연기를 한 장면이 있나 ?
박은석 : 이재환이 교도소에 들어간 후부터는 거의 애드리브였다. 현장에 나가서 감독님과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른 배우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한 번도 대본대로 정확하게 간 적이 없다. 대본이라는 뼈대에 애드리브로 살덩이를 갖다 붙인 거다. 찍어보고 조금 세다고 느껴지면 뺐다. 욕도 많이 했는데 감독님이 빼자고 하면 뺐다. 감독님도 센스와 재치가 있는 분이라 유머 코드가 잘 맞았다. 그래서 애드리브 연기가 가능했다.
10. 방송에 나가지 못해서 아쉬운 애드리브 연기도 있나?
박은석 : 1회에서 나이제에게 ‘내가 너 끝내줄게’라고 말한 후에 센터장에게 삿대질하면서 화를 냈는데 진짜 분노를 유발하는 대사를 막 했다. 방송을 보는데 그 장면이 안 나갔더라. 재환이가 욕을 많이 먹을까 봐 자른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찍으면서는 재밌었는데 잘려서 아쉬운 건 재환이가 병원에서 교도소로 끌려가는 장면이다. ‘엄마, 나 교도소 가기 싫어. 저 새끼 죽일 거야’라고 막 떼쓰는 장면이 있었다. 근데 감독님이 ‘너 교도소 들어간 후에 코믹해져야 한다. 벌써 웃기면 안 된다. 나중에 드러내자’라고 하셔서 편집됐다. 그게 안 나가서 아쉽다.
박은석은 “연기를 하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나를 찾고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10. 나이제, 이재준(최원영 분), 선민식(김병철 분)까지 다들 살벌한 대립을 펼치는 중간에서 이재환이 긴장감을 완화해주는 역도 했다. 형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을 것 같다. 박은석 : (최)원영 형은 한 드라마에서 두 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가는 인물은 저밖에 없다고 칭찬해줬다. 사실 의도한 부분은 아니지만 작가님의 큰 그림을 나를 비롯해 배우들조차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칭찬을 받고 너무 감사하고 뿌듯했다. 남궁민 형은 ‘왜 네가 농담하는 게 밉지가 않지?’라면서 귀여워해 주셨다. 작품을 하면서 다 친해질 순 없으니 동료 연기자와 가까워지면 인연이라 생각한다. 한두 명의 인연이 생기면 그 작품을 열심히 한 보상이라는 생각도 한다.
10. ‘닥터 프리즈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고 시청자들과 ‘밀당’을 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 배우들 연기까지 완벽했기에 인생작, 인생 캐릭터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박은석의 인생 연기라는 극찬도 있었다.
박은석 : 그런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다. 사실 촬영이 쉽지 않다. 밤을 새기도 하고 극한 상황에서 여러 스태프들이 고생을 하기 때문에 피드백이 좋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고, 더 잘해야겠다는 책임감도 생긴다.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을 땐 그런 말을 더 들으려고 연구를 더 열심히 하다 보니까 캐릭터와 더 가까워지는 것도 있다. 박은석이라는 배우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가 생겼다는 것이 기분이 좋다. 그만큼 관심을 받았다는 것이고, 맞는 옷을 입었다는 말이니까.
10. 스스로 보고 감탄한 ‘나만의 명장면’이 있다면?
박은석 : 이재환이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분노를 표출하는데 순식간에 제 정신으로 돌아오는 부분이 있다. ‘엄마가 오빠 찾아’라는 동생 재인(이다인 분)의 말을 듣고 ‘엄마? 아, 가야지’ 했던 장면인데, 그 설정이 이재환을 가장 잘 보여준 거라 생각한다. 분노를 잠재우려면 분노보다 더 큰 충격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동생이 말린다고 되는 부분도 아니고 외부의 압박도 개연성이 없다.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행동을 멈출 수 있는 건 엄마였다. 이재환 캐릭터에 다른 면이 생기는 순간이라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10. 뇌사 상태에 빠진 줄 알았더니 그게 다 연기였고 이재준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됐다. 반전을 주는 캐릭터라 짜릿했을 것 같다.
박은석 : 사실 심장이 쿵쿵거렸다. 15부에서 재환이가 뇌사 상태에 빠졌는데 16부 대본이 안 나온 상황이라 ‘나, 그냥 죽나? 죽으면 안 되는데? 한 건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웃음) 16부 대본이 나오고 반전이 있는 걸 보고 ‘명장면 중 하나가 되겠다’라고 생각했다.
박은석은 “올해 여자친구를 꼭 만나고 싶다. 이상형은 귀가 큰 여성”이라고 고백했다. / 사진제공=제이에스픽쳐스
10. ‘닥터 프리즈너’ 끝난 후 바로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시작했다. 쉴 틈 없이 바로 연극을 해서 피로가 누적될 것 같은데. 쉬고 싶지 않았나?박은석 : 촬영하면서 계속 연극 연습을 하고 있었고, 최근 2-3년 동안은 연극과 드라마를 병행했기 때문에 저한테는 너무나 익숙한 스케줄이다. 물론 힘들지만 소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해서 하고 있다. 나는 연극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7, 8년 꾸준히 해왔고 1년에 작품 2개는 꼭 하려고 한다. 회사원들이 회사를 매일 출근하듯 나도 연기를 그렇게 하는 거다. 원하면 쉴 수 있으니까 그때 쉬려고 한다.
10.올해 상반기도 거의 지나가고 있다. 돌아보니 어떤가?
박은석 : 작년 말부터 연극 ‘벙커 트릴로지’에 이어 ‘닥터 프리즈너’ 촬영을 해서 2019년을 인식도 하기 전에 반이 지나갔다. 세월이 흐르는 속도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 시간이었다. 예전에 인간은 평생 몸을 부수면서 돈을 벌지만 그 돈으로 부서진 몸을 고치려고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인생에 있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좀 챙기는 시간을 갖자고 결심했다.
10. 하반기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박은석 : 연극 ‘어나더 컨트리’를 잘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연극이 끝나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도 가고 싶고 개인적으로 재정비할 시간도 필요할 것 같다. 드라마도 하나 더 찍고 싶다. 1년에 연극 2편, 드라마 2편. 그러면 훈훈한 2019년이 될 것 같다.
우빈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