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10일 처음 방영된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방송화면.

여주인공이 ‘K팝 덕후’로 등장하는 설정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tvN 수목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이 지난 10일 처음 공개됐다. 이제는 ‘레어템’으로 알려진 카시오페아(동방신기 팬클럽) 후드와 팬지오디(god 팬클럽) 풍선이 등장해 덕후들의 관심을 톡톡히 끌었다. 홈마(가수들의 사진을 찍는 ‘홈마스터’의 줄임말)들의 일상에서는 디테일이 부족한 부분도 보였으나, 좀 더 충실하게 덕후의 삶을 구현하면서 로맨스와도 촘촘히 엮는다면 더 큰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그녀의 사생활’은 덕후의 일상을 그리는 것 외에도 소소한 재미 포인트들을 곳곳에 넣었다. 이야기는 채움미술관 큐레이터 성덕미(박민영)의 직장에서 시작했다. 미술관의 구석구석에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성덕미는 실질적 책임자였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싶은 꿈도 있었다. 하지만 미술 작품 중에서도 ‘우량주’만을 원하는 엄소혜 관장(김선영)에 가로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5년째 엄 관장에게 신진 작가 발굴 프로젝트를 제안했으나 실패한 성덕미는 해외 미술품 경매에 다녀오라는 미션을 받았다.성덕미는 그 곳에서 나르시스트 그 자체인 것 같은 라이언 골드(김재욱)를 만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차시안(정제원)을 닮은 외모에 눈길이 간성덕미가 쳐다보자, 라이언 골드는 “(나는) 완벽한 비율이 특징이죠. 갖고 싶어요?”하고 물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발언에 성덕미는 라이언 골드에게서 눈을 떼며 혼자 “도라이”라고 생각했다.

“도라이”와의 인연은 성덕미의 비밀스러운 ‘덕질’ 생활에서 계속 이어졌다. 성덕미가 공항에 차시안을 찍으러 갈 때 라이언 골드도 차시안과 같은 비행기에서 나오거나, ‘차시안 성지순례’를 갈 때 라이언 골드가 차시안이 묶은 호텔 방을 예약하기도 했다.

큐레이터와 덕후 생활을 나름 성공적으로 이어가던 성덕미는 능력을 인정받아 다른 회사의 본부장 자리 제안을 받았다. 이에 큐레이터 일을 그만두겠다고 엄 관장에게 얘기했으나, 엄 관장은 자신이 사임하고 관장직을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엄 관장은 성덕미 대신 다른 관장을 불렀다. 바로 라이언 골드였다. 앞서 엄 관장이 자신 몰래 미술관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됐던 성덕미였기 때문에 성덕미는 더욱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라이언 골드와 성덕미와의 악연 아닌 악연은 2회에서 공개될 예정이다.‘그녀의 사생활’에서는 아이돌 등신대의 목이 부러지게 만든 장본인에게 “살인마”라고 욕을 하거나, 덕질하러 가는 것을 상사에게 “후원하는 아이의 재롱잔치를 보러 가야 한다”고 둘러대는 등의 장면으로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잡았다. 하지만 성덕미가 덕후들 사이에서는 정상급 홈마인 것 같은 설정에도 알티(RT, 트위터의 리트윗) 수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공항을 찍는 성덕미의 카메라 속 숫자가 현실과 동떨어진 점들은 아쉬움을 남겼다.

박민영은 이번에도 로맨스 코미디물에 딱 맞는 연기를 보여줬다. 전작 ‘김비서가 왜 그럴까’와 비슷하다는 평도 있지만 그건 ‘완벽한 커리어우먼’이라는 캐릭터가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있어서다. 이 공통 분모에서 좀 더 나아가 차별화하는 게 관건이이다.

로맨틱 코미디물 첫 도전인데도 김재욱은 라이언 골드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나를) 갖고 싶어요?”라는 대사에선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점이 보였다. 2회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직장에서 마주치게 될 박민영과의 로맨스 호흡이 기대된다.엄 관장을 맡은 김선영은 ‘그녀의 사생활’의 재미를 책임지는 든든한 축이었다. 재벌가의 자제로 미술관을 이끄는 엄 관장을 김선영은 능숙하고 능청스럽게 연기해 등장하는 장면마다 웃음을 줬다. 앞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덕후의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된다.

‘그녀의 사생활’은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30분에 방영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