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악질경찰’에서 비리 많은 경찰에서 각성하고 성장하는 조필호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상업영화로 처음 세월호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곡절이 있었고, 저보다 감독님, 제작자, 투자사가 더 많이 고민했을 겁니다. 시나리오 각색 과정에서 감독님과 의견도 많이 나눴어요. 범죄드라마라는 장르의 영화에 세월호 사건이 들어갔다는 걸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기도 해요.”

배우 이선균은 오는 20일 영화 ‘악질경찰’ 개봉을 앞두고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악질경찰’에서 사리사욕에 급급해 비리를 저지르고 범죄까지 사주하는 비도덕적인 경찰 조필호 역을 맡았다. 조필호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장미나(전소니 분)을 만나고 조금씩 달라진다. 이선균은 “질이 안 좋은 양아치 같은 경찰이 각성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재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거친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 주저함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중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가수들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승화시키잖아요. 노래의 장르는 힙합이 될 수도 있고 발라드도 될 수 있죠. 이정범 감독님은 상업영화 감독으로서 자신의 진심을 이번 영화에 녹여낸 거라고 생각해요. 그 진심을 잃지 않으면서 영화적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게 제 몫이었습니다. 그걸 알았기에 더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찍었습니다.”

영화 ‘악질경찰’의 한 장면.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경찰 같지 않은 경찰, 비열하고 비겁한 얼굴을 만들기 위해 이선균은 7kg가량 감량했다. 이선균이 이번 영화를 하게 된 것은 이정범 감독과의 남다른 인연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이 감독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동문이다. 갓 데뷔했던 시절 그는 이 감독의 졸업작품을 함께 찍게 됐다.“막 TV에 들어와서 헤매고 힘들던 때였어요. 그러던 와중에 정범 형의 졸업작품을 찍게 됐죠. 사회초년생이자 신인배우였던 제게 일주일간의 단편영화 촬영은 행복했어요.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과 품앗이처럼 찍었던 영화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영화란 이런 거구나, 이런 쾌감이 있구나, 연출가의 디렉션을 받는 게 이런 거구나를 알게 해준 게 정범 형이었죠. 15년 만에 같이 작업했다는 것만도 뭉클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배우 이선균.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선균은 이번 영화에서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미나의 말이 인상 깊게 남는다고 했다. 돈만 쫓았지만 미나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고 각성하고 바로잡으려 했던 극 중 조필호. 이선균은 어떤 어른, 어떤 사람, 어떤 배우를 꿈꾸고 있을까.“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좋은 영향은 못 줄지언정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 보려고요. 저 자신한테도, 제 아이들한테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선균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대해 잠시 돌아보는 듯했다. 그는 “배우에게 캐릭터는 옷과 마찬가지”라며 “다양한 옷을 입고 내 것처럼 소화해내는 게 중요하다. 하나만 입겠다고 고집부리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역량에 비해 많은 걸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좋은 분들을 만난 덕분에 한 계단씩 올라올 수 있었어요. 그렇기에 주어지는 책무만큼 값어치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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