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드라마를 마친 소유진은 tvN ‘쇼! 오디오 자키’, 채널A ‘아빠본색’, SBS ‘가로채널’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2000년 데뷔해 이듬해 ‘맛있는 청혼’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에게 ‘제2의 전성기’일 법하다. 하지만 데뷔 20년차인 소유진은 침착했다. 여러 예능에서 자신을 찾아주는 이유가 “워킹맘, 다둥이 엄마라는 사실을 잘 봐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향한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답했다. 두려움을 이기고 스스로를 확장해가고 있는 배우 소유진을 만났다.10. ‘치유기’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소유진: 드라마 끝나자마자 엄마 모드로 들어갔다. 정말 ‘끝나자마자’다. 숨이 긴 장편 드라마여서 끝날 즈음 남편(백종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것 같더라. ‘남편이 지금까지 엄청 잘 챙겨줬는데, 이러다 너무 지쳐서 나중에 내가 또 드라마를 할 때 안 도와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현장의 팀워크가 진짜 좋아서 ‘끝나면 회식하자, 여행가자’ 이런 얘기가 많았는데 끝나자마자 다시 엄마로 복귀했다.
10. 드라마 끝나고 예능 출연이 이어지던데, 쉬고 싶지 않았나.소유진: 이번 드라마는 힘든 것조차 감사했다. ‘이렇게 힘든 날이 또 올까?’ 할 정도로 정신력과 체력을 썼지만 현장이 좋아 ‘또 힘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 사는 일이니 촬영 현장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었다. 집에서 출발해 치우로 변신하는 과정이 좋았다. 집에서는 나도 애 엄마고, 연정훈 오빠도 애 아빠다. 현장에서는 약속이라도 하듯이 묵은 때를 털고 밝게 일하면서 ‘힐링의 공간’을 만들었다.
10. 스트레스 하나 없었다고 하기에는 극 중 임치우가 겪는 삶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각종 알바에 남편 윤종훈의 만행이 화제를 모았다.
소유진: 치우의 삶이 힘들긴 했다. 그런데 극 초반 캐릭터를 잡아갈 때는 언제나 힘들다. 그걸 잡아가는 게 연기자의 숙제다. 치우가 하는 굴삭기 부터 연습을 가서 몇 번이나 해봤다. 치우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어렸을 때 신문 배달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진짜 많이 해봐서 그때 기억의 도움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알바로 떡볶이 장사를 했고, 1년 정도 송파역 근처 지하상가에서 액세사리 장사를 벌여봤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 신문배달은 중학교 때 했는데, 엄마가 너무 걱정해서 오래 못하고 딱 한 달하고 관뒀다.10. 한 달도 대단하다. 어릴 적부터 꿈이 배우라서 알바를 하게 된 건가?
소유진: 어릴 때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고등학교도 연극영화과이긴 했지만 내가 TV에 나오는 배우가 될 거라고는…. 그냥 뉴스를 틀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느라 다 앉아있지 않나. 내가 좀 특별한 걸 좋아했나 보다. 1년 후의 내 모습이 그 모습이 아니길 바랐다. 예고에 갔는데 마임하고, 탈 춤추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고, 연극 공부가 재미있어서 꿈이 연극영화과 교수나 이론 선생님이었다. 수능 봐서 연극학과를 가게 됐다.
10. 그런데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소유진: 예고는 재미있었지만, 대학은 현실이었다. 친구들이 TV 출연하고 오디션 보길래 나도 그렇게 했다. ‘나같이 생긴 애가 어떻게 연기자를?’ 했는데 내가 코드를 잘 탔던 것 같다. ‘엽기 코드’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시기를 잘 타서 안 예쁜 사람이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내가 가수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딱 한곡이었다. 데뷔하고 나서 이듬해 ‘맛있는 청혼’으로 얻은 반짝 인기에 힘 입어서 한 거였다. 하하하.
10. 데뷔 20년 차인데 연기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게 최근작인 ‘치유기’였던 건가?
소유진: 그렇다. 확신을 준 건 ‘치유기’다. 신인 때는 멋모르고 연기를 시작하지만, 사람은 변신을 꿈꾸지 않나. 그 과도기가 힘들다. ‘난 발랄한 거 많이 했으니까 이제 여성스러운 게 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시기에는 역할이 안 들어온다. ‘내 욕심일까?’라고 생각만하다가 시간이 흘러가면 힘들어진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니 더 고민이 됐고.
10. ‘아이가 다섯’으로 출산 후 복귀를 했다.
소유진: 첫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많이 왔다. ‘복귀는 하고 싶은데 이제 애 엄마 역할만 들어오면 어떡하지?’ ‘계속 연기 못하면 어떡하지?’ 두려웠다. 연기자로서 내 위치가 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내게 뭘 원하는지도 고민이 됐다. 사람들은 남편이 나이가 많아서 내가 아이를 빨리 낳는 거 아니냐고, 또 집에서 쉬려고 결혼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전혀 아니었다. 차라리 둘째를 빨리 낳아서 애 엄마가 된 걸 인정하고, 엄마 역할이 오면 제대로 하자 싶었다. 그렇게 ‘아이가 다섯’에 출연했고, 내가 아이를 낳고도 연기할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치유기’는 죽을 때까지 더 배우고 연기해야한다는 확신을 줬고.
소유진: 내가 점수를 매긴다고? 음, 85점. 출연자로서 나는 부분에 집중하는데,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늘 전체를 보고 기획을 하더라. 그런 모습이 멋지다.
10.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적한 적은 있나?
소유진: 있다. “~했거든”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나. “‘~했거든…요!’ 라고 말하라고!”라고 한다. 하하하. 방송에서 반말하면 안 된다고!
10. 스타일링도 해준다고 들었다. 힘들진 않나?
소유진: 내가 바쁠 때는 스타일리스트 고용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계절별로 옷을 챙기고 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방송을 모니터링 해주게 되고…힘들지만 또 그게 사는 거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아닐까 했다. 마찬가지로 오빠도 내가 일할 때 밥을 계속 해줬으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런데 사람이 뭔가를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계속 고마워해야 한다. 또 상대가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또 시킬 수 있으니까. 하하하.
10.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자리에 가든 남편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게 불편한 적은 없나.
소유진: 그런 건 생각 안 한지 오래됐다. 나한테 안 물어볼 정도로 내게 나만의 무언가가 있었다면 물론 안 물어봤겠을 거다. 그런데 그런 거라도 물어볼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하고. 20년을 방송 생활을 하니까, 예전에는 질문지에서 ‘이건 대답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궁금한 걸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도 별로더라. ‘지금 너한테는 이게 궁금해’라는 거니까 ‘궁금하면 답해드리지’라고 생각한다.
10. 연기가 아니라 예능을 다작하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다. 예능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 이유는?
소유진: 연예 생활이란 게 내가 진로를 정한 대로 가는 게 아니더라. 누가 나를 불러줘야 하는데 불러줬다. 개인적으로 ‘치유기’의 치우에게 고맙다.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치유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연구하게 됐다. ‘나는 뭐지, 애 엄마인가, 남편의 아내인가, 며느리인가. 내 이름은 소유진인데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데 드라마 끝나고 ‘소유진’을 찾아주니 기회인 것 같았다. 예능에서 내게 원하는 기획들은 사실 다 비슷하다. ‘다둥이 엄마’ ‘워킹맘’. 다 비슷한 걸 안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난 지금 엄마로 돌아온 사람인데 나를 써줬네’ 하는 기분이다. 드라마 속의 내 역할과 (예능에서의 모습이) 달라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 얘기를 하고 싶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결과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마음이다.
소유진: 사극을 해보고 싶다. 멜로에는 큰 욕심이 없다. 이번에 연정훈 오빠한테 많이 배우긴 했다. 내가 눈을 못 마주치니까 ‘내 눈 봐’라고 말해줬다. 하하하. 코미디도 하고 싶다. 웃기는 게 울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나. 이전에 김병욱 PD의 시트콤에 나왔는데 일찍 끝나게 돼서 많이 아쉬웠다. 요즘에는 시트콤이 없는데,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코미디를 해보면 어떨까.
10. 그림 그리기, 향초 만들기 등 생활인으로서 취미도 많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so library‘라는 해시태그로 꾸준히 책 후기가 올라온다.
소유진: 내가 모 도서판매 사이트의 VIP 회원이다.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한다. 자기 전에 신간, 베스트 이런 걸 다 훑어보는 게 일상이다. 이 수많은 책이 있는데 내가 안 찾아본다는 게 좀 재미 없다고 생각해서. 좋은 책이 있으면 선물하고 그런다. 책에 대한 평이 올라오면 그것도 또 읽어줘야 할 것만 같고… 하하하. 낮 시간에 한 번 펼쳐보고,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본다. 그때는 그야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다.
10. 어떤 책을 읽나?
소유진: 많다. 얼마 전에는 1990년생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내 사랑 치유기’의 공동감독님이 1989년생이고,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1990년대생이었다. 이제 감독님들도 나보다 더 어리다. 내가 아저씨랑 살고 있지 않나. 이 촬영 현장의 아티스트들과 어울리려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적어도 꼰대는 되지 않고 시대와 발맞춰 가고 싶다.
10. 2001년 ‘맛있는 청혼’으로 신세대의 얼굴로 각인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30대 후반 배우로서 20대 때와 달라진 게 있나?
소유진: 음… 눈빛. 눈빛이 달라졌다. 그때의 나는 초롱초롱하고 ‘나 이것도 할 줄 알아’라며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했을 거다. 지금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을 받아서 표현해야 하는 위치다. 둘 중 뭐가 더 좋고 나쁜 걸 떠나 그때는 그때의 예쁨이 있고 지금은 지금대로 여유롭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니까. 더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 예능인, 생활인 등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인간 소유진으로서 꿈이 있다면 뭘까.
소유진: 내가 보기에 내가 올바른 거. 단단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래야 가지가 뻗쳐 나가니까. 나를 잘 만들어 나가야 좋은 가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요즘은 ‘매일 매일 하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이 있겠지’ 한다. 엄마도 처음이고 아내도 처음이고, 이렇게 예능에 출연하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찾는 것도 처음이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뭘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살다 보니 ‘워킹맘’ ‘다둥이 맘’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 된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MBC ‘내사랑 치유기’에서 열연한 배우 소유진./이승현 기자 lsh87@
“이제 아이 엄마 역할 밖에 안 주면 어떡하지?” 첫 아이를 낳을 당시 배우 소유진을 두렵게 한 고민이었다. 그런 그의 출산 후 복귀작인 KBS2 ‘아이가 다섯’(2016)은 시청률 20%를 넘기며 흥행했다. 최근 출연한 MBC ‘내 사랑 치유기’(이하 ‘치유기’) 는 시청률을 떠나 소유진에게 또 다른 의미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어줬다. 극 중 친정과 시댁 사이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임치우(소유진)를 연기하면서 그 자신 또한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 며느리로서의 자신과 인간 ‘소유진’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드라마를 마친 소유진은 tvN ‘쇼! 오디오 자키’, 채널A ‘아빠본색’, SBS ‘가로채널’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다. 2000년 데뷔해 이듬해 ‘맛있는 청혼’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그에게 ‘제2의 전성기’일 법하다. 하지만 데뷔 20년차인 소유진은 침착했다. 여러 예능에서 자신을 찾아주는 이유가 “워킹맘, 다둥이 엄마라는 사실을 잘 봐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향한 질문에도 의연하게 대답했다. 두려움을 이기고 스스로를 확장해가고 있는 배우 소유진을 만났다.10. ‘치유기’ 끝나고 어떻게 지냈나?
소유진: 드라마 끝나자마자 엄마 모드로 들어갔다. 정말 ‘끝나자마자’다. 숨이 긴 장편 드라마여서 끝날 즈음 남편(백종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긴 것 같더라. ‘남편이 지금까지 엄청 잘 챙겨줬는데, 이러다 너무 지쳐서 나중에 내가 또 드라마를 할 때 안 도와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드라마 현장의 팀워크가 진짜 좋아서 ‘끝나면 회식하자, 여행가자’ 이런 얘기가 많았는데 끝나자마자 다시 엄마로 복귀했다.
10. 드라마 끝나고 예능 출연이 이어지던데, 쉬고 싶지 않았나.소유진: 이번 드라마는 힘든 것조차 감사했다. ‘이렇게 힘든 날이 또 올까?’ 할 정도로 정신력과 체력을 썼지만 현장이 좋아 ‘또 힘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 사는 일이니 촬영 현장에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게 없었다. 집에서 출발해 치우로 변신하는 과정이 좋았다. 집에서는 나도 애 엄마고, 연정훈 오빠도 애 아빠다. 현장에서는 약속이라도 하듯이 묵은 때를 털고 밝게 일하면서 ‘힐링의 공간’을 만들었다.
10. 스트레스 하나 없었다고 하기에는 극 중 임치우가 겪는 삶은 스트레스가 많았다. 각종 알바에 남편 윤종훈의 만행이 화제를 모았다.
소유진: 치우의 삶이 힘들긴 했다. 그런데 극 초반 캐릭터를 잡아갈 때는 언제나 힘들다. 그걸 잡아가는 게 연기자의 숙제다. 치우가 하는 굴삭기 부터 연습을 가서 몇 번이나 해봤다. 치우라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그래야 했다. 어렸을 때 신문 배달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진짜 많이 해봐서 그때 기억의 도움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는 알바로 떡볶이 장사를 했고, 1년 정도 송파역 근처 지하상가에서 액세사리 장사를 벌여봤다. 세상의 모든 일을 다 해보고 싶어서 그랬다. 신문배달은 중학교 때 했는데, 엄마가 너무 걱정해서 오래 못하고 딱 한 달하고 관뒀다.10. 한 달도 대단하다. 어릴 적부터 꿈이 배우라서 알바를 하게 된 건가?
소유진: 어릴 때 꿈이 배우는 아니었다. 고등학교도 연극영화과이긴 했지만 내가 TV에 나오는 배우가 될 거라고는…. 그냥 뉴스를 틀면 학생들이 공부를 하느라 다 앉아있지 않나. 내가 좀 특별한 걸 좋아했나 보다. 1년 후의 내 모습이 그 모습이 아니길 바랐다. 예고에 갔는데 마임하고, 탈 춤추는데 학교가 너무 재미있는 거다.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고, 연극 공부가 재미있어서 꿈이 연극영화과 교수나 이론 선생님이었다. 수능 봐서 연극학과를 가게 됐다.
10. 그런데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됐나.소유진: 예고는 재미있었지만, 대학은 현실이었다. 친구들이 TV 출연하고 오디션 보길래 나도 그렇게 했다. ‘나같이 생긴 애가 어떻게 연기자를?’ 했는데 내가 코드를 잘 탔던 것 같다. ‘엽기 코드’ 말이다. 2000년대 초반 시기를 잘 타서 안 예쁜 사람이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떴지 않나 싶다. 사람들이 내가 가수활동을 했다고 했는데 딱 한곡이었다. 데뷔하고 나서 이듬해 ‘맛있는 청혼’으로 얻은 반짝 인기에 힘 입어서 한 거였다. 하하하.
MBC ‘내사랑 치유기’ 스틸컷. /사진제공=MBC
10. 연기자가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계속 연기를 하게 된 이유는?소유진: TV 연기자 말고 내 전공인 연극은 계속 가져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TV에 나오니 유명해지더라. 유명해지면 연극에 사람들이 더 많이 보러오지 않을까 했는데 주어진 걸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그래서 고민도, 두려움도 많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더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치유기’를 하면서 두려움이 줄었다. ‘내가 뭐라고 연기를?’이라는 생각에서 ‘아직 배워야 할 게 많고, 그래서 더 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연기는 정말 끝이 없다.10. 데뷔 20년 차인데 연기에 대한 확신이 생긴 게 최근작인 ‘치유기’였던 건가?
소유진: 그렇다. 확신을 준 건 ‘치유기’다. 신인 때는 멋모르고 연기를 시작하지만, 사람은 변신을 꿈꾸지 않나. 그 과도기가 힘들다. ‘난 발랄한 거 많이 했으니까 이제 여성스러운 게 하고 싶어’라고 생각하는 시기에는 역할이 안 들어온다. ‘내 욕심일까?’라고 생각만하다가 시간이 흘러가면 힘들어진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게 되니 더 고민이 됐고.
10. ‘아이가 다섯’으로 출산 후 복귀를 했다.
소유진: 첫째를 낳고 산후 우울증이 많이 왔다. ‘복귀는 하고 싶은데 이제 애 엄마 역할만 들어오면 어떡하지?’ ‘계속 연기 못하면 어떡하지?’ 두려웠다. 연기자로서 내 위치가 뭔지도 모르겠고, 사람들이 내게 뭘 원하는지도 고민이 됐다. 사람들은 남편이 나이가 많아서 내가 아이를 빨리 낳는 거 아니냐고, 또 집에서 쉬려고 결혼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나는 전혀 아니었다. 차라리 둘째를 빨리 낳아서 애 엄마가 된 걸 인정하고, 엄마 역할이 오면 제대로 하자 싶었다. 그렇게 ‘아이가 다섯’에 출연했고, 내가 아이를 낳고도 연기할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치유기’는 죽을 때까지 더 배우고 연기해야한다는 확신을 줬고.
소유진은 “데뷔 20년차이지만 연기 확신을 준 건 ‘내사랑 치유기’가 맞다”고 설명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남편인 백종원 대표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방송 선배로서 남편에게 점수를 매긴다면?소유진: 내가 점수를 매긴다고? 음, 85점. 출연자로서 나는 부분에 집중하는데, 사업하는 사람이니까 늘 전체를 보고 기획을 하더라. 그런 모습이 멋지다.
10.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적한 적은 있나?
소유진: 있다. “~했거든”이라고 굳이 말하지 않나. “‘~했거든…요!’ 라고 말하라고!”라고 한다. 하하하. 방송에서 반말하면 안 된다고!
10. 스타일링도 해준다고 들었다. 힘들진 않나?
소유진: 내가 바쁠 때는 스타일리스트 고용하라고도 했다. 그런데 계절별로 옷을 챙기고 사다 보면 자연스럽게 방송을 모니터링 해주게 되고…힘들지만 또 그게 사는 거고, 관계를 이어가는 방식이 아닐까 했다. 마찬가지로 오빠도 내가 일할 때 밥을 계속 해줬으니까.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그런데 사람이 뭔가를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 되고 계속 고마워해야 한다. 또 상대가 지쳐가는 모습을 보면 빨리 정신 차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에도 또 시킬 수 있으니까. 하하하.
10.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떤 자리에 가든 남편에 대한 질문을 받는 게 불편한 적은 없나.
소유진: 그런 건 생각 안 한지 오래됐다. 나한테 안 물어볼 정도로 내게 나만의 무언가가 있었다면 물론 안 물어봤겠을 거다. 그런데 그런 거라도 물어볼 게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기도 하고. 20년을 방송 생활을 하니까, 예전에는 질문지에서 ‘이건 대답하기 싫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런데 궁금한 걸 물어보지 말라고 하는 것도 별로더라. ‘지금 너한테는 이게 궁금해’라는 거니까 ‘궁금하면 답해드리지’라고 생각한다.
10. 연기가 아니라 예능을 다작하게 된 건 처음인 것 같다. 예능으로 영역을 넓히게 된 이유는?
소유진: 연예 생활이란 게 내가 진로를 정한 대로 가는 게 아니더라. 누가 나를 불러줘야 하는데 불러줬다. 개인적으로 ‘치유기’의 치우에게 고맙다.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치유를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연구하게 됐다. ‘나는 뭐지, 애 엄마인가, 남편의 아내인가, 며느리인가. 내 이름은 소유진인데 이 사람은 누구인가…’. 그런데 드라마 끝나고 ‘소유진’을 찾아주니 기회인 것 같았다. 예능에서 내게 원하는 기획들은 사실 다 비슷하다. ‘다둥이 엄마’ ‘워킹맘’. 다 비슷한 걸 안 좋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난 지금 엄마로 돌아온 사람인데 나를 써줬네’ 하는 기분이다. 드라마 속의 내 역할과 (예능에서의 모습이) 달라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도 내 얘기를 하고 싶고, 진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물론 결과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더 단단해져야겠다는 마음이다.
소유진은 “(예능을 통해) 진짜 내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승현 기자 lsh87@
10. ‘치유기’를 통해 죽을 때까지 연기하겠다는 결심이 들었다고 했다. 배우로서는 어떤 역할이 하고 싶나. 소유진: 사극을 해보고 싶다. 멜로에는 큰 욕심이 없다. 이번에 연정훈 오빠한테 많이 배우긴 했다. 내가 눈을 못 마주치니까 ‘내 눈 봐’라고 말해줬다. 하하하. 코미디도 하고 싶다. 웃기는 게 울리는 것보다 어렵다고 하지 않나. 이전에 김병욱 PD의 시트콤에 나왔는데 일찍 끝나게 돼서 많이 아쉬웠다. 요즘에는 시트콤이 없는데, 여자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코미디를 해보면 어떨까.
10. 그림 그리기, 향초 만들기 등 생활인으로서 취미도 많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so library‘라는 해시태그로 꾸준히 책 후기가 올라온다.
소유진: 내가 모 도서판매 사이트의 VIP 회원이다. 책 읽는 걸 정말 좋아한다. 자기 전에 신간, 베스트 이런 걸 다 훑어보는 게 일상이다. 이 수많은 책이 있는데 내가 안 찾아본다는 게 좀 재미 없다고 생각해서. 좋은 책이 있으면 선물하고 그런다. 책에 대한 평이 올라오면 그것도 또 읽어줘야 할 것만 같고… 하하하. 낮 시간에 한 번 펼쳐보고,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본다. 그때는 그야말로 나를 위한 시간이다.
10. 어떤 책을 읽나?
소유진: 많다. 얼마 전에는 1990년생에 대한 책을 읽었다. ‘내 사랑 치유기’의 공동감독님이 1989년생이고, 대부분의 스태프들이 1990년대생이었다. 이제 감독님들도 나보다 더 어리다. 내가 아저씨랑 살고 있지 않나. 이 촬영 현장의 아티스트들과 어울리려면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적어도 꼰대는 되지 않고 시대와 발맞춰 가고 싶다.
10. 2001년 ‘맛있는 청혼’으로 신세대의 얼굴로 각인되며 스타덤에 올랐다. 30대 후반 배우로서 20대 때와 달라진 게 있나?
소유진: 음… 눈빛. 눈빛이 달라졌다. 그때의 나는 초롱초롱하고 ‘나 이것도 할 줄 알아’라며 에너지를 발산하려고 했을 거다. 지금은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빛을 받아서 표현해야 하는 위치다. 둘 중 뭐가 더 좋고 나쁜 걸 떠나 그때는 그때의 예쁨이 있고 지금은 지금대로 여유롭다. 더 많은 것들이 보이니까. 더 오래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10. 배우, 예능인, 생활인 등 많은 역할을 맡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인간 소유진으로서 꿈이 있다면 뭘까.
소유진: 내가 보기에 내가 올바른 거. 단단한 나무가 되고 싶다. 그래야 가지가 뻗쳐 나가니까. 나를 잘 만들어 나가야 좋은 가지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요즘은 ‘매일 매일 하다 보면 더 나은 내일이 있겠지’ 한다. 엄마도 처음이고 아내도 처음이고, 이렇게 예능에 출연하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를 찾는 것도 처음이다.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뭘 더 열심히 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다. 살다 보니 ‘워킹맘’ ‘다둥이 맘’으로 열심히 사는 사람 된 것 같아서,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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