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명상 기자]

기대를 모았던 JTBC의 새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 1회가 21일 전파를 탔다. 배낭여행을 가감없이 사실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는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제작진의 간섭을 배제한 채 여행자에게 부여한 최대한의 자유는 장점이자 약점이 됐다. 또한 이제훈 없는 류준열은 외로웠다.

범람하는 여행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트래블러’는 인기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을 내세워 출사표를 던졌다. 관전 포인트는 매력적인 여행지 쿠바, 그곳에서 펼쳐지는 두 사람의 브로맨스다.출연자에게 주어진 숙제는 2주간 쿠바여행을 즐기고 다시 아바나로 돌아오는 것. 다른 과제는 없다. 여행의 모든 것을 여행자가 원하는 대로 결정하게 둔다. 제작진은 배우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전달할 뿐이다. 그래서인지 1회에서는 ‘조미료’를 과감히 생략했다. 여행 전 준비과정, 출연진의 최근 고민, 속고 속이는 몰카 따위 없이 곧바로 여행지로 뛰어든다.

첫 방송은 류준열의 원맨쇼였다. 한국을 떠난 지 30시간 만에 마주한 쿠바는 캄캄한 밤과 적막뿐이다. 하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던 도시는 다음 날 아침 생생하게 살아난다. 분주한 사람들, 화려하게 색칠한 건물, 넘실대는 올드카의 물결은 많은 여행자가 꿈꾸던 아바나였다. ‘죽은 줄 알았던 도시가 생선처럼 펄떡였다’는 표현이 와 닿는 순간이다.

방송 내내 이어지는 감성적인 나레이션, 쿠바의 이국적인 풍광을 담은 영상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시청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설명도 적재적소에 넣었다. 마치 여행 에세이와 가이드북을 섞어 영상으로 제작한 듯한 첫 방송은 시각적 쾌감과 감성은 물론 지적 욕구까지 충족시킨다.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예능 작가 대신 여행 에세이 작가를 발탁한 효과가 제대로 드러난다.도착 다음 날 류준열은 방파제인 말레꼰, 대성당 광장, 총기 박물관, 오비스뽀 거리 등 아바나의 주요 관광지를 돌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거리 공연자에게 과한 팁을 뜯기거나, 하룻밤 묵을 숙소를 구하기 위해 몇 시간을 헤매는 장면, 와이파이 카드를 사기 위해 오래도록 줄 서는 모습은 일반적인 자유여행객과 다를 바 없다. 마치 친구가 직접 찍은 유튜브 영상을 접하는 듯한 친숙함마저 든다.

하지만 인위적인 연출을 배제하고 자유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기획 의도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아무런 준비도, 계획도, 제작진의 가이드도 없는 상황에서 배우들은 스스로 일정을 짜고 소화했다. 배우가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면모가 드러나는 것이 차별점이다. 그러나 해외에 식당을 차리고, 최저 비용으로 여행하고, 음악을 가미하고, 각자의 여행 내용을 비교하는 등 각양각색의 아이디어로 양념 친 다른 여행프로그램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심심하다. 특별한 과제를 부여하지 않아서 우연에 기대지 않으면 특별한 이벤트가 생기지 않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보는 이에 따라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자극적인 예능 프로그램에 질린 시청자에게는 담백한 콘셉트가 오히려 신선할 수 있다. 의도된 설정 없이 여행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 미덕이다. 그러나 ‘배낭 멘 혼돈의 여행자’ ‘두 남자의 예측 불가 여행기’라는 프로그램 수식어를 보고 ‘빅 재미’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아직 등장하지 않은 여행 동반자 이제훈의 빈 자리도 크게 느껴진다. 촬영 당시 이제훈은 스케줄 문제로 함께 오지 못하고 늦게 합류하게 됐다. 덕분에 1회에서 류준열은 여행의 감흥을 공감하고 어려움을 나눌 대상 없이 홀로 아바나를 둘러본다. 관전 포인트인 브로맨스가 빠져 버린 것이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준열은 과거 ‘꽃보다 청춘’을 통해 유창한 영어 솜씨와 여행 고수의 면모를 보여줬다. 배경이 쿠바로 바뀐 것을 빼면 신선함이 덜한 것이다. 출연자가 류준열로 바뀐 여행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결국 ‘트래블러’의 성패는 이제훈이 합류한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과 류준열의 케미가 어떻게 그려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또한 낯선 쿠바에서 벌어질 돌발 사건이 두 사람에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도 기대를 모은다. 예능과 다큐멘터리의 간극에서 트래블러는 균형을 이루고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트래블러의 향후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명상 기자 terr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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