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기자]
영화 ‘미래의 미라이’ 포스터

프리랜서 건축가 아빠(호시노 겐)가 지은 집에서 네 살 소년 쿤(카미시라이시 모카)은 아빠, 엄마(아소 구미코), 강아지 윳코(요시하라 미츠오), 기차 장난감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그런데 동생 미라이(쿠로키 하루)의 등장으로 전같지 않다. 부모의 관심을, 즉 사랑을 빼앗겼다고 느낀 쿤은 이름부터가 영 이상한 미라이에게 질투가 일기 시작한다. 한편 아빠는 복직한 아내와 역할을 바꿔서 집안일과 육아에 도전하느라 분투 중이고, 엄마는 일과 육아 모두 최선을 다하려고 하지만 녹록하지 않다.

어느 날, 쿤이 태어나기 전부터 이 집의 왕자였다고 주장하는 한 사나이를 만난다. 그는 쿤에게 자신처럼 곧 밀려날 거라고 일러준다. 쿤은 사나이가 강아지 윳코라는 것을 쉬이 알아차린다. 그리고 미래에서 동생 미라이가 찾아들고, 미라이는 쿤을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로 이끈다.지난 16일 개봉한 ‘미래의 미라이’(未?のミライ)는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자신의 네 살 아들이 갓 태어난 동생을 질투하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가족의 모습이 고루 담겨 있다. 호소다 마모루는 세밀한 일상을 뿌리로 한 판타지에 능하다. 신작 ‘미래의 미라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2006)의 타임리프, ‘썸머 워즈’(2009)의 가상세계, ‘늑대 아이’(2012)나 ‘괴물의 아이’(2015)의 가족까지 전작들에서 다룬 소재들이 망라된 작품이다. 얼마 전 열렸던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아시아권 영화로는 최초로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영화 ‘미래의 미라이’ 스틸컷

영화의 주무대는 집과 마당이다. 특히 계단식으로 된, 상당히 독특한 집의 구조는 네 살 소년 쿤의 걸음걸이를, 즉 성장을 리얼하게 담아낸다. 처음에는 짧은 다리로 계단이 벅차던, 그래서 엎드려서 오르고 내리던 쿤이 영화 말미에는 계단을 제대로 올라가고 내려간다. 강아지 윳코는 전작 ‘괴물의 아이’에서 마주친 것 같은 기시감이 들 정도로 친근했다. 인간의 몸으로 한번 등장하고 나서는, 개로 등장해도 윳코의 표정에 집중하게끔 됐다.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답게 작화가 미려하다. 이를테면 쿤이 아기 미라이의 귀와 볼, 코를 잡아당기는 장면은 애니메이션임에도 실사처럼 질감이 느껴진다. 아기 미라이의 발그레한 볼은 작품 내에서 가장 아름답게 핀 꽃이었다. 그리고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야마시타 타츠로의 오프닝 곡 ‘미라이의 미래’와 엔딩 곡 ‘노래의 기차’도 귀에 착착 감길 만큼 매력이 넘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 부모가 되는 줄로만 알았다가 아이의 성장과 함께 자신 역시 부모로서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미래의 미라이’는 사소한 일이 쌓이고 쌓여서 결국 가족이 된다는 건강한 메시지를 전한다. 극장에서 ‘늑대 아이’를 봤던 시간을 떠올리자면, 엄마들은 연신 훌쩍거리고 아이들은 이히히 웃음을 터뜨렸다. 체감 온도가 달랐던 까닭이다. 호소다 마모루는 ‘미래의 미라이’에서도 특유의 감성으로 체감온도를 훅 끌어올렸다. 3년 주기로 신작을 내놓는 그가 2021년을 목표로 열심히 작품을 구상 중이라고 하니 ‘행복한 기다림’은 진행형이다.

전체 관람가.

박미영 기자 strat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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