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영화 ‘상류사회’에서 능력과 야망으로 가득찬 미술관 부관장 ‘오수연’을 연기한 배우 수애. / 이승현 기자 lsh87@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확신이 있었다.” 영화 ‘상류사회’를 통해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수애가 말했다. 1999년 KBS 드라마 ‘학교’로 데뷔한 수애는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다. 배우로서 자신의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악녀’부터 ‘운동선수’ 역할까지 늘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 ‘상류사회’에서는 ‘욕망’을 위해 저돌적으로 전진하는 ‘오수연’ 역을 맡았다. 노출에 베드신까지 감행했다. “도전이었다. 파격적인 연기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다”는 수애를 지난 23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영화를 본 소감은? 아쉬움은 없나?
수애: 제 작품에 항상 애정이 넘쳐서… .(웃음) 아쉬움보다는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다. 시사회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이제 떨리기 시작한다.10. ‘상류사회’는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다.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수애: 다양한 역할에 대한 욕심이 있다. ‘욕망’을 쫓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망설임보다는 제가 하지 못했던 것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10. 극 중 ‘오수연’은 욕망 덩어리인 이기적인 캐릭터다. 연기를 위해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나?
수애: ‘오수연이 왜 이기적일 수밖에 없었을까’를 생각했다. 처음부터 그랬을까? 그는 남부럽지 않게 넉넉하게 살고 있었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던 사람이다. 남편은 교수고, 자신은 미술관 부관장이다. 그런데 마주하는 재벌들 사이에서 멸시를 받고 모멸감과 박탈감을 느끼다 보니 열정이 욕망으로 바뀐 것 같다. 그 점에서 수연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2등이 1등을 향하는 영화라고 하셨다. 학창시절에도 시험을 보면 꼴등이 아니라 2등이 울지 않나. 그런 점에서 심리가 이해됐다.

10. 오수연은 욕망을 위해 굉장히 저돌적이다. 극이 아니라 현실에서 ‘욕망’을 위해 저돌적으로 전진해 본 적이 있나?
수애: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는 직업이다. 그랬다면 ‘수애가 이랬대 저랬대’ 말이 나올 것 같다.10. 노출과 베드신도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았나?
수애: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부담감보다 확신이 컸다. 영화가 잘 될 거라는 확신이라기보다 작품, 그리고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 감독님, 스태프들을 향한 확신이다. 작품을 의심했다면 하지 않았을 것이다. 노출, 베드신 등이 연기를 하는 목적과 방향성에 방해가 되진 않았다. 하지만 감독님과 소통하고 조율하는 과정은 필요했다. 노출 수위보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설득력이 있어야 했다.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파격적인 연기에 대해 두려움은 없었다. 작품이 완성된 지금 상황에서는 관객들에게 잘 전달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연기를 한 제 모습을 낯설지 않게 전달하는 것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10. 베드신을 찍기 전 상대 배우인 이진욱과 따로 이야기 한 건 없나.
수애: 안타깝게도 이진욱 씨와 함께하는 회차가 많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대화를 나눠야 했다. 워낙 신사적인 사람이다. 처음 만났는데 무리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 앞서 감독님과 끊임없이 이야기했기 때문에 장면을 이해하고 연기하는 데 어려운 건 없었다.

영화 ‘상류사회’의 수애는 노출과 베드신에 대해 “부담도 됐지만 확신이 있었다”고 했다. / 이승현 기자 lsh87@
10. 변혁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수애: 지난해 4월에 제안을 받고 10월 중순에 크랭크인했다. 계약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했다. 감독님이 ‘오수연’에 대한 애정, ‘수애’에 대한 애정이 컸다. 실제로 교수님이다. 권위적일 줄 알았는데 친구처럼 편안했다. 배우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해주신다. 풀어놓고 지켜봐 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더 편했다. ‘상류사회’는 5년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준비 기간이 길었다.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뚜렷했고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좋았다.

10. 박해일에게 직접 출연을 제안했다고 했다. 이유가 뭔가?
수애: 팬으로서 좋아하던 분이다. 사석에서도 몇 번 만난 적이 있다. 지난해 초 시상식에서 뵙고 제안을 했다. 두 사람 다 ‘젊음’을 얘기할 수 있을 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이번 작품에서 ‘장태준’ 역할을 염두에 뒀다기보다 이전부터 어떤 작품에서든 함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연배나 데뷔 시기 등 비슷한 점도 있고, 배울 점도 많을 것 같았다.

10. 박해일과 호흡을 맞춰보니 배울 점이 많던가?
수애: ‘상류사회’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에게는 민감한 부분이 꽤 많았다. 그 부분에서 중재 역할을 해 주셨다. 일부러 자리를 마련해서 저마다 가진 생각과 감정을 다 들어줬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해일 오빠는 평소 연기를 하기 전에 연구를 많이 한다. 학구파다. 자신의 것에 집중하기도 바쁠 텐데 다른 사람들까지 챙기더라. 전체를 아우르려는 마음 씀씀이에 놀랐다. 너무나 훌륭한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 워낙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덕분에 배우들 간의 시너지가 더 상승한 것 같다.10. 극 중 장태준-오수연 부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부부는?
수애: 두 사람이 이상적인 부부라고 생각한다. 동지이자 같은 편이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헤어지기 싫다고 했다. 민낯과 치부를 드러냈는데도 옆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독특한 부부다. 한 방에 침대가 두 개다. 그렇다고 따로 방을 쓰진 않는다.(웃음)

10. ‘불륜’에 관해선 너무 관대하지 않았나 싶다.
수애: 처음에 시나리오를 봤을 땐 충격적이었다. 그 부분에서 제 자신과 캐릭터 간 충돌이 있었다. 수연의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중요할 때고, 남편이 워낙 순진한 걸 알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수연이 태준과 하룻밤을 보낸 은지(김규선)를 찾아가는 건 극의 상황을 봤을 때 이해가 됐다. 하지만 나 같으면 태준에게 갔을 것 같다. 나로선 납득이 되지 않 았다.

10. 전체적으로 보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관객들 입장에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도 있는데.
수애: 공감한다. ‘상류사회’라는 영화가 가진 색깔이다.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어떻게 잘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영화 ‘상류사회’의 수애가 부부로 호흡을 맞춘 박해일에 대해 “훌륭한 태도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 이승현 기자 lsh87@

10. 영화에서 “선을 넘지 말라”는 대사가 몇 차례 나온다. 결국 넘어야 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중요시한다. 일상에서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수애: 저는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친하면 친할수록 지켜야 할 예의가 있다. 저도 그 선을 안 넘지만, 남들이 넘어오는 것도 별로다. 그건 부모와 자식 간이나 친한 친구 사이라도 마찬가지다.

10. 예전에 한 방송에서 “대중과 가까워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수애: ‘런닝맨’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나가봤고 이것저것 시도를 해봤다.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방법을 잘 모르겠다. 더 당당해지고 싶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성격적인 부분이 있다. 극복이 잘 안 되는 무언가가 있더라. 신인 때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많은 카메라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연기 하냐’며 신기해했다. 소통하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데 낯을 가리는 편이다.

10. 촬영이 없을 때는 주로 뭘 하나?
수애: 실내에서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 필라테스를 꾸준하게 하고 있다. 어렸을 때 육상을 해서 자세가 좋다.(웃음) 가끔 산책도 한다.

10. 30대 중반을 넘어 마흔을 향하는 시점이다. 배우로서 과거와 변화된 점이 있나?
수애: 나이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작품으로 인해 변화되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영화 ‘감기’를 끝냈을 때 어떤 배우와 어떻게 호흡했느냐에 따라 마음가짐 등이 변한다는 걸 느꼈다. 지금 이 시점에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해일 오빠처럼 현장 전체를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것이다.

10. ‘오수연’이 아닌 현실에서 ‘수애’가 가진 욕망은 뭔가?
수애: 매 시점 달라지는 것 같다. ‘욕망’이라는 단어에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었다. 열정은 좋아하고 지향하지만 욕망에 있어서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 영화가 잘 됐으면 하는 욕망은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웃음) 많은 분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10. ‘상류사회’를 볼 예비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수애: 제가 생각했던 작품만의 매력을 관객들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모든 분이 열심히 살고 있다. 힘겹게 살아간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지?’ 라는 의심도 하게 된다. 영화를 보시고 누군가와의 경쟁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찾길 바란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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