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유청희 기자]
사진=MBC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

상처 받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MBC ‘이별이 떠났다’가 지난 4일 종영했다. 제목 그대로 자신을 묶어두던 ‘이별·결핍’의 트라우마를 떠나보내며 각자의 길 위에 섰다.

지난 5월 26일 방송을 시작한 ‘이별이 떠났다’는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들이 연대를 통해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다. 지난 4일 방송된 37~40회(마지막 회)에서는 남편 한상진(이성재)의 외도로 스스로를 고립시켜오던 서영희(채시라)가 회사에서 팀장으로 승진했다. 임신중독증의 고통으로 엄마가 자신과 아빠를 버렸다고 생각했던 정효(조보아).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아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엄마와 같은 증상 속에서도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엄마와는 반드시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는 오기에서 벗어나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지를 몸으로 이해하게 됐다. 출산 이후에는 큐레이터 시험을 준비하며 서영희, 남편 민수(이준영)와 함께 아들을 공동 육아하기 위해 분투했다.

사진=MBC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

김세영(정혜영)은 평생을 ‘첩’의 낙인 속에 살아오던 엄마 김옥자(양희경)의 말에 따라 한상진과 살지 않기로 했다. 혼인신고를 통해 딸 유연에게만 아빠를 만들어주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 것. 이와 함께 김옥자의 치매는 사실상 확정됐지만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막이 내렸다.정효의 아빠 수철(정웅인)은 임신중독증을 앓던 아내에게 ‘엄마’의 역할을 강요했던 지난 날을 속죄하고 화해했다. 서영희의 아버지로 특별출연한 최불암의 연기도 빛이 났다. 사위의 외도에도 “남자라면 그럴 수 있다”던 그는 이혼을 한다는 두 사람의 선언에 그제서야 솔직한 울분을 터뜨리며 딸을 위로할 수 있었다.

사진=MBC ‘이별이 떠났다’ 방송 캡처

‘이별이 떠났다’는 20대에 엄마가된 정효와 50대에 ‘엄마’라는 하나 남은 타이틀을 잃게 된 서영희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특별한 동거가 ‘엄마’ ‘모성’ ‘가족’에 대한 공감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40대 미혼 여성 김세영과, 60대 여성 김옥자의 기구한 사연이 얽혀 서사의 층을 넓혔다.함께 불륜을 저지른 남성 한상진과는 달리 직업부터 평판까지 모든 것을 잃은 채 내몰리게 된 김세영. 그리고 “노름빚 갚지 못한다고 어린 아이 데려가서 임신 시킨 뻔뻔한 집구석”과 작은 시골동네에서 ‘첩’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고통받아온 엄마 김옥자. 김세영의 말대로 “인신매매이고 성폭행”으로 “지금 같으면 수십 년을 감옥에서 살아야 하는 범죄”의 피해자인 노년 여성의 삶이 극 안으로 들어오며 현실적 무게를 더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별이 떠났다’가 결국 ‘출산 장려 드라마’라는 평도 있었다. 또한 정효와 김세영이라는 두 미혼 여성의 임신 사실을 소문으로 연쇄시키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점, 엄마의 모성이 강요되는 현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구분시킨다는 지적도 가능했다.

이날 방송된 ‘이별이 떠났다’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40회는 시청률 10.5%(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청희 기자 chungvsk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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