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지난 4일 처음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정리 컨설턴트(하우스헬퍼)를 맡은 김지운(하석진)의 독백이다. 일에 있어서 까칠한 완벽주의자인 김지운은 정리정돈을 잘 안하고 사는 사람을 목격하거나 청소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으로 이같이 생각했다.‘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다.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리 컨설턴트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배우들도 새로운 얼굴이 많아 기대를 높였다. 신선한 시도였고 주목받을 만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연출도, 조연들의 연기도 어색해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 CG였다. 드라마는 김지운이 한 노인의 집을 청소해주는 장면으로부터 전개됐다. 그 노인은 김지운이 한달 째 정리정돈을 맡은 집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집을 떠나면 물건들은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다. 노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 갑자기 연고와 대일밴드 등이 움직이고 말소리를 내며 김지운에게 신호를 보냈고 노인이 등장하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김지운은 그 연고, 밴드 등과 대화도 나눴다. 연출진은 마치 영화 ‘토이스토리’에서 장난감들이 움직일 때 느껴지는 생동감을 노렸던 걸까.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배경음과 어색한 CG는 몰입도를 방해하는 시너지로만 그치고 말았다.김지운이 노인의 집 옥상에 있다가 아무런 기초 지식 없이 빨래를 너는 듯한 임다영(보나)을 보게 됐다. 김지운은 임다영을 보고 “빨래랑 똑같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임다영은 “빨래랑 나랑 똑같애? 쭈굴쭈굴? 아니 저 양반이 진짜”라고 화를 냈다. 이들의 첫 만남을 그린 장면도 어색함을 면치 못했다.
임다영은 광고회사의 인턴이다. 임다영의 인턴 생활이 ‘당신의 하우스헬퍼’ 첫 회에서 유일하게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각박한 세상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지 불투명한 가운데 월급 150만원을 받으며 회사에서 온갖 투명인간 취급과 더불어 때로는 인간 메뉴판, 때로는 인간 복사기·텔레마케터가 되기도 하는 임다영의 일상은 지금 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현실이었다.
보나는 안정적인 연기로 생명의 전화까지 하게 되는 임다영의 고충을 몰입도 있게 표현했다. 임다영은 정직원들이 또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기들끼리만 회식을 하러 간 상태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회사에 혼자 남아 일을 했다. 그러다 자기가 가방을 놓고왔으니 가져오라는 선배의 말에 2차 회식 장소였던 노래방을 가게 됐고 살기 위해 춤과 노래까지 춰야 했다. 회식이 끝난 후에는 취한 정직원에게 “인턴이 정규직 되는 경우는 없대. 다영씨가 휴지야? 인턴을 왜 뽑아요. 휴지나 뽑지”라는 말까지 을 들어야 했다.한강을 터덜터덜 걸으며 집에 오는 길, 임다영은 생명의 전화를 걸게 됐다. “아무말이나 다 해도 들어주시나요?”라고 상담원에게 조심스레 질문한 보나가 꺼낸 첫 마디는 “배고파요”였다. 이후 “저는 메뉴판이 아닌데. 전화 상담기도 아니고 복사기도 아닌데요. 뭐가 힘드나면요. 다 힘들어요”라고 다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다 김지운을 우연히 만났다. 임다영은 김지운에게 할 말이 있다고 다가갔고, 생명의 전화 상담원이 그새 연락한 경찰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가게 됐다. 다음 회에서는 김지운이 임다영 집의 하우스헬퍼로 와 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임다영의 집에서 같이 거주하는 ‘몽돌삼총사’ 멤버인 주얼리 디자이너 윤상아(고원희), 한소미(서은아)와 이들의 친구 강혜주(전수진)는 첫 방송 전까지 드라마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상파 드라마임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력은 실망스러웠다.부자연스러운 상황 연출 또한 초반의 CG 장면 이후에도 계속 등장했다. 회사생활의 부침을 뒤로하고 캔맥주 하나 따서 집에 들어가는 임다영이 목격한 ‘태풍 속의 남자’ 장면과 김지운이 몰카를 촬영한 것으로 의심받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임다영은 갑자기 골목길에서 거센 태풍이 몰아치는 걸 목격했고 그 속에서 자신이 버린 비닐들이 떼로 덤빈다며 걸어나오는 남자와 마주쳤다. 웃음이 나오지도 않고 몰입이 되지도 않아 왜 들어갔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장면이었다. 또 건물의 화장실에서 청소하고 있던 김지운은 갑자기 한 여성에게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있지 않으냐며 오해를 받았다. 물론 아니었다. 드라마 밖 현실 속의 여성들은 화장실 몰카 문제로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여성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연출로 그 장면을 넣었어야 하는지, 김지운의 청소 잘하는 능력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과연 그 방법밖에는 없었는지 의문을 자아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영하는 것이 드라마의 순기능 아니었던가.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단지 소재의 신선함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지난 4일 방영된 KBS2 ‘당신의 하우스헬퍼’ 방송화면 캡처.
“나는 하우스헬퍼다. 내 도움을 받으려면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당신의 민낯을 기꺼이 보여주어야 한다.”지난 4일 처음 방송된 KBS2 새 수목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에서 정리 컨설턴트(하우스헬퍼)를 맡은 김지운(하석진)의 독백이다. 일에 있어서 까칠한 완벽주의자인 김지운은 정리정돈을 잘 안하고 사는 사람을 목격하거나 청소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면 속으로 이같이 생각했다.‘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다.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정리 컨설턴트를 전면에 내세워 이야기를 풀어간다. 배우들도 새로운 얼굴이 많아 기대를 높였다. 신선한 시도였고 주목받을 만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시작부터 불안했다. 연출도, 조연들의 연기도 어색해 시청자들의 마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드라마 초반에 등장한 CG였다. 드라마는 김지운이 한 노인의 집을 청소해주는 장면으로부터 전개됐다. 그 노인은 김지운이 한달 째 정리정돈을 맡은 집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집을 떠나면 물건들은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되돌아가 있었다. 노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순간 갑자기 연고와 대일밴드 등이 움직이고 말소리를 내며 김지운에게 신호를 보냈고 노인이 등장하자 원래 상태로 돌아갔다. 그리고 김지운은 그 연고, 밴드 등과 대화도 나눴다. 연출진은 마치 영화 ‘토이스토리’에서 장난감들이 움직일 때 느껴지는 생동감을 노렸던 걸까. 마치 애니메이션에 등장할 것 같은 배경음과 어색한 CG는 몰입도를 방해하는 시너지로만 그치고 말았다.김지운이 노인의 집 옥상에 있다가 아무런 기초 지식 없이 빨래를 너는 듯한 임다영(보나)을 보게 됐다. 김지운은 임다영을 보고 “빨래랑 똑같네”라고 말했다. 그러자 임다영은 “빨래랑 나랑 똑같애? 쭈굴쭈굴? 아니 저 양반이 진짜”라고 화를 냈다. 이들의 첫 만남을 그린 장면도 어색함을 면치 못했다.
임다영은 광고회사의 인턴이다. 임다영의 인턴 생활이 ‘당신의 하우스헬퍼’ 첫 회에서 유일하게 공감을 자아내는 부분이었다. 각박한 세상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었다. 정규직으로 전환될 지 불투명한 가운데 월급 150만원을 받으며 회사에서 온갖 투명인간 취급과 더불어 때로는 인간 메뉴판, 때로는 인간 복사기·텔레마케터가 되기도 하는 임다영의 일상은 지금 시대를 사는 누군가의 현실이었다.
보나는 안정적인 연기로 생명의 전화까지 하게 되는 임다영의 고충을 몰입도 있게 표현했다. 임다영은 정직원들이 또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자기들끼리만 회식을 하러 간 상태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회사에 혼자 남아 일을 했다. 그러다 자기가 가방을 놓고왔으니 가져오라는 선배의 말에 2차 회식 장소였던 노래방을 가게 됐고 살기 위해 춤과 노래까지 춰야 했다. 회식이 끝난 후에는 취한 정직원에게 “인턴이 정규직 되는 경우는 없대. 다영씨가 휴지야? 인턴을 왜 뽑아요. 휴지나 뽑지”라는 말까지 을 들어야 했다.한강을 터덜터덜 걸으며 집에 오는 길, 임다영은 생명의 전화를 걸게 됐다. “아무말이나 다 해도 들어주시나요?”라고 상담원에게 조심스레 질문한 보나가 꺼낸 첫 마디는 “배고파요”였다. 이후 “저는 메뉴판이 아닌데. 전화 상담기도 아니고 복사기도 아닌데요. 뭐가 힘드나면요. 다 힘들어요”라고 다친 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다 김지운을 우연히 만났다. 임다영은 김지운에게 할 말이 있다고 다가갔고, 생명의 전화 상담원이 그새 연락한 경찰 때문에 경찰서에 끌려가게 됐다. 다음 회에서는 김지운이 임다영 집의 하우스헬퍼로 와 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임다영의 집에서 같이 거주하는 ‘몽돌삼총사’ 멤버인 주얼리 디자이너 윤상아(고원희), 한소미(서은아)와 이들의 친구 강혜주(전수진)는 첫 방송 전까지 드라마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상파 드라마임에도 다듬어지지 않은 연기력은 실망스러웠다.부자연스러운 상황 연출 또한 초반의 CG 장면 이후에도 계속 등장했다. 회사생활의 부침을 뒤로하고 캔맥주 하나 따서 집에 들어가는 임다영이 목격한 ‘태풍 속의 남자’ 장면과 김지운이 몰카를 촬영한 것으로 의심받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임다영은 갑자기 골목길에서 거센 태풍이 몰아치는 걸 목격했고 그 속에서 자신이 버린 비닐들이 떼로 덤빈다며 걸어나오는 남자와 마주쳤다. 웃음이 나오지도 않고 몰입이 되지도 않아 왜 들어갔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장면이었다. 또 건물의 화장실에서 청소하고 있던 김지운은 갑자기 한 여성에게 몰래카메라를 촬영하고 있지 않으냐며 오해를 받았다. 물론 아니었다. 드라마 밖 현실 속의 여성들은 화장실 몰카 문제로 심각하게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여성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는 연출로 그 장면을 넣었어야 하는지, 김지운의 청소 잘하는 능력을 부각시키는 장면이 과연 그 방법밖에는 없었는지 의문을 자아냈다. 시대를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 반영하는 것이 드라마의 순기능 아니었던가.
‘당신의 하우스헬퍼’가 단지 소재의 신선함을 넘어서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많은 숙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신의 하우스헬퍼’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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