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SBS ‘런닝맨’의 배우 이광수.

이광수는 배우다. 그런데도 그를 코미디언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가 아니라 웃기기 때문이다. 좀 더 명확하게 얘기하자면 그는 PD나 작가가 의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그를 두고 ‘예능신’이 강림했다고 말한다. SBS ‘런닝맨’에서 ‘꽝손’이라 불릴 정도로 온갖 좋지 않은 상황은 전부 그의 몫이다. 시청자는 이광수가 억울해하는 모습에서 폭소를 터트린다. 유재석, 김종국 등 출연진들조차도 놀란다. 제작진은 거듭 “짠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한다. 그렇다고 ‘어쩌다 예능신’도 아니다. 그저 ‘운빨’로 웃겼다면 이광수의 성장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지나칠정도로 오버하고 배우임을 잊어버린 듯 서슴없이 망가진다.지난 15일 방송된 ‘런닝맨’에서 이광수는 난데없는 ‘갯벌행’으로 ‘핵웃음’을 유발했다. 이날 방송에선 숨어있는 상대팀 멤버를 쫓아가 터치해 공격하고, 상대팀 박스 안에 있는 깡통을 차면 승리하는 ‘너 아웃 깡통차기’라는 단순한 게임이 펼쳐졌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스태프들이 둘러싸고 있는 정해진 장소 안에서 숨거나 도망친 반면 이광수는 느닷없이 갯벌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긴 다리가 갯벌에 푹푹 빠지는 모양만으로도 웃겼지만, 얘기치 못한 상황 탓에 벌어진 뒷 이야기가 더 큰 재미를 선사했다.

이광수는 게임이 끝난 줄도 모르고 갯벌을 지나 바다까지 들어갔다. 급기야 그를 말리기 위해 조연출이 나섰고, 갯벌에 빠진 이광수를 구하려다 함께 넘어져 만신창이가 됐다. 그 과정에서 신발 한 짝까지 사라져 스태프들이 수색에 나섰다. 이광수는 먼 바다까지 나간 스태프들을 향해 “미안해요! 협찬이라 그래요”라고 애절하게 소리를 질러 웃음을 자아냈다.

누군가에게는 ‘오버’로 비춰질 수 있지만 이광수는 남다른 승부욕으로 또 한 번의 명장면을 탄생시켰다. ‘이광수 레전드’가 또 한 건 늘어난 셈이다.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는 ‘이광수 레전드’ 영상이 화제다. 배꼽 빠지게 웃기는 장면들이 ‘모음’으로 올라와있다.
‘런닝맨’ 이광수 활약/ 사진=SBS ‘런닝맨’ 방송화면

2010년 이광수가 ‘런닝맨’에 처음 출연 했을때만 해도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 런닝맨’은 당시 ‘무한도전’의 유재석이 출연하는 또 하나의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무한도전’에서 함께하고 있는 하하와 ‘X맨’ ‘패밀리가 떴다’를 함께한 김종국, 잘생긴 신예 송중기의 예능 고정 출연 등에 시선이 쏠렸다.

인기리에 방송된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얼굴을 알린 이광수는 유재석, 김종국, 지석진 등 경험이 풍부한 ‘예능 대선배’들 사이에서 쉽사리 기를 펴지 못했다.’런닝맨’에 출연하기 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한 경험은 있지만 캐릭터를 구축하고, 멤버들 간 호흡이 중요한 ‘예능 고정’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카메라 밖에서 낯가림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수는 ‘런닝맨’ 초반 ‘병풍’과도 같았다. 하지만 190cm의 큰 키와 긴 얼굴이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모델 활동 때 만들어진 복근 등 잔근육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면 날아갈 듯한 약골 이미지는 곧 ‘웃음’의 재료가 됐다.

이광수에게 ‘기린’이라는 별명이 생기면서 캐릭터가 확실해졌다. 그는 각각의 멤버들과도 케미를 다지기 시작했다. 힘센 김종국에게 주눅이 들다가도 몰래 때리고 도망가거나 여배우 송지효에게는 남자친구들에게 대하듯 과격하게 행동했다. 나이 많은 형 지석진을 깍듯이 대하면서도 골탕 먹였다. 이광수는 멤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과감하게 행동했다. 실제 성격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아무렇지 않게 배신을 일삼았다. 급기야 ‘배신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최근에는 배우 전소민과 때론 연인처럼, 때론 친남매처럼 티격태격하며 또 다른 재미를 뽑아내고 있다.

이광수는 ‘런닝맨’에 처음 출연한 2010년 SBS 연예대상에서 ‘예능 뉴스타상’을 수상한 이후 2011년 신인상, 2014년 우수상, 2016년엔 최우수상을 탔다. 그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지난해 초 ‘런닝맨’이 존폐 여부를 논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을 때도 이광수는 굳건했다. 오히려 더 과감해졌고 재미를 선사하는 주축 멤버로 큰 활약을 펼쳤다.그러면서도 본업이 배우여서 ‘런닝맨’ 이외의 예능 프로그램에 다발적으로 출연하는 대신 영화나 드라마에 집중했다. tvN 토일드라마 ‘라이브’만 봐도 그렇다. 처음엔 중앙경찰학교를 막 졸업한 어리숙한 경찰로 보였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의 연기는 진지함을 더해간다. 범인을 잡으려고 이를 악물고 뛰는 모습은 ‘런닝맨’에서의 이광수와는 또 다르다.

하지만 예능에서만큼은 배우의 이미지를 버린다. 정해진 캐릭터나 ‘운’에 맡기지 않고 오버한다. 분장과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이었다. 남들보다 한 번 더 나서고, 남들이 안하는 행동을 했다. 억지스럽기보다 자연스러웠다. 배우인 그가 ‘런닝맨’에서 8년간 고정 멤버로 출연하며 인기를 견인하는 ‘ 축’이 된 이유다.

‘범인은 바로 너’ 유재석-이광수/ 사진=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예고 영상
요즘 이광수를 보고 있으면 물이 오른 걸 넘어서서 폭주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성장을 거듭한 그는 완전한 ‘예능인’이 됐다. 국민 MC 유재석도 그를 품에 안았다. ‘런닝맨’에 이어 오는 5월 넷플릭스(Netflix)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에 유재석과 함께 출연한다.

‘범인은 바로 너!’는 서로 다른 개성과 매력을 지닌 7명의 허당탐정단이 에피소드마다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 예능이다. 유재석, 이광수를 비롯해 안재욱, 김종민, 이광수, 박민영, 세훈(EXO), 세정(구구단)까지 색다른 조합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광수는 엉뚱한 추리와 몸개그로 예능감을 방출할 예정이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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