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루기 직전, 비겁하게 자신을 숨기지 않고 용기를 낸 이이경의 말이다. 지난 17일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가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5일 시작해 20회를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연인 강서진(고원희)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너”라고 고백한 이준기(이이경)를 비롯해 강동구(김정현)와 한윤아(정인선), 봉두식(손승원)과 민수아(이주우)까지 모두 웃으며 끝을 장식했다.‘와이키키’는 망할 위기에 놓인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친한 친구인 동구, 준기, 두식이 어렵게 모은 돈으로 차린 게스트하우스는 좀처럼 장사가 되지 않았고, 급기야 ‘싱글맘’ 윤아의 등장으로 엄마와 어린 아기까지 같이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저마다 꿈이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의 벽에서 머뭇거리는 청춘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 공감을 샀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고뇌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의 일상을 우울하거나 뻔하게 담아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발한 사건, 사고로 가득 채웠다. 시청자들은 실컷 웃었고, 제작진은 그 웃음 안에 씁쓸한 현실과 또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녹였다.
◆ “기분 좋은 월요일”…아주 유쾌한 청춘 드라마‘와이키키’의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는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와 시트콤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억지웃음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힘든 세상을 살며 스트레스를 받은 시청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시트콤’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이야기의 폭을 넓힌 덕분에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무엇보다 ‘논스톱3’ ‘안녕, 프란체스카’ ‘김치치즈스마일’ ‘롤러코스터2’ ‘푸른거탑’ 등 다양한 시트콤을 완성한 김기호 작가가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았다. 지나치지 않게, 정도를 잘 지키며 웃음을 유발했다.
‘와이키키’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구와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는 열정 넘치는 배우 준기, 무직이나 다름없는 프리랜서 작가 두식이 처한 상황을 소개한 뒤 바로 윤아와 그의 딸 솔이를 투입시켰다. 세 남자와 동구의 여동생 서진, 새 식구가 된 윤아의 개성과 콤플렉스를 다루며 배꼽 잡는 일화를 쌓았다.수아와 헤어지고 방황하는 동구는 윤아를 만나면서 활기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판매용으로 전시된 간이 화장실에서 급한 용변을 해결하는 등 처절하고 지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극 초반의 사건으로, 시청자들이 경계를 풀고 웃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혼자 갓난아기를 키우며 살아가는 윤아에게 마음을 뺏긴 동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묵묵히 윤아를 도우며 사랑을 표현했다.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가장 먼저 사랑을 이뤘다. 동구는 영화감독이란 꿈에도 한걸음 다가갔다. 그는 마지막 회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두바이로 떠나면서 윤아에게 “평생 옆에 있겠다”는 고백도 들었다. 솔이 역시 “아빠”라고 해 벅찬 마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준기도 서진에게 “세상 어떤 것보다 네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사랑한다”고 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사실이 아닌 열애설에도 침묵했던 그는 비겁하지 않은 길을 택했다.서서히 끓어오른 두식과 수아의 핑크빛 기류도 포착했다. ‘와이키키’는 마지막 회까지 뻔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수아는 수면 내시경을 하면서 두식에게 “좋아한다”고 털어놨고, 두식도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갔다.
세 사람 모두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다채로운 표정으로 인물의 상황과 성격을 맛깔나게 살렸다.
김정현은 앞서 출연한 드라마 ‘학교 2017’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묵직한 카리스마와 반항아적인 분위기를 풍겼으나, ‘와이키키’에서는 꿈 앞에 좌절하고 사랑 앞에 보잘 것 없는 남자였다.
연기 변신은 손승원도 마찬가지. 전작인 드라마 ‘청춘시대2’에서 조용하고 섬세한 인물을 표현했던 그는 이번엔 어눌한 말투와 꺼벙한 얼굴로 극에서 의외의 재미를 담당했다.
가장 박수를 받은 건 이이경이다. 극 중에서도 배우로 나온 그는 웃을 수밖에 없는 분장으로 이목을 끌고, 어떤 망가짐도 불사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더해 매회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온몸을 바쳐 연기하고 있다. 주위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냐?’고 할 정도”라고 한 이이경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고백부부’에 이어 ‘와이키키’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다.
1996년 드라마 ‘당신’을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한 정인선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윤아라는 인물을 잘 그려냈다. 실수 연발에 엉뚱하고 눈치 없는 인물을 귀엽게 살렸고, 딸과 꿈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씩씩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응원도 한 몸에 받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살던 대로 살 거야, 대책 없고 철 없이. 그리고 비겁하지 않게.”그토록 바라던 꿈을 이루기 직전, 비겁하게 자신을 숨기지 않고 용기를 낸 이이경의 말이다. 지난 17일 JTBC 월화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극본 김기호 송지은 송미소, 연출 이창민, 이하 ‘와이키키’)가 막을 내렸다. 지난 2월 5일 시작해 20회를 끝으로 여정을 마무리 지었다. 연인 강서진(고원희)에게 “가장 소중한 건 너”라고 고백한 이준기(이이경)를 비롯해 강동구(김정현)와 한윤아(정인선), 봉두식(손승원)과 민수아(이주우)까지 모두 웃으며 끝을 장식했다.‘와이키키’는 망할 위기에 놓인 게스트하우스 와이키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친한 친구인 동구, 준기, 두식이 어렵게 모은 돈으로 차린 게스트하우스는 좀처럼 장사가 되지 않았고, 급기야 ‘싱글맘’ 윤아의 등장으로 엄마와 어린 아기까지 같이 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저마다 꿈이 있지만 녹록하지 않은 현실의 벽에서 머뭇거리는 청춘들의 삶을 생생하게 담아 공감을 샀다.
하지만 ‘와이키키’는 고뇌하고 좌절하는 청춘들의 일상을 우울하거나 뻔하게 담아내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발한 사건, 사고로 가득 채웠다. 시청자들은 실컷 웃었고, 제작진은 그 웃음 안에 씁쓸한 현실과 또 한 번 힘을 낼 수 있는 용기를 녹였다.
◆ “기분 좋은 월요일”…아주 유쾌한 청춘 드라마‘와이키키’의 연출을 맡은 이창민 PD는 방송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와 시트콤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억지웃음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힘든 세상을 살며 스트레스를 받은 시청자들이 하루 일과를 마치며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은 이뤄졌다. 첫 회부터 시청자들의 호응이 쏟아졌다. ‘시트콤’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이야기의 폭을 넓힌 덕분에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무엇보다 ‘논스톱3’ ‘안녕, 프란체스카’ ‘김치치즈스마일’ ‘롤러코스터2’ ‘푸른거탑’ 등 다양한 시트콤을 완성한 김기호 작가가 이야기의 중심을 잘 잡았다. 지나치지 않게, 정도를 잘 지키며 웃음을 유발했다.
‘와이키키’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동구와 어떤 역할이든 소화하는 열정 넘치는 배우 준기, 무직이나 다름없는 프리랜서 작가 두식이 처한 상황을 소개한 뒤 바로 윤아와 그의 딸 솔이를 투입시켰다. 세 남자와 동구의 여동생 서진, 새 식구가 된 윤아의 개성과 콤플렉스를 다루며 배꼽 잡는 일화를 쌓았다.수아와 헤어지고 방황하는 동구는 윤아를 만나면서 활기를 찾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판매용으로 전시된 간이 화장실에서 급한 용변을 해결하는 등 처절하고 지질한 모습을 보여줬다. 극 초반의 사건으로, 시청자들이 경계를 풀고 웃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혼자 갓난아기를 키우며 살아가는 윤아에게 마음을 뺏긴 동구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묵묵히 윤아를 도우며 사랑을 표현했다. 극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가장 먼저 사랑을 이뤘다. 동구는 영화감독이란 꿈에도 한걸음 다가갔다. 그는 마지막 회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두바이로 떠나면서 윤아에게 “평생 옆에 있겠다”는 고백도 들었다. 솔이 역시 “아빠”라고 해 벅찬 마음으로 환하게 웃었다.
준기도 서진에게 “세상 어떤 것보다 네가 가장 소중하다는 걸 알았다. 사랑한다”고 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사실이 아닌 열애설에도 침묵했던 그는 비겁하지 않은 길을 택했다.서서히 끓어오른 두식과 수아의 핑크빛 기류도 포착했다. ‘와이키키’는 마지막 회까지 뻔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수아는 수면 내시경을 하면서 두식에게 “좋아한다”고 털어놨고, 두식도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서로에게 다가갔다.
사진=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 방송화면 캡처
◆ “재발견의 향연”…제대로 망가진 ‘대세’ 배우들‘와이키키’를 살린 건 배우들의 활약이었다.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연기자들로 구성해 우려도 있었다. 풋풋한 반면 자칫 엉성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정현, 이이경, 손승원은 첫 회에서 이 같은 시선을 말끔히 씻었다. 마지막 회에서는 세 사람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으로 이어졌다.세 사람 모두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다채로운 표정으로 인물의 상황과 성격을 맛깔나게 살렸다.
김정현은 앞서 출연한 드라마 ‘학교 2017’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묵직한 카리스마와 반항아적인 분위기를 풍겼으나, ‘와이키키’에서는 꿈 앞에 좌절하고 사랑 앞에 보잘 것 없는 남자였다.
연기 변신은 손승원도 마찬가지. 전작인 드라마 ‘청춘시대2’에서 조용하고 섬세한 인물을 표현했던 그는 이번엔 어눌한 말투와 꺼벙한 얼굴로 극에서 의외의 재미를 담당했다.
가장 박수를 받은 건 이이경이다. 극 중에서도 배우로 나온 그는 웃을 수밖에 없는 분장으로 이목을 끌고, 어떤 망가짐도 불사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능청스러운 연기를 더해 매회 시청자들에게 호평받았다. 제작발표회 당시 “온몸을 바쳐 연기하고 있다. 주위에서 ‘이렇게 망가져도 되냐?’고 할 정도”라고 한 이이경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다. 그는 지난해 드라마 ‘고백부부’에 이어 ‘와이키키’로 자신만의 색깔을 찾았다.
1996년 드라마 ‘당신’을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한 정인선도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윤아라는 인물을 잘 그려냈다. 실수 연발에 엉뚱하고 눈치 없는 인물을 귀엽게 살렸고, 딸과 꿈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씩씩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응원도 한 몸에 받았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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