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김남주가 6년 만에 JTBC 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면서 한 말이다. 1994년 데뷔해 24년째 배우로 살면서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6년 동안 아이들의 엄마로 지내면서 너무 편해진 탓에, 걸음걸이부터 서 있는 자세까지 고쳤다고 한다. 준비할 게 많았지만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신인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앵커 역할이었고, 원숙한 사랑 이야기까지 녹아있어서다. 남편이자 배우 김승우가 적극 추천해 잡은 ‘미스티’로 6년 공백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첫 회가 나가자마자 좋은 평가가 쏟아졌고, 그 중심엔 김남주가 있었다. 그가 걸친 고혜란의 옷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역시 김남주”라는 소리는 마지막 회까지 이어졌다.
10. ‘미스티’에서는 빠져나왔나요?
김남주 : 아직까지는 고혜란의 모습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들도 “엄마, 학교에 고혜란처럼 하고 와”라고 할 정도예요.(웃음)10. 자녀들의 학교 모임에도 자주 가나요?
김남주 : 그럼요. 자주 나가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죠.(웃음) 큰 애는 중학교 1학년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10. ‘미스티’ 인기를 피부로 느끼죠?
김남주 : 큰 애가 딸인데, 그러더군요. 학교에서 “너는 범인이 누군지 알지? 빨리 가르쳐줘”라고요.(웃음) 한 선생님은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대요. 하하.
10. 아이들도 ‘미스티’를 다 봤나요?
김남주 : 1회부터 3회까지는 청소년 관람불가였기 때문에 일부 장면을 뛰어 넘기고 대충 보여줬어요. 아이들이 초반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뒤로 갈수록, 특히 재판 장면이 나올 땐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범인 누구야?”라고 묻기도 하고요.(웃음)10. 아이들이 엄마의 연기를 제대로 본 게 ‘미스티’가 처음이겠군요.
김남주 : 그렇죠, 아주 어릴 때는 기억이 안 나니까요. 촬영 메이크업을 하고 집에 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미스티’를 하면서 한 번은 일찍 마쳐서 그대로 하고 집에 갔어요. 아들이 깜짝 놀라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배우들은 드라마를 할 때 빛이 나요. 화장을 지워도 그 역할의 빛이 유지돼요. 작품이 끝나면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요.(웃음) 아이들이 그전엔 학교 올 때, 예쁘게 하고 오라고 그랬어요. 하하. “왜, 엄마가 창피해?”라고 물었더니 큰 애가 “아니 엄마는 유명한 사람이니까”라더군요. 요즘 젊은 엄마들이 얼마나 예뻐요, 저는 정말 편하게 하고 다니는 편이에요. 딸이 고혜란처럼 하고 학교 한 번 와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너무 기대를 해서, 당분간은 고혜란처럼 하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10. 종편에는 처음 출연하는 것이어서 시청률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남주 : 오히려 시청률 부담이 덜했어요. 지상파였으면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미스티’를 JTBC에서 해서 더 좋았고요. 간혹 쓰지 않을 것 같은데 찍는,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덜어낼 것 같은데…’ 싶은 장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방송을 보면 그 장면이 안 나오죠. 그런데 ‘미스티’는 덜어낸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찍은 건 모두 나왔죠. 방송 시간이 넘치더라도 다 살렸어요. JTBC에서도 허락을 한 거고요. 사실 3회까지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내보낸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JTBC여서 가능했던 것 같고, 모완일 PD가 장면을 다 살리고 색깔을 분명하게 지켰던 게 좋았습니다.
10. 6년 만에 복귀여서 방송 환경의 변화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김남주 : 우선 제 나이가 가장 많을 정도예요. 예전엔 제가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받는 입장이 됐죠.(웃음) 그리고 카메라가 더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예전엔 마이크 노출되면 다시 찍어야 했는데,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지운다고 하고요.(웃음) 가장 신기했던 건 카메라에 배우의 어깨가 걸리면 NG를 외쳤는데, 요즘은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도 카메라 방향을 옮겨서 찍더라고요. 연기자들에게 배려를 많이 하는 것 같고, 카메라 각도도 훨씬 다양해졌어요.
김남주 :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잘 될 것 같았어요. 저는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 구성이 워낙 탄탄했어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제가 천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했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니까요. 이렇게까지 칭찬을 받아도 되는 건가, 하고요. 고혜란이란 인물이 이렇게나 뜰지 몰랐어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장르물이어서 걱정도 좀 했죠. 제작진과 이야기 나누면서 “만약 시청률 안 나오면 화제성으로 가자”고 했어요. 또 모완일 PD를 탓하기로 하고요.(웃음) 기대 이상의 호평,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0. 큰 사랑을 받았는데 JTBC는 시상식이 없어서 아쉽진 않나요?
김남주 : 충분히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작품이 백상예술대상 후보에는 올랐다고 하더군요.(웃음)10.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이 강태욱(지진희)이라는 건 초반에 알고 있었죠?
김남주 : 처음 대본 받았을 때부터 알았어요. 남편 김승우 씨가 먼저 대본을 보기 때문에 그도 알았고요.(웃음)
10.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나요?
김남주 : 개인적으로 세련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봐온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파격적인 결말을 쓸 수 있는 작가였죠. ‘미스터리 격정 멜로’라는 드라마 소개말처럼, 장르 드라마다운 결말이었어요. 시청자들이 태욱과 혜란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실망하셨는데, 저는 연기자로서 극에 흐름으로 보니까 좋았거든요. 시청자들의 마음이 그렇게 큰 줄 몰랐어요.(웃음) 16회 대본을 받고, 끝까지 강렬하다고 생각했죠. 그 대본을 보고 임태경(하명우 역), 지진희와 서 있는 연기를 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10. 시청자들은 범인이 지진희여서 충격을 받았죠.
김남주 : 11회부터 범인을 태욱으로 몰아가다가 15회 끝에 제가 “당신이었어?”라고 묻고, 태욱이 “응”이라고 대답했잖아요. 그 방송이 나가고 사진작가 오중석 씨에게 문자가 왔어요. ‘이제 알려줘도 되지 않나?’라면서요. 태욱이 “응”이라고 했는데, 안 믿는거예요. 하하하. 모두가 ‘반전이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10. 드라마여서, 시청자 반응을 보며 결말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네요.
김남주 : 반 사전제작인데다, 강태욱이 범인이라는 걸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았던 드라마예요. 혜란의 변호를 맡고 중간중간 태욱이 신호를 줬는데, 눈치채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표정이 아닐 거라고 말이죠. 어쨌든 작가가 철저하게 계산하고 쓴 것이고, 마지막 회를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작가가 그러더군요. “해외에 좀 나가있어야 할 것 같다”고요.(웃음) 시청자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계획대로 가는 것도 우리 작품의 색깔이었어요. 타협하지 않고 아주 뻔하지 않게, 그동안 없던 장르를 만들어냈죠.
김남주 : 어떻게 살아왔고, 얼마나 강한 여자인지 표현하려고 통쾌한 발언을 하는게 5회까지 이어졌어요. 그렇다고 우리 드라마가 한 여자의 성공기를 그리는 드라마는 아닌데, 그 부분에 시청자들이 확 반응을 한거예요. 모 PD도 편집을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고 해요. ‘여기서 반응이 오겠구나’라고요. 마지막 장면은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목표와 성공을 위해 지독하게 사는 게 과연 행복인가, ‘진정한 행복’을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해요. “행복하니?”라는 한마디에 모든 걸 담은 것 같습니다. 악착같이 사는 고혜란을 저 김남주가 봤을 땐,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고혜란은 무서우면서도 멋있는 여자죠.
10. 앵커니까, 연기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습니까?
김남주 : 제 기억에 남아있는 앵커는 백지연 아나운서와 김주하 아나운서 정도예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 JTBC 안나경 아나운서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요즘은 예전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미스티’에서 저는 후배에게 자리를 위협받는 나이 든 앵커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백지연, 김주하 아나운서의 모습을 조금 찾아봤어요. 많이 보진 않았고요.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지만, 고혹적이고 섹시한 매력도 내고 싶어서 헤어스타일도 조금은 여성스럽게 웨이브를 넣었어요. 마른 몸매를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도 했고요. 태닝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백지연 같다’는 말도 들었죠. 누구 한 명의 롤모델을 정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짜깁기해서 고혜란을 완성했습니다.
10. ‘미스티에서 고혜란은 37세인데, 실제 나이보다 어려서 부담은 없었나요?
김남주 : 방송 전에는 욕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열 살 차이가 나니까요. 마흔일곱에 시작해서 마흔여덟에 ‘미스티’를 끝냈네요.(웃음) 나이 생각하면, 슬퍼요.
10. 고혜란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산 인물이었어요. 어떻게 연기했나요?
김남주 : 고혜란은 굉장히 강한 여성이에요. 완벽하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저나, 우리 직장 여성들 모두 그렇잖아요. 그래서 공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실 1, 2회에서는 후배를 밟고 올라가면서 악랄하게 보일 텐데…, 걱정 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저럴 수 있다’고 고혜란에게 이입을 해주셨죠. 저도 공감했어요.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거든요. 유학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돌아오면 제 자리가 없을까 봐, 그게 겁나서 못갔죠. 과감하게 떠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군요.
10. 고혜란을 통해 대리만족도 했죠?
김남주 : 맞아요, 그런 점도 있어요. 저는 원래 눈치도 많이 보고, 주위 사람들 신경 쓰느라 피곤한 스타일이에요.(웃음) 자기 밖에 모르는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조금 바뀐 점도 있어요. 가장 희열을 느낀 건 ‘뉴스나인’ 앵커 자리에 앉아 있을 때였어요. 모든 조명이 저만 비추고, 사람들이 다 제 앞에 서 있잖아요. 그 뉴스 세트장 허물 때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걸 허물고 마지막 회에 나온 ‘고혜란의 인터뷰’ 세트를 지은 건데, 그래서 더 그 장면을 찍을 때 몰입이 잘 됐어요. 봄날이 왔고, 고혜란은 그렇게 화사한 옷을 입고 있는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잖아요. 가장 슬픈 결말인 거죠.
[TEN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배우 김남주 / 사진제공=더퀸AMC
“가슴이 떨리는 작품을 만났어요.”배우 김남주가 6년 만에 JTBC 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 연출 모완일)로 안방극장에 복귀하면서 한 말이다. 1994년 데뷔해 24년째 배우로 살면서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다. 6년 동안 아이들의 엄마로 지내면서 너무 편해진 탓에, 걸음걸이부터 서 있는 자세까지 고쳤다고 한다. 준비할 게 많았지만 놓치고 싶지는 않았다. 신인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앵커 역할이었고, 원숙한 사랑 이야기까지 녹아있어서다. 남편이자 배우 김승우가 적극 추천해 잡은 ‘미스티’로 6년 공백의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첫 회가 나가자마자 좋은 평가가 쏟아졌고, 그 중심엔 김남주가 있었다. 그가 걸친 고혜란의 옷이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역시 김남주”라는 소리는 마지막 회까지 이어졌다.
10. ‘미스티’에서는 빠져나왔나요?
김남주 : 아직까지는 고혜란의 모습을 원하는 분들이 있어요. 아이들도 “엄마, 학교에 고혜란처럼 하고 와”라고 할 정도예요.(웃음)10. 자녀들의 학교 모임에도 자주 가나요?
김남주 : 그럼요. 자주 나가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죠.(웃음) 큰 애는 중학교 1학년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4학년이에요.
10. ‘미스티’ 인기를 피부로 느끼죠?
김남주 : 큰 애가 딸인데, 그러더군요. 학교에서 “너는 범인이 누군지 알지? 빨리 가르쳐줘”라고요.(웃음) 한 선생님은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대요. 하하.
10. 아이들도 ‘미스티’를 다 봤나요?
김남주 : 1회부터 3회까지는 청소년 관람불가였기 때문에 일부 장면을 뛰어 넘기고 대충 보여줬어요. 아이들이 초반에는 이해를 못했는데 뒤로 갈수록, 특히 재판 장면이 나올 땐 재미있어 하더라고요. “범인 누구야?”라고 묻기도 하고요.(웃음)10. 아이들이 엄마의 연기를 제대로 본 게 ‘미스티’가 처음이겠군요.
김남주 : 그렇죠, 아주 어릴 때는 기억이 안 나니까요. 촬영 메이크업을 하고 집에 가는 일이 거의 없는데, ‘미스티’를 하면서 한 번은 일찍 마쳐서 그대로 하고 집에 갔어요. 아들이 깜짝 놀라 못 알아보더라고요.(웃음) 배우들은 드라마를 할 때 빛이 나요. 화장을 지워도 그 역할의 빛이 유지돼요. 작품이 끝나면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요.(웃음) 아이들이 그전엔 학교 올 때, 예쁘게 하고 오라고 그랬어요. 하하. “왜, 엄마가 창피해?”라고 물었더니 큰 애가 “아니 엄마는 유명한 사람이니까”라더군요. 요즘 젊은 엄마들이 얼마나 예뻐요, 저는 정말 편하게 하고 다니는 편이에요. 딸이 고혜란처럼 하고 학교 한 번 와달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사람들이 너무 기대를 해서, 당분간은 고혜란처럼 하고 다녀야 할 것 같아요.
10. 종편에는 처음 출연하는 것이어서 시청률 부담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김남주 : 오히려 시청률 부담이 덜했어요. 지상파였으면 더 부담스러웠을 것 같아요. ‘미스티’를 JTBC에서 해서 더 좋았고요. 간혹 쓰지 않을 것 같은데 찍는,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덜어낼 것 같은데…’ 싶은 장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방송을 보면 그 장면이 안 나오죠. 그런데 ‘미스티’는 덜어낸 장면이 하나도 없어요. 찍은 건 모두 나왔죠. 방송 시간이 넘치더라도 다 살렸어요. JTBC에서도 허락을 한 거고요. 사실 3회까지 19세 미만 관람불가 등급으로 내보낸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잖아요? JTBC여서 가능했던 것 같고, 모완일 PD가 장면을 다 살리고 색깔을 분명하게 지켰던 게 좋았습니다.
10. 6년 만에 복귀여서 방송 환경의 변화도 느꼈을 것 같습니다.
김남주 : 우선 제 나이가 가장 많을 정도예요. 예전엔 제가 인사를 하고 다녔는데, 받는 입장이 됐죠.(웃음) 그리고 카메라가 더 예쁘게 나오더라고요. 예전엔 마이크 노출되면 다시 찍어야 했는데,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CG)으로 지운다고 하고요.(웃음) 가장 신기했던 건 카메라에 배우의 어깨가 걸리면 NG를 외쳤는데, 요즘은 연기를 하고 있는 상황에도 카메라 방향을 옮겨서 찍더라고요. 연기자들에게 배려를 많이 하는 것 같고, 카메라 각도도 훨씬 다양해졌어요.
JTBC 드라마 ‘미스티’에서 고혜란 역을 맡은 김남주. / 사진제공=글앤그림
10. 시청률도 높았고, 호평도 한 몸에 받았습니다.김남주 :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잘 될 것 같았어요. 저는 드라마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야기 구성이 워낙 탄탄했어요.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제가 천운을 타고났다고 생각했죠. 당황스럽기까지 했다니까요. 이렇게까지 칭찬을 받아도 되는 건가, 하고요. 고혜란이란 인물이 이렇게나 뜰지 몰랐어요.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장르물이어서 걱정도 좀 했죠. 제작진과 이야기 나누면서 “만약 시청률 안 나오면 화제성으로 가자”고 했어요. 또 모완일 PD를 탓하기로 하고요.(웃음) 기대 이상의 호평,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0. 큰 사랑을 받았는데 JTBC는 시상식이 없어서 아쉽진 않나요?
김남주 : 충분히 시청자들의 반응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작품이 백상예술대상 후보에는 올랐다고 하더군요.(웃음)10. 케빈 리(고준)를 죽인 범인이 강태욱(지진희)이라는 건 초반에 알고 있었죠?
김남주 : 처음 대본 받았을 때부터 알았어요. 남편 김승우 씨가 먼저 대본을 보기 때문에 그도 알았고요.(웃음)
10. 결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없나요?
김남주 : 개인적으로 세련됐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봐온 드라마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파격적인 결말을 쓸 수 있는 작가였죠. ‘미스터리 격정 멜로’라는 드라마 소개말처럼, 장르 드라마다운 결말이었어요. 시청자들이 태욱과 혜란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 실망하셨는데, 저는 연기자로서 극에 흐름으로 보니까 좋았거든요. 시청자들의 마음이 그렇게 큰 줄 몰랐어요.(웃음) 16회 대본을 받고, 끝까지 강렬하다고 생각했죠. 그 대본을 보고 임태경(하명우 역), 지진희와 서 있는 연기를 하는데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10. 시청자들은 범인이 지진희여서 충격을 받았죠.
김남주 : 11회부터 범인을 태욱으로 몰아가다가 15회 끝에 제가 “당신이었어?”라고 묻고, 태욱이 “응”이라고 대답했잖아요. 그 방송이 나가고 사진작가 오중석 씨에게 문자가 왔어요. ‘이제 알려줘도 되지 않나?’라면서요. 태욱이 “응”이라고 했는데, 안 믿는거예요. 하하하. 모두가 ‘반전이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10. 드라마여서, 시청자 반응을 보며 결말을 바꿀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았네요.
김남주 : 반 사전제작인데다, 강태욱이 범인이라는 걸 철저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았던 드라마예요. 혜란의 변호를 맡고 중간중간 태욱이 신호를 줬는데, 눈치채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 표정이 아닐 거라고 말이죠. 어쨌든 작가가 철저하게 계산하고 쓴 것이고, 마지막 회를 다 같이 모여서 봤는데 작가가 그러더군요. “해외에 좀 나가있어야 할 것 같다”고요.(웃음) 시청자 반응에 흔들리지 않고 계획대로 가는 것도 우리 작품의 색깔이었어요. 타협하지 않고 아주 뻔하지 않게, 그동안 없던 장르를 만들어냈죠.
배우 김남주 / 사진=’미스티’ 방송화면 캡처
10. 마지막 회에서 “행복하니?”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혜란을 보며 마음 아팠을 것 같아요.김남주 : 어떻게 살아왔고, 얼마나 강한 여자인지 표현하려고 통쾌한 발언을 하는게 5회까지 이어졌어요. 그렇다고 우리 드라마가 한 여자의 성공기를 그리는 드라마는 아닌데, 그 부분에 시청자들이 확 반응을 한거예요. 모 PD도 편집을 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고 해요. ‘여기서 반응이 오겠구나’라고요. 마지막 장면은 작가가 시청자들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목표와 성공을 위해 지독하게 사는 게 과연 행복인가, ‘진정한 행복’을 돌아보게 만드는 메시지였다고 생각해요. “행복하니?”라는 한마디에 모든 걸 담은 것 같습니다. 악착같이 사는 고혜란을 저 김남주가 봤을 땐,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고혜란은 무서우면서도 멋있는 여자죠.
10. 앵커니까, 연기하면서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습니까?
김남주 : 제 기억에 남아있는 앵커는 백지연 아나운서와 김주하 아나운서 정도예요. 촬영을 시작하기 전 JTBC 안나경 아나운서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요즘은 예전보다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미스티’에서 저는 후배에게 자리를 위협받는 나이 든 앵커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백지연, 김주하 아나운서의 모습을 조금 찾아봤어요. 많이 보진 않았고요.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지만, 고혹적이고 섹시한 매력도 내고 싶어서 헤어스타일도 조금은 여성스럽게 웨이브를 넣었어요. 마른 몸매를 위해 식단 조절과 운동도 했고요. 태닝도 했습니다. 그랬더니 ‘백지연 같다’는 말도 들었죠. 누구 한 명의 롤모델을 정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짜깁기해서 고혜란을 완성했습니다.
10. ‘미스티에서 고혜란은 37세인데, 실제 나이보다 어려서 부담은 없었나요?
김남주 : 방송 전에는 욕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열 살 차이가 나니까요. 마흔일곱에 시작해서 마흔여덟에 ‘미스티’를 끝냈네요.(웃음) 나이 생각하면, 슬퍼요.
10. 고혜란은 특히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산 인물이었어요. 어떻게 연기했나요?
김남주 : 고혜란은 굉장히 강한 여성이에요. 완벽하려고 노력하죠.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저나, 우리 직장 여성들 모두 그렇잖아요. 그래서 공감을 많이 해주셨던 것 같아요. 사실 1, 2회에서는 후배를 밟고 올라가면서 악랄하게 보일 텐데…, 걱정 했어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저럴 수 있다’고 고혜란에게 이입을 해주셨죠. 저도 공감했어요. 어렸을 때 집이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거든요. 유학 가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돌아오면 제 자리가 없을까 봐, 그게 겁나서 못갔죠. 과감하게 떠나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군요.
10. 고혜란을 통해 대리만족도 했죠?
김남주 : 맞아요, 그런 점도 있어요. 저는 원래 눈치도 많이 보고, 주위 사람들 신경 쓰느라 피곤한 스타일이에요.(웃음) 자기 밖에 모르는 고혜란을 연기하면서 조금 바뀐 점도 있어요. 가장 희열을 느낀 건 ‘뉴스나인’ 앵커 자리에 앉아 있을 때였어요. 모든 조명이 저만 비추고, 사람들이 다 제 앞에 서 있잖아요. 그 뉴스 세트장 허물 때 정말 마음이 아프더군요. 그걸 허물고 마지막 회에 나온 ‘고혜란의 인터뷰’ 세트를 지은 건데, 그래서 더 그 장면을 찍을 때 몰입이 잘 됐어요. 봄날이 왔고, 고혜란은 그렇게 화사한 옷을 입고 있는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잖아요. 가장 슬픈 결말인 거죠.
[TEN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