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여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6대 임금 단종의 시점과 7대 임금 세조의 이야기를 다뤘다. 공현주는 극 중 단종에게 마음을 줬지만 세조와 인생길을 걷게 된 비운의 여인 혜빈정씨를 연기했다. 실제 역사에 허구를 가미한 작품이어서 그가 맡은 역은 만들어낸 인물이다.“생각보다 짧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고요, 산악회를 만들어서 등산도 다니고 있어요.”
크고 작은 역할로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지만 이번엔 무대 연기에 도전했다. 겁이 났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많이 망설였어요. 연기를 하면서 욕심이나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언젠가부터 욕심도 나고, 뭔가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바심도 생겼는데, 마침 ‘여도’의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망설임 없이 출연하기로 했죠.”연극은 관객의 입장에서만 봐왔던 터라 어색한 것 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다 같이 모여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일요일, 빨간 날도 다 같이 연습했어요.(웃음)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마치 고등학교, 대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어서 점점 친숙해지더라고요. 연습하러 가는 길이 즐거웠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한 달여를 출퇴근하는 회사원의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했다. 끼니를 다 챙기고 간식까지 먹으니 살도 붙었다며 웃었다.
공현주는 “‘여도’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혜빈정씨의 모티브가 된 근빈 박씨를 참고했다. 역사 책과 동영상 강의 등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다.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열정’으로 이어졌다.“더 이상 같은 역할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스스로 답답한 것도 있고 틀에 박히는 것만 같았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연극을 해볼까?’ 막연하게 꿈꿨어요. 그렇게 지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이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 가지 이미지만 보여드리면 지금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놓칠 것 같았어요. 겁이 났지만 선택했죠,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요.”
화려한 이미지, 정갈하게 준비된 모습. 이것이 대중이 바라보는 공현주이다. 그는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는데 연극에 사극, 또 엄마 역할을 한꺼번에 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여도’는 처음인 것 투성이었다. 극중 이성의 엄마로 애틋한 모성애도 보여줬다. 원했던 만큼 잘 표현하려고 애썼다.
“혹시 편견을 갖고 보실까 봐 대본 숙지도 잘 하고, 연습도 개인적인 일정을 배제해서라도 매일 가려고 했어요. 최선을 다했죠.(웃음)”공현주는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는 틀에 갇힌 연기와 달라서 전문 안무가에게 한국 무용도 배웠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몸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서다. 그의 노력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고, ‘여도’를 본 이들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혜빈 정씨는 감정이 명확해서 인물을 이해하기 쉬웠어요. 제 역할이 들어가서 이야기도 풍성해졌고요. 처음 하는 여러 작업이 힘들기보다 그동안 했던 것들과 또 다른 책임감이 느껴졌고, 행복했어요.”
무대에 오르면서도 계속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네 번째 줄 관객까지 환하게 보였지만, 마인드 컨트롤 효과를 봤다. 오히려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반응을 피부로 느끼는 건 신선했다.
“‘연극을 좀 더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이렇게 의지가 있을 때 해서 다행이에요. 어렸을 때 했으면 지금처럼 마냥 좋지 않았을 것 같고요.”
‘여도’에는 대선배부터 연극이 처음인 가수 출신 배우들도 여럿 출연했다. 공현주는 딱 중간의 입장이었다. 스스로를 “양쪽을 오가며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는 동료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는지 볼 수가 없어요. 연극은 오랜 시간 대본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연습하니까, 몰랐던 걸 많이 배웠어요.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걸 이번에 경험했죠.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배운 것보다 이 작품 하나를 통해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어었습니다.”
공연에 앞서 한 달 이상 같은 연기를 하는 게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단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을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을 즐기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접근했다. 반복적인 연기를 하면서도 늘 즐거웠고, 새로웠던 이유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공연장을 찾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첫 줄에 앉아 계셔서 눈이 마주쳤다. 감정의 애틋함이 더 커지고 뭉클했다.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잔상이 남아서 이후 공연을 할 때 부모님이 앉은 자리만 봐도 애틋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현주는 ‘여도’로 연극의 첫발을 뗐으니 앞으로도 좋은 연극을 통해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역할을 하면서 연극의 매력을 알았습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다려지고, 설렙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배우 공현주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공현주는 2001년 ‘SBS 슈퍼모델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했다. 올해로 17년째. 아나운서 같은 반듯한 이미지와 도회적인 외모, 나이에 비해 성숙한 분위기 때문인지 맡은 배역도 비슷한 느낌을 풍겼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이 피어오를 때, 그는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인 연극을 택했다. 지난 14일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연극 ‘여도'(연출 김도현)를 마치고 한숨 돌린 공현주를 만났다. 지난 1월 13일부터 2월 25일까지 이 작품에만 매진했다. 생애 처음으로 도전한 연극의 여운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여도’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6대 임금 단종의 시점과 7대 임금 세조의 이야기를 다뤘다. 공현주는 극 중 단종에게 마음을 줬지만 세조와 인생길을 걷게 된 비운의 여인 혜빈정씨를 연기했다. 실제 역사에 허구를 가미한 작품이어서 그가 맡은 역은 만들어낸 인물이다.“생각보다 짧게 끝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같이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는 여전히 연락하고 지내고요, 산악회를 만들어서 등산도 다니고 있어요.”
크고 작은 역할로 드라마,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 경험을 쌓았지만 이번엔 무대 연기에 도전했다. 겁이 났지만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많이 망설였어요. 연기를 하면서 욕심이나 조바심을 내지 않으려고 했어요. 언젠가부터 욕심도 나고, 뭔가 도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바심도 생겼는데, 마침 ‘여도’의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망설임 없이 출연하기로 했죠.”연극은 관객의 입장에서만 봐왔던 터라 어색한 것 투성이었다. 그중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다 같이 모여 연습하는 방식이었다.
“일요일, 빨간 날도 다 같이 연습했어요.(웃음) 처음에는 어색하기도 했지만 마치 고등학교, 대학교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도 들어서 점점 친숙해지더라고요. 연습하러 가는 길이 즐거웠고,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한 달여를 출퇴근하는 회사원의 마음으로 작품에 몰입했다. 끼니를 다 챙기고 간식까지 먹으니 살도 붙었다며 웃었다.
사진=연극 ‘여도’에서 혜빈정씨를 연기한 배우 공현주
◆ “전형적인 역할, 답답했죠”공현주는 “‘여도’를 통해 많은 걸 배웠다”고 강조했다. 허구의 인물이지만 혜빈정씨의 모티브가 된 근빈 박씨를 참고했다. 역사 책과 동영상 강의 등을 찾아보며 공부도 했다.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열정’으로 이어졌다.“더 이상 같은 역할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스스로 답답한 것도 있고 틀에 박히는 것만 같았죠.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연극을 해볼까?’ 막연하게 꿈꿨어요. 그렇게 지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이제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한 가지 이미지만 보여드리면 지금만 할 수 있는 역할을 놓칠 것 같았어요. 겁이 났지만 선택했죠,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요.”
화려한 이미지, 정갈하게 준비된 모습. 이것이 대중이 바라보는 공현주이다. 그는 “굳어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었는데 연극에 사극, 또 엄마 역할을 한꺼번에 했다”고 설명했다. 그야말로 ‘여도’는 처음인 것 투성이었다. 극중 이성의 엄마로 애틋한 모성애도 보여줬다. 원했던 만큼 잘 표현하려고 애썼다.
“혹시 편견을 갖고 보실까 봐 대본 숙지도 잘 하고, 연습도 개인적인 일정을 배제해서라도 매일 가려고 했어요. 최선을 다했죠.(웃음)”공현주는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는 틀에 갇힌 연기와 달라서 전문 안무가에게 한국 무용도 배웠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때 몸을 자연스럽게 쓰기 위해서다. 그의 노력은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고, ‘여도’를 본 이들은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혜빈 정씨는 감정이 명확해서 인물을 이해하기 쉬웠어요. 제 역할이 들어가서 이야기도 풍성해졌고요. 처음 하는 여러 작업이 힘들기보다 그동안 했던 것들과 또 다른 책임감이 느껴졌고, 행복했어요.”
공현주가 “틀에 박힌 이미지에서 탈피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 “가장 반가운 관객은 부모님”무대에 오르면서도 계속 드라마를 찍는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무대 위에서 네 번째 줄 관객까지 환하게 보였지만, 마인드 컨트롤 효과를 봤다. 오히려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반응을 피부로 느끼는 건 신선했다.
“‘연극을 좀 더 일찍 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이렇게 의지가 있을 때 해서 다행이에요. 어렸을 때 했으면 지금처럼 마냥 좋지 않았을 것 같고요.”
‘여도’에는 대선배부터 연극이 처음인 가수 출신 배우들도 여럿 출연했다. 공현주는 딱 중간의 입장이었다. 스스로를 “양쪽을 오가며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위치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는 동료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는지 볼 수가 없어요. 연극은 오랜 시간 대본에 대해 같이 고민하면서 연습하니까, 몰랐던 걸 많이 배웠어요. 저에게 가장 필요한 걸 이번에 경험했죠.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배운 것보다 이 작품 하나를 통해 얻은 게 더 많은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어었습니다.”
공연에 앞서 한 달 이상 같은 연기를 하는 게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단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매번 새로운 인물을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을 즐기라는 조언을 받아들이고 접근했다. 반복적인 연기를 하면서도 늘 즐거웠고, 새로웠던 이유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공연장을 찾은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가장 첫 줄에 앉아 계셔서 눈이 마주쳤다. 감정의 애틋함이 더 커지고 뭉클했다.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잔상이 남아서 이후 공연을 할 때 부모님이 앉은 자리만 봐도 애틋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공현주는 ‘여도’로 연극의 첫발을 뗐으니 앞으로도 좋은 연극을 통해 관객을 만날 계획이다.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역할을 하면서 연극의 매력을 알았습니다.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마다하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다려지고, 설렙니다.(웃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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