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계 성폭력 근절을 위해 출범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로고



영화계 종사자 10명 가운데 5명가량이 성폭력·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여성영화인모임과 영화진흥위원회는 영화계 종사자 76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성폭력·성희롱 피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1%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여성영화인모임과 영진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이하 ‘센터 든든’) 개소 기념행사를 갖고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지난 1일 출범한 센터 든든은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한다.

조사 결과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는 사람들 중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로 성별 격차가 컸다. 연령별로는 30대(48.3%), 20대(45.9%), 40대(43.1%) 순으로 많았다. 직군별로는 작가(65.4%),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이었고 비정규직(50.6%)이 정규직(29.9%)보다 피해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모든 항목의 피해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으며, 여성의 40%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을 경험했다. 또 33.4%가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당했거나 원치 않는 술자리를 강요 당하는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가해자는 남성이 71.6%로 여성(5.2%)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피해에 대한 대처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음’이 44.1%로 가장 높았고, ‘모른 척 하면서 살짝 피함’이 30.7%로 두 번째로 높았다. 당황해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거나(10.4%) 소리 지르는 등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0.6%)는 비율은 매우 낮았다. 대체로 적극적인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를 알리거나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돼서’가 34.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업계 내 소문과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31.0%를 차지했다. 또 이들 중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76.0%에 달했다.여성영화인모임과 영진위는 이날 MOU(업무협약)를 맺고 지난 1일 개소한 센터 든든의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센터 든든은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근절을 위한 기구다. 임순례 감독과 영화제작자 심재명 대표가 센터 든든의 공동 센터장으로 활약한다.

임 감독은 “지속적이고 끔찍한 환경에 노출돼 아무 말도 못하고 떠나갔던 여성 영화인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현장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재 활동 중인 영화인들이 그런 현실에 노출되지 않도록 살필 것이며, 영화계 입문을 꿈꾸는 예비 영화인들이 이런 환경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심 대표는 “2016년 영화계 성차별 문제를 토로하는 해시태그 운동이 일어났을 때부터 해결 방법을 논의해왔다. 2017년 1월부터 성폭력 대응 기구를 만들기로 결정한 뒤, 그해 여름부터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실태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영화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성폭력 예방 교육을 센터가 이어받아 실시한다. 영화인을 대상으로 강사를 양성해 교육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또 영화 현장의 특수성이 반영된 가이드북도 개발한다. 피해자를 상담하고 필요하다면 법적 대응 등을 지원한다. 아울러 성평등 환경 조사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국내외 정책들을 조사, 연구해 국내에 필요한 새로운 정책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날 개소 기념 행사를 공동 주최한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영화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비정상적 행태와 관행이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은 “영화 관계자와 정부 등 많은 곳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국회 교문위원장으로서 국회에서도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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