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진 기자]
영화 ‘흥부’에서 연흥부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정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흥부’를 통해 처음 사극 장르에 도전했는데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어려웠어요. 작품을 하면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제가 맡은 연흥부라는 캐릭터가 겪는 우여곡절이 많았고, 감정도 요동쳤기 때문에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데뷔 17년 차 배우 정우에게 사극 장르는 도전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자 궁금증의 대상이었다. 오는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흥부'(감독 조근현)를 통해 사극에 처음 도전한 그에게서는 치열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흔히들 사극 하면 떠오르는 말투, 호흡, 걸음걸이 등 전형적인 것들이 있는데, 그 틀 속에서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었어요. 하지만 너무 벗어나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중간 지점을 찾는 게 가장 큰 숙제였죠.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전형적인 사극 연기를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우는 ‘흥부’에서 조선 최고의 천재작가 연흥부 역을 맡아 열연했다. 연흥부는 조혁(김주혁)을 만난 후 썩어 빠진 시대에 대한 절망과 개탄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일으킬 글을 쓰기 위해 붓을 드는 인물. 정우는 흥부라는 캐릭터에 흥미를 느꼈던 이유를 털어놨다.

“시나리오를 읽고 흥부에게 연민이 느껴졌어요. 저도 일상생활에서 시나리오를 쓰거나 작문을 하는데 그런 부분이 작품을 선택할 때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작은 서점을 운영하셔서 늘 책에 둘러싸여 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글을 쓰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끼지 않았나 싶어요.”
“‘흥부’ 속 배우 김주혁의 모습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정우/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흥부’는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로 세상을 떠난 故 김주혁의 유작으로, 정우는 극 중 고 김주혁과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다. 그는 고인을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추억을 꺼내놓았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이 있는 선배였어요. 작품 하는 동안 정말 많이 의지했죠. 이렇게 언급하는 게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배우 김주혁의 모습을 추억하고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2001년 데뷔작 ‘7인의 새벽’부터 시작해, 대표작 ‘응답하라 1994’를 거쳐 영화 ‘흥부’까지. 정우는 여러 가지 변화를 겪었다. 20대 청춘에서 30대 후반의 가장이 됐으며, 불안했던 무명 시절을 거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거치는 와중에도 정우가 놓치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절실함’

“절실함을 잊지 않으려고 항상 노력해요. 절실함을 잊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잠깐 절실함을 잊었던 순간도 있었고, 무뎌졌던 순간도 있었지만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절실함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이은진 기자 dms3573@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