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강철비’ 시나리오를 읽으며 통쾌함을 느꼈다는 배우 곽도원 / 사진제공=NEW

“강대국에게 끌려 다니는 우리나라에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 ‘강철비’ 시나리오를 읽으니 우리나라가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울트라 초사이언이 된 기분이었죠. 하하.”

영화 ‘강철비’로 돌아온 배우 곽도원이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강대국에 의해 우리나라 시장이 좌우된다는 뉴스를 보며 속이 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급감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큰 타격을 받는 등 시장과 산업이 교란되는 현실을 보며 속이 상했다는 얘기다.‘강철비’는 현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이 공존하는 남한의 정권교체기에 쿠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가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함께 남한으로 숨어 들어오면서 한반도가 핵 전쟁의 위기를 맞게 되는 남북한 비밀첩보 작전을 그린다.

‘강철비’는 남북관계, 핵을 가진 북한의 도발과 주변국들의 입장 차이 등을 사실감 있게 그렸다. 무거울 법한 이야기에 적절한 유머를 더했다. 곽도원은 깊은 감성으로 무게를 잡다가도 특유의 친근한 모습이나 지드래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폭소를 유발하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에 영화가 전체적으로 진지합니다. 하지만 쉴 타이밍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때문에 감독님과 의견을 많이 나눴고, 아이디어도 내면서 유쾌한 장면들을 만들어나갔습니다.”곽도원은 외교안보 수석 곽철우 역을 맡았다. 북한에서 내려온, 자신과 이름이 같은 엄철우(정우성)를 도와 한반도의 핵 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한다. 곽도원은 자신과 비슷한 성향의 곽철우를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극 중 곽철우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캐릭터여서 영어와 중국어를 구사하느라 애를 먹었다며 연신 한숨을 내쉬어 웃음을 자아냈다.

“영어 대사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20개 문장 정도 됐는데 그걸 자꾸 까먹게 되더라고요. 영어 대사를 외우다 지쳐 잠이 들기도 했고, 잠이 깬 뒤에도 눈을 감고 계속해서 영어 대사를 읊었죠. 영어 때문에 ‘내가 이걸(영화) 왜 했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반면 중국어는 연기하기 편했어요. 중국어 선생님한테 칭찬도 받았답니다. 하하.”

배우 곽도원은 연기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 “눈빛이 잘생겼다”고 말했다 / 사진제공=NEW
곽도원은 이번 영화에서 동갑내기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다. ‘아수라’(2016)에 이어 두 번째 만남이다.

“우성이는 정말 잘생겼습니다. 특히 눈빛이요. 저보다 더 잘사는 친군데 그의 눈빛엔 슬픔과 외로움이 있습니다. 하하. 차 안에서 대사를 주고받는데 그의 눈빛이 극 중 배역인 엄철우더라고요.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된 그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곽도원은 자신에 대해 인색했다. 1992년 창극배우로 데뷔, 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그다. 이후 영화에선 조역과 단역으로 활약하며 스펙트럼을 쌓았다. ’범죄와의 전쟁’(2011)에서 존재감을 과시했고 ‘변호인’(2013) ‘곡성’(2016) 등을 성공시키며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도 오디션을 본다면 열 번 중에 일곱 번은 떨어질 것 같다”고 했다.“겸손이나 주접이 아니고 진심으로 연기를 좀 잘하고 싶어요. 정말요. 학원을 다녀야 할까요? 하하. 영화배우가 된지도 얼마 안됐어요. 전 뭐든 열심히 해야죠. ‘강철비’ 시나리오를 처음 읽을 때처럼 제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작품이라면 뭐든 도전하고 싶습니다.”

연극할 때 ‘배우는 파리 목숨이다. 겉멋 부리지 말고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않도록 들었다는 곽도원이다. 그는 흘려들을 수 있는 말도 계속해서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배우는 연출, 작가에 의해 쓰이는 직업입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광대죠. 박수를 받는다고 건방을 떨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큰 관심을 가져주니 감사합니다.”

연기를 잘하고 싶다며 의지를 다지는 배우 곽도원 / 사진제공=NEW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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