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Mnet ‘슈퍼스타K6’ 출신 그룹 보이스퍼 / 사진제공=에버모어뮤직

교복 차림에 이른바 ‘삼선 슬리퍼’를 신고 화음을 맞추던 고등학생들이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눈물을 글썽이는 청년들이 됐다. Mnet ‘슈퍼스타K6’(2014) 출신으로 지난해 데뷔한 4인조 보이그룹 보이스퍼 이야기다.

보이스퍼 멤버 김강산, 민충기, 정광호, 정대광은 1996년생 동갑내기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에서 생활한 친구들이다. 노래에 뜻이 맞아 어울렸고 함께 가수를 꿈꿨다. 그리고 마침내 다 같이 꿈을 이뤘다.함께한 시간만 5년이다. 그 사이 달라진 점을 물으니 “매일 보는 얼굴이라 외적인 변화는 못 느낀다”면서도 “무대 위에서는 확실히 여유로워졌다”며 눈을 빛냈다.

10. 지난달 발표한 디지털 싱글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는 어떤 곡인가?
정광호: 알앤비 기반의 발라드 곡이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바꾸지 못한다는 내용의 가사다.
김강산: 화성(和聲)이 어려운 곡이다. 원래 지난해 미니앨범에 수록될 곡이었는데 화음을 쌓는 것 때문에 수정할 부분이 많아서 1년이나 지나 나오게 됐다. 수록곡으로만 발표됐으면 아쉬웠을 거다. 우리의 특색인 화음을 강조했고 그런 만큼 기존의 발라드와 확연히 다른 곡이 탄생했다.

10. 지난 7월 발표한 싱글 ‘반했나봐’는 댄스곡이었는데.
김강산: ‘반했나봐’를 통해 노래를 부르면서 처음으로 춤을 춰봤다. 공연할 때마다 떨리고 긴장됐는데 뭐든지 처음이 좀 힘든 것 같다. 이제는 춤도 즐기려고 한다.(웃음) 보컬그룹이지만 노래든 춤이든, 음악과 관련한 모든 분야를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10. 춤을 제일 잘 추는 멤버는?
정광호: 도토리 키 재기다.(일동 웃음)
정대광: 춤 선이 남다른 친구는 있다. 충기다. 도토리 중에 제일 큰 도토리다. 손 하나를 뻗어도 선이 좀 더 예쁘더라. 충기가 실력을 좀 더 키우면 멋있을 것 같다.
민충기: 그래서 다음 앨범에서는 섹시 콘셉트에 도전해보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일동 웃음)

10. 최근 KBS2 ‘불후의 명곡’ 고(故) 김광석 편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불러 최종 우승을 차지했는데 기분이 어땠나?
정광호: 우리에 앞서 뮤지컬 ‘그 여름, 동물원’ 팀이 426점을 받았다. 우승이 거의 확실한 점수라고 생각했다. 욕심을 내려놓고 무대에 올랐는데 우리가 430점을 받았다. 정말 많이 놀랐다. 방송 화면에서도 우리가 놀라서 주저앉은 모습들이 잡혔다.(웃음)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정대광: 같은 소속사의 정동하 선배가 ‘불후의 명곡’에서 우승한 적이 있다. 그 뒤를 이어 우리도 우승 트로피를 안게 돼 뜻깊었고 또 프로그램 출연진 중 최고 기록을 세워서 뿌듯했다.

10. 김광석의 노래를 재해석하기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김강산: 잘해도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김광석 선배 특유의 느낌을 살리는 게 어려웠다. 이보다 앞서 ‘불후의 명곡’에서 불렀던 곡들은 화음을 쌓고 고음을 지르는 등 화려한 편곡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등병의 편지’는 보다 가볍고 단순한 편곡으로 원곡의 감성을 살렸다. 김광석 선배의 느낌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부족했지만 실제로 군 입대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인지라 곡에 좀 더 이입할 수 있었다.
정대광: 노래 부를 때 눈물도 살짝 고였다.10. 너무 이입한 탓일까. 정광호는 방송에서 경연을 앞두고 “최종 우승하면 입대하겠다”고 했는데.(웃음)
정광호: 당시 MC인 문희준 선배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남자답게 한 마디 하라고 했다. 우승을 생각지도 못했고 너무 긴장해서 그런 말이 나왔다. (보이스퍼: 어쨌든 가긴 갈 거니까!)

‘불후의 명곡’ 고(故) 김광석 편에서 최종 우승한 보이스퍼. / 사진제공=KBS2 방송화면

10. ‘불후의 명곡’ 외에도 평소 SNS를 통해 다양한 커버 곡들을 공개해왔다. 다른 가수의 곡을 재해석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정대광: 원곡의 느낌을 살리되 우리의 색깔을 입히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만큼 어렵다.10. 편곡 작업이 가장 어려웠던 곡은?
김강산: 데뷔하기 전에 정동하 선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다. 2015년이었으니 당시 우리가 20살이었다. ‘Silver Bell’을 아카펠라로 불러야 했다. 정동하 선배와 한 무대에 선다는 부담감과 단순히 화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아카펠라로 편곡해야 하는 어려움이 겹쳤다. 결국 이틀 밤을 샜다. 졸릴 땐 에너지 음료를 나눠 마시면서 작업하고.(웃음)
정대광: 지금 다시 들으면 부족한 점이 귀에 들어올 것 같은데 당시에는 굉장히 만족했다.

10.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 친구로 지내다 데뷔까지 함께 했다. 데뷔 전과 후 가장 달라진 멤버는?
김강산: 일단 대광이는 고등학교 때랑 똑같다.(일동 웃음)
정대광: 나의 변함없는 외모 덕분에 많은 분들이 보이스퍼가 ‘슈퍼스타K6’의 북인천나인틴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것 같다.(웃음)
정광호: 사실 우리는 매일 보니까 달라진 점을 잘 못 느낀다. 가끔 과거 영상을 보면 ‘변하긴 변했구나’ 깨닫는다. 젖살도 빠지고 다들 좀 더 성숙해졌다.

10. 음악과 관련해서도 달라진 점이 있을 것 같다.
김강산: 작년 활동 영상이나 ‘슈퍼스타K6’ 영상과 요새 활동 영상을 비교해보면 확실히 무대 위에서의 제스처가 한층 여유로워졌음을 느낀다. 이전에는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활동을 하다 보니 노래 말고도 겉으로 보이는 액션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광호: 거울을 보면서 따로 제스처를 연습하지는 않는다. 음악을 많이 듣고 부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몸이 함께 움직이게 됐다.10. 지난 8월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Korean Dream’ 음원에 참여했는데.
김강산: 우리나라에서는 정동하·임다미 선배가 함께했고 프로듀서 지미 잼&테리 루이스를 비롯해 피보 브라이슨·에드 레이 등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다. 녹음할 때 지미 잼&테리 루이스가 영상 통화로 직접 프로듀싱을 해줬다.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해본 일이었다. 게다가 곡 자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남달라서 더욱 뜻깊었다.
민충기: 노래 가사가 영어여서 준비하는 데 오래 걸렸다. 그만큼 더 집중했다.
정대광: 우리에겐 첫 글로벌 활동이기도 했다.(웃음) ‘Korean Dream’을 발판 삼아 더 많은 나라에 우리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바람도 가졌다.

10. 진출하고 싶은 해외 국가는?
민충기: 중국·일본 등 가까운 나라부터 가고 싶다.
김강산: 최근 방탄소년단 선배들이 미국 유명 토크쇼에 출연했다는 소식을 듣고 새삼 놀랐다. 우리도 못 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 차근차근 활동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정대광: 나랑 충기가 아직 비행기를 못 타봤다. 어디든지 나가보고 싶다.(일동 웃음)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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