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배우 조덕제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여배우 성추행 논란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깊은 생각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문제는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인 전체의 문제입니다. 이 성추행 사건에는 영화와는 전혀 관련없는 외부 단체가 개입해 좌지우지했으며 향후 저처럼 억울한 희생자, 혹은 ‘제2의 조덕제’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으며 이에 영화인들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제안합니다. 제 사건을 검증해주십시오.”

배우 조덕제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수표로 피앤티스퀘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논란이 된 영화의 촬영 기사 이지락 씨, 실명을 밝히기를 거부한 해당 영화의 조감독이 조덕제와 함께 참석했다.조덕제는 2015년 4월 영화 촬영 도중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여배우 A의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1심에서 검찰은 조덕제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무죄 판결이 났다. 이후 지난 10월 13일 서울고등법원은 조덕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과 함께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에 조덕제는 2심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10월 24일에는 여배우의 변호인과 공동대책위원회가 ‘남배우A 성폭력 사건’ 항소심 유죄 판결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조덕제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사건의 진위를 가리지 못한 가운데 한 매체는 해당 영화의 메이킹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메이킹 영상에는 감독이 조덕제와 여배우 A에게 해당 장면에 대해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를 설명하고 있었다.

조덕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서를 통해 성추행 사건이 여배우의 일방적인 주장과 중간에 개입한 일부 여성 단체, 몇몇 영화 단체들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영화 촬영 현장에 대해 문외한인 재판부나 외부 단체들이 판단할 것이 아니라 영화인들이 직접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향후 한국 영화계를 위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그는 이어 “1심과 2심의 가장 큰 차이는 재판부의 시각 차이”라며 “1심에서 저는 영화 현장의 특수성을 재판부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이를 바탕으로 재판부는 제 행위를 업무상 정당행위로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여배우의 주장이 일관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죄 선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심에서의 판사는 제가 연기를 하다 일시적으로 흥분해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선고에는 영화 촬영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채 촬영 현장에서의 사건과 성범죄자의 사건을 동일선상에 놓았다는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현장이라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연기를 하다가 우발적 성범죄를 저지른다는 것은 정신병자들이나 하는 말도 안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화인들이 다시 조사하고 검증한 결과라면 마땅히 그 결과를 존중하고 받아들이겠다”며 “부디 이 사건이 한국 영화가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온 영화계 식구들이 함께 나서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성명서를 마무리했다.
배우 조덕제의 여배우 성추행 논란과 관련해 해당 영화의 메이킹 영상을 찍은 촬영기사 이지락 씨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피앤티스퀘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논란이 된 영화 촬영현장의 메이킹 영상을 찍은 이지락 씨는 “여배우가 처음 조덕제를 고소했을 때는 두 배우간의 오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배우가 분명 그때 메이킹 영상을 보여주겠다는 제 메시지에도 답을 안하고 그것을 몰랐다고 언론에서 인터뷰를 하는 등 거짓말을 했다”며 “이 사건이 해결되는 것을 원해 내가 여배우의 아버지에게도 한 원로 배우와 함께 찾아간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때도 여배우의 아버지는 “나는 모르는 일이다. 말을 꺼내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해서 대화를 포기하고 올 수 밖에 없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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