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영화 ‘침묵’ 스틸컷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당신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들이 과연 진실일까.

영화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다.모든 것을 가진 남자 임태산은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 유나(이하늬)를 잃고 딸 임미라(이수경)까지 잃을 위기에 놓인다. 그러자 최고의 변호인단을 마다한 채 과거 딸의 과외 선생님인 젊은 변호사 최희정(박신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한다. 최희정이 사건의 진실을 좆는 가운데 죽은 유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던 팬 김동명(류준열)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신의 말이 법이라고 믿는, 돈이 진심이라고 여기는 임태산과 사실만을 좇다 혼란에 빠지는 최희정, 거침없이 솔직한 김동명 등 색이 다른 인물들의 대립은 그저 극적 재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침묵’의 정체성이다. 이들 각각의 모습은 현대사회의 축소판 같아 관객들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임태산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인 만큼 임태산 역의 최민식이 가지는 무게감은 대단하다. ‘사실이냐 진실이냐’ 그 모호한 경계를 오롯이 눈빛으로 표현한다. 폭발시키기보단 삭히면서 쏟아내는 연기는 놀라울 정도. 사건의 진실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균열 역시 최민식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깊이 있는 연기로 섬세하게 그려낸다.
영화 ‘침묵’ 스틸컷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최희정 역을 맡은 박신혜의 변신은 놀랍다. 기존에 보여줬던 화려한 이미지를 내려놓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사실이라고 믿었지만 그 안에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며 흔들리는 인물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류준열은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인물들 각자가 좇는 진실들이 대립하기 시작하며 그들은 물론 관객들까지 혼돈에 휩싸인다. 극단적인 상황으로 영화적 재미를 구축하고 있지만, ‘침묵’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신이 믿고 있는 것은 진실일까.‘침묵’은 명쾌한 해답을 내리지 않는다. 영화의 제목처럼 침묵한다. 그 심연을 해석하고 채우는 건 관객들의 몫이다.

오늘(2일) 개봉. 15세 관람가.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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