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이유진의 연기 철학은 확고하다. 작품 속에서는 철저히 ‘나’를 감춘다. 시청자 혹은 관객들에게 오직 ‘캐릭터’로서만 각인되기 위해서다. 이런 연기관은 ‘청춘시대2’에서 빛났다. ‘교회 오빠’ ‘훈남 선배’ 등의 별명으로 불리던 꽃미남 이유진은 없고 자폐성향 탓에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툰,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남자 권호창만 남았다. 이유진은 “인간 권호창,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10. ‘청춘시대2’가 지난 7일 종영했는데 소감은?
이유진: 시원섭섭하다기 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나는 기존에 권호창 역을 맡은 배우가 하차하면서 중간에 투입됐다. 첫 방송을 일주일 앞두고 출연이 결정돼서 촬영 기간이 한 달 정도였다. 너무 빨리 끝나버린 것 같아서 허무하고 아쉽다.
10. ‘대타 배우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얻었다. 뿌듯하지 않나?
이유진: 뿌듯함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 게 아니라 더 그렇다. 걱정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10. 갑작스러운 출연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유진: ‘청춘시대’ 시즌1의 애시청자이자 시즌2를 기대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10. 권호창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유진: 처음 호창이와 관련해 들은 설명은 ‘자폐성향이 있는 천재’라는 것이었다.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 다음 든 생각은 ‘자폐’라는 단어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부러 그런 면을 부각하려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인간 권호창, 그 자체를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10. 권호창을 연기하며 직접 설정한 것들이 있다던데.
이유진: 호창이의 걸음걸이나 불안하면 귀에 손을 가져다 대는 습관,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고개를 빠르게 모습 등이다.
10. 어떻게 그런 습관들을 만들어냈나?
이유진: 호창이는 남들과 조금 다른 친구라 어떤 인물에서 힌트를 얻기는 힘들 것 같았다. 대신 동물들에서 찾아보자고 방향을 돌렸다. 특히 유기견이나 미어캣. 유기견이 불안할 때 귀와 꼬리를 접고 몸을 웅크리는 모습, 미어캣이 예민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호창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동물들처럼 호창이의 습관이 귀엽게 표현되기를 바란 것도 있다.
이유진: 드라마 촬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카메라가 꺼지고도 호창이 같은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호창이는 웃을 때 앞니를 보이고 웃는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렇게 웃었다. 김민석(서장훈 역) 형이 ‘조금만 더 웃으면 앞니가 떨어지겠다’면서 내 얼굴 아래에 손을 받쳐주기도 했다.(웃음)
10.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유진: 내가 촬영에 들어갔을 때 다른 형, 누나 배우들은 이미 대본 리딩을 마친 상태였다. 상대역이었던 한승연(정예은 역) 누나 말고는 다른 배우들과 마주치는 신이 적어서 내가 출연하는 장면이 아닐 때에도 촬영장에 찾아가 인사를 했다. 특히 형들(김민석, 안우연, 손승원, 신현수 등)과는 번호도 교환하고 따로 술도 마시면서 친해졌다. 형들이 ‘늦게 합류해 힘들겠다. 고생이 많다’면서 격려해준 덕분에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또 한승연 누나는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줬다.10. ‘청춘시대2’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유진: 호창이와 예은이의 ‘벤치 신’이다. 호창이가 예은이를 위해 만든 전기충격기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바로 앞 장면에서 예은이가 호창이를 스토커로 오해했던 게 풀리면서 예은이의 눈빛이 달라진다. 호창이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벤치에 앉아 그 눈빛을 바라보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 예은이의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렸다. 감정은 물론 그림마저 완벽했다. 그 장면이 제일 예뻤다.
10. 자신에게 ‘청춘시대2’란?
이유진: 내게 또 다른 시작이다. 권호창이라는 친구를 연기하며 캐릭터에 접근하는 체계가 잡혔다. 기존에 내가 인물을 분석하는 방식에다 섬세함이 더해졌다. 캐릭터에 다양한 디테일을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호창이처럼 남들과는 다른 친구를 또 다시 연기하게 된다면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JTBC ‘청춘시대2’에 출연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5년 차 배우 이유진 /사진=이승현 기자lsh87@
2013년 MBC ‘불의 여신 정이’에서 단역을 맡아 데뷔했다. 여러 작품에 조연으로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다 보니 어느덧 5년 차 배우가 됐다. 최근 종영한 JTBC ‘청춘시대2’로 주목받기 시작한 배우 이유진이다.이유진의 연기 철학은 확고하다. 작품 속에서는 철저히 ‘나’를 감춘다. 시청자 혹은 관객들에게 오직 ‘캐릭터’로서만 각인되기 위해서다. 이런 연기관은 ‘청춘시대2’에서 빛났다. ‘교회 오빠’ ‘훈남 선배’ 등의 별명으로 불리던 꽃미남 이유진은 없고 자폐성향 탓에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툰, 그렇지만 그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한 남자 권호창만 남았다. 이유진은 “인간 권호창,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담담히 말했다.10. ‘청춘시대2’가 지난 7일 종영했는데 소감은?
이유진: 시원섭섭하다기 보다 아쉬움이 더 크다. 나는 기존에 권호창 역을 맡은 배우가 하차하면서 중간에 투입됐다. 첫 방송을 일주일 앞두고 출연이 결정돼서 촬영 기간이 한 달 정도였다. 너무 빨리 끝나버린 것 같아서 허무하고 아쉽다.
10. ‘대타 배우였음에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얻었다. 뿌듯하지 않나?
이유진: 뿌듯함도 물론 있지만, 그래도 아쉽다. 완벽히 준비된 상태에서 촬영을 시작한 게 아니라 더 그렇다. 걱정한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10. 갑작스러운 출연 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는?
이유진: ‘청춘시대’ 시즌1의 애시청자이자 시즌2를 기대했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10. 권호창은 연기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다. 처음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이유진: 처음 호창이와 관련해 들은 설명은 ‘자폐성향이 있는 천재’라는 것이었다. ‘연기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나게 하는 인물이었다. 그 다음 든 생각은 ‘자폐’라는 단어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부러 그런 면을 부각하려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으니까. 나는 인간 권호창, 그 자체를 표현하자고 생각했다.
10. 권호창을 연기하며 직접 설정한 것들이 있다던데.
이유진: 호창이의 걸음걸이나 불안하면 귀에 손을 가져다 대는 습관, 주위의 눈치를 보느라 고개를 빠르게 모습 등이다.
10. 어떻게 그런 습관들을 만들어냈나?
이유진: 호창이는 남들과 조금 다른 친구라 어떤 인물에서 힌트를 얻기는 힘들 것 같았다. 대신 동물들에서 찾아보자고 방향을 돌렸다. 특히 유기견이나 미어캣. 유기견이 불안할 때 귀와 꼬리를 접고 몸을 웅크리는 모습, 미어캣이 예민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이 호창이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동물들처럼 호창이의 습관이 귀엽게 표현되기를 바란 것도 있다.
이유진에게 ‘청춘시대2’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사진=이승현 기자lsh87@
10. 촬영 중 권호창에게 몰입해 살았다고?이유진: 드라마 촬영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는 카메라가 꺼지고도 호창이 같은 행동을 할 때가 많았다. 호창이는 웃을 때 앞니를 보이고 웃는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그렇게 웃었다. 김민석(서장훈 역) 형이 ‘조금만 더 웃으면 앞니가 떨어지겠다’면서 내 얼굴 아래에 손을 받쳐주기도 했다.(웃음)
10.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이유진: 내가 촬영에 들어갔을 때 다른 형, 누나 배우들은 이미 대본 리딩을 마친 상태였다. 상대역이었던 한승연(정예은 역) 누나 말고는 다른 배우들과 마주치는 신이 적어서 내가 출연하는 장면이 아닐 때에도 촬영장에 찾아가 인사를 했다. 특히 형들(김민석, 안우연, 손승원, 신현수 등)과는 번호도 교환하고 따로 술도 마시면서 친해졌다. 형들이 ‘늦게 합류해 힘들겠다. 고생이 많다’면서 격려해준 덕분에 환영받는 기분이 들었다. 또 한승연 누나는 내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줬다.10. ‘청춘시대2’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유진: 호창이와 예은이의 ‘벤치 신’이다. 호창이가 예은이를 위해 만든 전기충격기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바로 앞 장면에서 예은이가 호창이를 스토커로 오해했던 게 풀리면서 예은이의 눈빛이 달라진다. 호창이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벤치에 앉아 그 눈빛을 바라보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그때 바람이 불어 예은이의 머리카락이 살짝 휘날렸다. 감정은 물론 그림마저 완벽했다. 그 장면이 제일 예뻤다.
10. 자신에게 ‘청춘시대2’란?
이유진: 내게 또 다른 시작이다. 권호창이라는 친구를 연기하며 캐릭터에 접근하는 체계가 잡혔다. 기존에 내가 인물을 분석하는 방식에다 섬세함이 더해졌다. 캐릭터에 다양한 디테일을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호창이처럼 남들과는 다른 친구를 또 다시 연기하게 된다면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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