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매주 1회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명으로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롱 파울로)에서 아드리안(마리오 카자스)과 로라(바바라 레니)는 불륜에 빠져있다. 둘 다 스페인에서 저명인사였던 까닭에 자신들의 행각이 절대 탄로 나선 안 되며 또한 불륜이 밝혀질 경우 주변의 많은 이들이 빠져들 불행도 막아야 한다. 멀쩡한 배우자를 놓아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입지와 기대까지 포기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은 셈이다.그렇게 아슬아슬한 사랑을 했으니 사랑이 식는 데도 시간이 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드리안과 로라가 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가 났고 엉뚱한 청년이 죽는다. 이제부터 문제는 두 사람이 어떻게 범죄를 은폐하는가에 달려 있다. 처음부터 답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영화이니만치 거꾸로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관객을 단번에 혼란에 빠뜨린다. 누가 청년과 로라의 살인범인지 알아내려면 범죄에 이리저리 얽힌 이들의 동기가 치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급기야 아드리안을 돕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 버지니아 굿맨이 등장한다.
그녀는 불과 2주 전에 검찰에서 은퇴했는데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베테랑이다. 그녀는 재판의 심리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드리안이 든든한 구원군을 얻은 셈이다. 은발 커트머리에 정장을 걸치고 버지니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첫 장면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벌써 시간은 30분이나 지났다. 그가 진실을 낱낱이 고백해야 버지니아가 도와줄 수 있는데 말이다. 영화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그에 따라 긴장감 역시 절정에 다다른다. 이쯤에서 관객은 너나할 것 없이 아드리안 편이 되어 그의 결백이 증명되기를 바란다.각본이 전례 없이 치밀하고 이야기의 밀도도 촘촘해 106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관객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감독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거장 ‘길예르모 델 토로의 뒤를 잇는 스페인의 차세대 감독’이라는 평판이 헛된 게 아니었다. 무엇인가 비밀을 감춘 듯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신선하다. 외딴 호텔, 외딴 도로, 외딴 집, 외부와 차단된 아드리안의 아파트 등은 절묘한 살인사건이 갖는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대사들 역시 중요해 반드시 영화를 한 번 더 보아야 의문이 풀리게 된다. ‘보이지 않는 손님’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인비저블 게스트’라는 제목을 처음 접한 때는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모든 범죄물이 그렇듯 결국 범인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뛰어났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래, 모든 사람에겐 저런 면이 있지”하는 공감대 형성도 나름 의미가 있다. 비록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본능이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낸다.
박태식(영화평론가)
/사진=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메인 포스터
범죄자의 심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몇 가지 짚히는 구석은 있다. 먼저 자신의 죄를 합리화할 구실을 찾아내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을 테고, 다음으로 그 범죄가 들통 나지 않게 방법을 강구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필수적인 보완책이 바로 법적인 자문이다. 그런 면에서 죄의 유무를 묻기보다 죄에 대한 책임을 줄이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변호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이것이 변호사의 역할을 과소평가하자는 뜻은 아니지만 말이다.‘인비저블 게스트’(감독 오리롱 파울로)에서 아드리안(마리오 카자스)과 로라(바바라 레니)는 불륜에 빠져있다. 둘 다 스페인에서 저명인사였던 까닭에 자신들의 행각이 절대 탄로 나선 안 되며 또한 불륜이 밝혀질 경우 주변의 많은 이들이 빠져들 불행도 막아야 한다. 멀쩡한 배우자를 놓아두고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입지와 기대까지 포기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은 셈이다.그렇게 아슬아슬한 사랑을 했으니 사랑이 식는 데도 시간이 별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드리안과 로라가 밀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자동차 사고가 났고 엉뚱한 청년이 죽는다. 이제부터 문제는 두 사람이 어떻게 범죄를 은폐하는가에 달려 있다. 처음부터 답을 알려주고 시작하는 영화이니만치 거꾸로 추적해나가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인비저블 게스트’는 관객을 단번에 혼란에 빠뜨린다. 누가 청년과 로라의 살인범인지 알아내려면 범죄에 이리저리 얽힌 이들의 동기가 치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급기야 아드리안을 돕기 위해 최고의 변호사 버지니아 굿맨이 등장한다.
그녀는 불과 2주 전에 검찰에서 은퇴했는데 한 번도 재판에서 진 적이 없는 명실상부한 베테랑이다. 그녀는 재판의 심리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아드리안이 든든한 구원군을 얻은 셈이다. 은발 커트머리에 정장을 걸치고 버지니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는 첫 장면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진다.
/사진=영화 ‘인비저블 게스트’ 스틸컷
버지니아는 새 정보를 가져왔다. 검사가 결정적 증거를 새로 발견했고 세 시간 안에 증인을 세운다고 한다. 그리 되면 결백을 주장했던 아드리안은 살인범으로 몰려 처벌을 받아야 하니 버지니아에게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그런데 벌써 시간은 30분이나 지났다. 그가 진실을 낱낱이 고백해야 버지니아가 도와줄 수 있는데 말이다. 영화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위해 부지런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그에 따라 긴장감 역시 절정에 다다른다. 이쯤에서 관객은 너나할 것 없이 아드리안 편이 되어 그의 결백이 증명되기를 바란다.각본이 전례 없이 치밀하고 이야기의 밀도도 촘촘해 106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 관객을 이리저리 휘두르는 감독의 솜씨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거장 ‘길예르모 델 토로의 뒤를 잇는 스페인의 차세대 감독’이라는 평판이 헛된 게 아니었다. 무엇인가 비밀을 감춘 듯 배우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신선하다. 외딴 호텔, 외딴 도로, 외딴 집, 외부와 차단된 아드리안의 아파트 등은 절묘한 살인사건이 갖는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그저 스쳐 지나갔던 대사들 역시 중요해 반드시 영화를 한 번 더 보아야 의문이 풀리게 된다. ‘보이지 않는 손님’이 실제로 있었던 것이다.
‘인비저블 게스트’라는 제목을 처음 접한 때는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모든 범죄물이 그렇듯 결국 범인이 밝혀지면서 영화가 막을 내리게 되는데 이 영화에서는 특히 인간 심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이 뛰어났다.
사건이 밝혀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그래, 모든 사람에겐 저런 면이 있지”하는 공감대 형성도 나름 의미가 있다. 비록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본능이 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감독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낸다.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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