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매주 1회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명으로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압입다. [편집자주]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 로베르 두아노’(감독 클레망틴 드루디유)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성장기, 가족, 영감을 주고받은 동료 등 그의 사진 역사를 따라가며 어떻게 그가 파리와 행복을 포착해나갔는지 그린다.2007년 로베르 두아노의 전시와 장 자크 상페의 전시에서 오디오 투어를 디자인 한 클레망틴 드루디유가 감독 겸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그녀는 로베르 두아노의 손녀다.
영화에는 그의 딸인 프란신 드루디유와 아네트 두아노도 모습을 비춘다. 그의 가족으로라기보다는 로베르 두아노 작품의 아카이브 전문가로서 엄청난 양의 자료와 작업 공간, 작업 방식 등을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가의 손녀가 큐레이터이자 도슨트로 안내해주는 한 편의 전시이자 드라마, 20세기의 파리 산책이다.
영화에 앞서 ‘어떻게 작가의 사진 이미지를 영상으로 펼쳐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영화에는 그의 사진뿐 아니라 공개된 적 없는 그의 편지, 노트, 밀착 인화지, 이미지, 홈비디오, 그의 개인사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소개된다.할아버지의 렌즈에서 손녀의 렌즈로 오가며 로베르 두아노가 사랑한 대가족과 우정을 나눈 이웃, 파블로 피카소, 프랑수아즈 사강, 줄리엣 비노쉬 등 동시대를 함께한 많은 예술가가 등장한다.
전쟁의 경험과 르노 공장에서 사진사로 일하게 된 시기는 로베르 두아노에게도 파리에도 중요한 모티프를 주는 시기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족이나 지인들을 통해 구술되는 과거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진지한 면 또한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로베르 두아노는 르포, 광고, 패션 등 사진과 출판의 시대에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시대를 적극적으로 읽었고 세계와 소통했다. 라포에이전시에서 2년간 매거진 ‘보그’ 패션 작업을 회상하던 로베르 두아노는 화보 속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외모가 못생겼어, 나처럼.” 그가 사랑하는 못생긴 외모의 아름다운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사진은 포스터의 이미지 이상으로 행복을 전파한다.“나는 보여지는 그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의 풍경을 찍는다.” 로베르 두아노는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니 그의 렌즈에 비친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일생을 통해 인화한 주관적 세계를 만나게 되는데 사진이라는 매체의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특성으로 우리는 그 주관적 세계에서 만나는 유머와 낭만에 쉽게 설득된다.
잔인함과 냉소가 혹시 이 시대의 특징인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이 영화를 추천한다. 한 생을 살아낸 사진작가의 행복을 향한 의지가 명언처럼 쏟아진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가 SNS에서 르포, 스냅, 패션 사진작가가 된 요즘 시대에 이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미래의 손녀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해진다. 20세기의 작가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21세기의 우리는 AI 시대의 밑거름 같은 것이 될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행복의 정체, 아니면 행복에 대한 의지라도 증명할 수 있을까?
정지혜(영화평론가)
영화 ‘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포스터.
사진의 제목은 몰라도 ‘시청 앞에서의 키스’는 파리에 대해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이미지이자 파리에 대한 하나의 은유다. 올드 파리지앵의 정체성을 구현한 작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로베르 두아노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파리 시청 앞에서의 키스 : 로베르 두아노’(감독 클레망틴 드루디유)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로베르 두아노의 성장기, 가족, 영감을 주고받은 동료 등 그의 사진 역사를 따라가며 어떻게 그가 파리와 행복을 포착해나갔는지 그린다.2007년 로베르 두아노의 전시와 장 자크 상페의 전시에서 오디오 투어를 디자인 한 클레망틴 드루디유가 감독 겸 내레이션을 맡았는데 그녀는 로베르 두아노의 손녀다.
영화에는 그의 딸인 프란신 드루디유와 아네트 두아노도 모습을 비춘다. 그의 가족으로라기보다는 로베르 두아노 작품의 아카이브 전문가로서 엄청난 양의 자료와 작업 공간, 작업 방식 등을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작가의 손녀가 큐레이터이자 도슨트로 안내해주는 한 편의 전시이자 드라마, 20세기의 파리 산책이다.
영화에 앞서 ‘어떻게 작가의 사진 이미지를 영상으로 펼쳐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영화에는 그의 사진뿐 아니라 공개된 적 없는 그의 편지, 노트, 밀착 인화지, 이미지, 홈비디오, 그의 개인사와 관련된 많은 것들이 소개된다.할아버지의 렌즈에서 손녀의 렌즈로 오가며 로베르 두아노가 사랑한 대가족과 우정을 나눈 이웃, 파블로 피카소, 프랑수아즈 사강, 줄리엣 비노쉬 등 동시대를 함께한 많은 예술가가 등장한다.
전쟁의 경험과 르노 공장에서 사진사로 일하게 된 시기는 로베르 두아노에게도 파리에도 중요한 모티프를 주는 시기였다. 이 다큐멘터리는 가족이나 지인들을 통해 구술되는 과거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진지한 면 또한 섬세하게 조명하고 있다.
영화 ‘파리시청 앞에서의 키스’ 스틸컷
그는 사진작가보다 글 작가들과 자주 시간을 보내고 교류했다. 특히 데이비드 맥 닐과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나누기도 했다. 두아노는 평생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언어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이는 영화에서 그의 인터뷰, 사진을 포착하는 순간에 대한 묘사들만 봐도 수긍이 된다.로베르 두아노는 르포, 광고, 패션 등 사진과 출판의 시대에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시대를 적극적으로 읽었고 세계와 소통했다. 라포에이전시에서 2년간 매거진 ‘보그’ 패션 작업을 회상하던 로베르 두아노는 화보 속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외모가 못생겼어, 나처럼.” 그가 사랑하는 못생긴 외모의 아름다운 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사진은 포스터의 이미지 이상으로 행복을 전파한다.“나는 보여지는 그대로가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의 풍경을 찍는다.” 로베르 두아노는 자신의 예술관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니 그의 렌즈에 비친 순간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일생을 통해 인화한 주관적 세계를 만나게 되는데 사진이라는 매체의 직관적이고 물리적인 특성으로 우리는 그 주관적 세계에서 만나는 유머와 낭만에 쉽게 설득된다.
잔인함과 냉소가 혹시 이 시대의 특징인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오늘 이 영화를 추천한다. 한 생을 살아낸 사진작가의 행복을 향한 의지가 명언처럼 쏟아진다.
영화가 끝나고 문득 아이에서 어른까지 모두가 SNS에서 르포, 스냅, 패션 사진작가가 된 요즘 시대에 이 방대한 디지털 자료를 미래의 손녀들은 어떻게 볼지 궁금해진다. 20세기의 작가는 도시의 정체성을 만들고 21세기의 우리는 AI 시대의 밑거름 같은 것이 될까?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행복의 정체, 아니면 행복에 대한 의지라도 증명할 수 있을까?
정지혜(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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