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전문 미디어 텐아시아가 ‘영평(영화평론가협회)이 추천하는 이 작품’이라는 코너를 통해 영화를 소개합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나 곧 개봉할 영화를 영화평론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담아 선보입니다. [편집자주]
군함도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7월 5일 유네스코에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서부터이다. 문제는 이 섬에서 강제 징용된 800여명의 조선인이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을 했으며 공식적인 집계로 134명이 사망했는데도 일본이 여전히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데 있다.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극영화/전쟁물, 한국, 2017년, 132분)의 간단한 배경 설명이다.‘군함도’에는 대중적인 인기와 그에 맞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황정민(강옥), 소지섭(칠성), 송중기(무영), 이정현(에이바), 이경영(학철), 악역배우로 이름이 굳어진 김민재(종구), 야비한 일본인 역 전문의 김민우(시마자키)까지 나온다. 이들에게는 당연히 뚜렷한 개성을 가진 역할로 영화에서 무게감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고, 모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황정민은 매사에 얼렁뚱땅이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대단하고, 소지섭은 불량배였다가 애국자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역을 그런대로 잘 소화했고, 송중기 역시 냉철한 스파이로서 제 몫을 찾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 역의 이정현이나 빗나간 욕망의 위선자 이경영은 영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무엇인가 미진한 맘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짜임새 부족한 스토리와 액션영화 전문 감독의 아마추어 연출이었다.
132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을 염두에 둘 때 여러 이야기를 섞어 넣는 작업은 당연하다. 하지만 각 이야기마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게 완성되지 않으면 이야기는 공중에 흩어지고 만다. 이정현과 소지섭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고, 탄광의 일본인 책임자 교체 이야기가 그렇고, 이경영이 자진해서 열악한 조건의 광부 노릇을 한 이유도 그렇고, 일본인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조선인들의 처참한 삶의 비교가 그렇다.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거기다가 지나치리만치 길고 자세한 전투 묘사는 ‘군함도’가 액션물인지 역사고발물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세련된 역사의식을 기대한 게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군함도’는 지난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한수산의 소설이 원작이다. 실제로 같은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소설이라도 역사의식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일단 만들고 나면 설혹 뚜렷하고 변별력 있는 역사관이 보이지 않더라도 어쨌든 이름을 올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앞으로 ‘군함도’라는 제목과 소재로 다시금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질지 모른다. ‘군함도’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쉽게 잊히고 말 대상이 아닌 까닭에 하는 말이다. 훌륭한 소재를 잡았는데 완성도가 모자라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히로시마(대사로 처리)에 이어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이다. 일본은 그렇게 패망했고 군함도 이야기도 그렇게 묻혀갔다.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군함도의 안내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선인들의 사연은 단 한 줄도 없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날은 언제쯤일까?
박태식(영화평론가)
‘군함도’ 메인 포스터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이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端島’이지만 일본 군함 ‘도사’를 닮아 ‘군함도軍艦島’라 불리기도 한다. 군함도는 남북으로 480m, 동서로 160m, 축구장 2개 만한 크기의 인공 섬으로, 섬 전체가 탄광이며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제작노트’ 중에서)군함도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7월 5일 유네스코에 ‘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으로 등록되면서부터이다. 문제는 이 섬에서 강제 징용된 800여명의 조선인이 열악한 조건에서 노동을 했으며 공식적인 집계로 134명이 사망했는데도 일본이 여전히 그들의 존재를 무시하는 데 있다.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극영화/전쟁물, 한국, 2017년, 132분)의 간단한 배경 설명이다.‘군함도’에는 대중적인 인기와 그에 맞는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여럿 등장한다. 황정민(강옥), 소지섭(칠성), 송중기(무영), 이정현(에이바), 이경영(학철), 악역배우로 이름이 굳어진 김민재(종구), 야비한 일본인 역 전문의 김민우(시마자키)까지 나온다. 이들에게는 당연히 뚜렷한 개성을 가진 역할로 영화에서 무게감을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고, 모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인정한다.
황정민은 매사에 얼렁뚱땅이지만 딸을 사랑하는 마음은 대단하고, 소지섭은 불량배였다가 애국자로 바뀌는 변화무쌍한 역을 그런대로 잘 소화했고, 송중기 역시 냉철한 스파이로서 제 몫을 찾았다.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 역의 이정현이나 빗나간 욕망의 위선자 이경영은 영화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무엇인가 미진한 맘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짜임새 부족한 스토리와 액션영화 전문 감독의 아마추어 연출이었다.
132분이나 되는 상영시간을 염두에 둘 때 여러 이야기를 섞어 넣는 작업은 당연하다. 하지만 각 이야기마다 기승전결이 분명하게 완성되지 않으면 이야기는 공중에 흩어지고 만다. 이정현과 소지섭의 사랑 이야기가 그렇고, 탄광의 일본인 책임자 교체 이야기가 그렇고, 이경영이 자진해서 열악한 조건의 광부 노릇을 한 이유도 그렇고, 일본인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조선인들의 처참한 삶의 비교가 그렇다.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손에 잡히지 않았다. 거기다가 지나치리만치 길고 자세한 전투 묘사는 ‘군함도’가 액션물인지 역사고발물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세련된 역사의식을 기대한 게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군함도’ 포스터
제작비가 많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볼거리는 넘쳐났다. 춘천에 어마어마한 세트장을 건설하고 일본인 조선인 거주구역, 번화가와 유곽, 인공 섬 외곽을 둘러싼 웅장한 담, 열악한 조건의 탄광을 현실감 넘치게 재구성했고, 많은 엑스트라를 동원해 현장감을 부여한 작업은 칭찬할 만하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장르를 옮겨가기 전에 감독이 연구를 좀 더 했으면 좋을 뻔했다.‘군함도’는 지난 역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완성한 한수산의 소설이 원작이다. 실제로 같은 사건이 있었던 게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소설이라도 역사의식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 때 주의할 점은 일단 만들고 나면 설혹 뚜렷하고 변별력 있는 역사관이 보이지 않더라도 어쨌든 이름을 올리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앞으로 ‘군함도’라는 제목과 소재로 다시금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질지 모른다. ‘군함도’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쉽게 잊히고 말 대상이 아닌 까닭에 하는 말이다. 훌륭한 소재를 잡았는데 완성도가 모자라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의 마지막은 히로시마(대사로 처리)에 이어 나가사키에서 원자폭탄이 터지는 장면이다. 일본은 그렇게 패망했고 군함도 이야기도 그렇게 묻혀갔다.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군함도의 안내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선인들의 사연은 단 한 줄도 없다. 그들의 억울함이 풀어질 날은 언제쯤일까?
박태식(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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