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연극 ‘글로리아’ 포스터 / 사진제공=노네임씨어터컴퍼니



“그녀는 평범했어요. 낯을 좀 가리는 것 외엔 상냥하고 심지어 웃길 때도 있었어요. 그러니까…글로리아는 평범했다고요. 우리 중 누구든 그렇게 했을 수 있어요.”로린(정원조)은 글로리아(곽지숙)를 이렇게 기억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진행된 연극 ‘글로리아'(연출 김태형)의 드레스 리허설에서다.

뉴욕 한복판 미드타운의 잡지 편집부에서 각기 다른 꿈과 생각을 지닌 인물들이 대화한다. 누군가는 꿈을 위해, 다른 누군가는 야망을 위해, 또 누군가는 어제와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낸다. 직장인들의 한탄과 불만, 시기와 질투를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잡지 편집부에 이어 한 프랜차이즈 커피숍, LA에 이르기까지 무대는 크게 세 번 바뀐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글로리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핵심 인물이 되는 건 1막이 끝날 무렵부터다. 극의 긴장감도 덩달아 높아진다. 2막의 커피숍에선 딘(이형훈)과 켄드라(손지윤)의 재회, 낸(곽지숙)의 속내를 조명한다. 우리 모두가 다르지 않다는 것이 처참할 정도로 솔직하게 묘사된다.타인과 비교하며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욕망을 갖는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건드린다. 그 누구도 끝까지 고고할 수는 없다고 속삭인다. 1막과 2막의 전혀 다른 분위기는 무대 구성의 변화는 물론 배우들의 연기로도 충분히 표현돼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모두 자신이 맡은 인물의 개성을 살려 빠른 속도로 대화를 이어간다. 함축이 없어 듣기에 불편함도 없다. 배우들의 기량도 뛰어나 대화에 금세 빠져든다.

출연자들이 1인 다(多)역을 연기하는 것도 신선하다. 극의 끝을 책임지는 로린을 제외하곤 모든 배우가 둘 이상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어설프지 않다.

2막부터 시간의 경과까지 ‘글로리아’는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웃으면서도 정곡을 찔리는 기분이다. 극장을 빠져나오면서는 어딘가 허한 기분마저 든다. 로린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그러니까 제 말은, 우리 중 누구든 그렇게 했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오는 8월 1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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