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임슬옹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처음’은 두려움과 설렘, 상충하는 두 감정이 교차한다. 또 누구나 서툴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른 뒤 돌아보면 애틋함을 동반한 추억으로 대체된다. 가수 임슬옹도 두렵고 또 설레는 시작점에 섰다. 그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한 뮤지컬이란 분야에 데뷔 후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무모한 욕심으로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그는 숙고 끝에 첫 도전으로 ‘마타하리’를 택했다. 웅장한 규모에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작품인데다, 여주인공의 감정을 흔드는 막중한 역할이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 힘듦과 즐거움이 비례한다는 걸 알기에 마냥 두렵지만은 않다. “더 잘 해야죠”라는 임슬옹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갔다.

10. 데뷔 후 첫 뮤지컬로 ‘마타하리’를 선택했다. 규모가 큰 작품이라 출연 결정까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임슬옹 : 우선 큰 작품에 참여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한 것을 다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이제 첫 공연을 올렸으니 계속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거다.10. 첫 공연의 커튼콜 때, 울컥하는 것 같더라.
임슬옹 : 울컥했다. 두 달 동안 ‘마타하리’에 올인했고 공연을 마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게…첫 공연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전날에도 계속 집중하고 생각한 것들이 떠올라 울컥하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좀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

10. 그간 드라마와 영화로 연기를 해왔지만, 뮤지컬은 또 전혀 다른 장르이니 준비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겠다.
임슬옹 : 우선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니까 보여줘야 하는 측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다행히 같이 연기하는 선배님들이 많이 알려주셨다.

10.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라는 위엄도 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임슬옹 : 성격이 쾌활하긴 한데, 과장하는 걸 잘 못한다. 약간의 움직임으론 대극장에서 표현이 안되니까 큰 동작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 부담됐다.10. 아르망은 마타하리를 사랑하는, 또 라두 대령과 대립하는 반항적인 인물이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었고, 배역에 감정 이입은 어느 정도 되던가.
임슬옹 : 음…우선 ‘사랑이냐 일이냐’라는 단순한 물음이라면,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캐릭터가 반항적인 기질도 있고 그걸 표현하는 점에서는 시원했다. 캐릭터는 처음부터 연출의 확고한 틀이 있었다. 전체적인 흐름을 읽는 연출의 눈을 신뢰하기 때문에 그 틀에서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연출은 이번에 아르망이 초연 때보다 더 반항적이고 남성미가 있길 원했다. 그래서 웃음기를 빼고 연약해 보이는 부분을 걷어냈다. 예를 들면 마타하리와 서로 마주 보고 노래를 하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서로 눈을 보고 노래를 하는 것조차 달콤해 보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건 대사나 상황으로 충분하니까.

10. 많은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른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가 있을까.
임슬옹 : 사실 그간 제안은 몇 차례 받았지만, 어렵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은 바뀌고, 노래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로 연습을 하면서 보완되는 부분이 있다. 장점과 단점이 확실해지면서 이제 도전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내가 할 수 없는 장르라고 여겼다.

10. 음색과 발성에 대한 고민은 뮤지컬에 도전하면서 하게 된 것인가.
임슬옹 : 갈성이나, 터져 나오는 보컬 톤은 아니어서 사실 가수로서도 평생 숙제다. 굳이 뮤지컬 때문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깨달음이 있었다. 연구하며 연습하다 보니 열정도 생기고,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마타하리’도 출연을 결정했는데, 연출이 ‘더 남자답게 바꿨다’고 해서 당황하긴 했다.(웃음)10. 2AM과 다양한 듀엣곡에서는 특유의 미성이 강점이었다. 뮤지컬, 그중에서도 ‘마타하리’처럼 비장한 장르라면 연습하면서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을 것 같다.
임슬옹 : 미성과 탁성으로 나눈다면 미성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거지, 탁성으로 가는 게 아니다. 타고난 걸 바꿀 수는 없으니 미성의 상태에서 보완할 수 있는 적당한 선에서 표현하도록 연습하고 연구했다. 우선 큰 극장에 오르는 것이니 에너지를 올리려고 노력했다. 아직 많은 고민들이 있고 여전히 정리하고 보완하는 과정이다.

10. 호흡을 맞추는 차지연, 옥주현, 엄기준까지 베테랑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자극도 받겠다.
임슬옹 : 차지연 누나가 많이 도와줬다. 정말 좋은 분이다.(웃음) 성격도 나와 비슷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친누나가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누나에게 직접 쓴 편지에 아기 용품까지 챙겨주셔서 감동받았다.

임슬옹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두 달의 연습 기간 동안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임슬옹 : 결정을 후회한 적은 없다. 본 공연장에서 하는 첫 런스루 때, 생각했던 것보다 무대가 훨씬 크니까 에너지를 더 써야 하더라. 그때 잠깐 ‘멘붕’이 왔는데, 길을 찾자고 마음먹고 5일 정도 분석했다. 악쓴다고 에너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끌어올려서 뱉어야 했다.

10.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무대에 오르나.
임슬옹 : 성량 크기보다 전달력이 중요한 것 같다. 소리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건 전달력이다. 연출과도 그렇게 이야기를 나눴고, 성량은 마이크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키울 수 있다. 반면 전달은 또 다른 문제다. 소리의 음파를 말하는 건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소리와 전달력이 좋은 소리를 연구하면서 느꼈다. 가장 중요한 건 정확한 표현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첫 공연 때는 긴장을 해서 나도 모르게 크게 내려고 했던 부분도 있다. 다음 회부터는 그런 걸 보완할 생각이다. 더 좋은 무대를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10. 생방송인 뮤지컬로 연기력도 늘겠다.
임슬옹 : 편집이 없이 두 시간 반 동안의 스토리를 끌고 가는데, 공부도 되고 연기적으로 도움이 많이 된다. 한 인물의 기승전결을 한 번에 표현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니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고 드라마, 영화와는 또 다른 몰입을 한다.10. 하면 할수록 쉽지 않은 장르라는 것도 느낄 테고.
임슬옹 : 정말 어려운데, 또 표현하는 건 재미있다. 내 안에 없는 걸 쏟아내서 표현할 수 있고, 노래도 감정적으로 증폭시키다 보니까 속이 후련하다. 공연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닫는다. 표현하는 공감대는 같지만, 그 안에서 다양하게 강약 조절을 할 수 있다.

10. 2008년에 데뷔해 올해로 10년 차가 됐다. 스스로 돌아보면 어떤 기분인가.
임슬옹 : 힘도 들었고 즐거움도 있었다. 같은 나이대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삶이란 게 힘든 부분도 있지만, 또 재미있지 않나.(웃음) 책임감이 커지는 만큼, 또 성격상 그런 것을 잘 받아들이고 일도 좋아한다. 즐겁게 살려고 한다.

10. 첫 뮤지컬 도전에 오랜만에 새 음반도 냈다.
임슬옹 : ‘마타하리’ 출연 결정 전부터 오래 준비를 했던 음반이었고, 타이틀곡 ‘너야’는 편안하게 들을 수 있지만 웅장한 사운드가 묻어나는 곡이다. 빈지노가 피처링에 참여했다. 음반을 통해서도 음악적으로 조금씩 발전시키는 것 같다. 수록곡 ‘댓츠 라이트(That’s Right)’는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 좋아하는 여성이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위로해주는 그런 내용…(웃음) 작업하는 곡들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온다.

10. 2017년은 새 음반과 ‘마타하리’에 집중할 계획인가.
임슬옹 : 음반과 뮤지컬, 두 가지가 큰 도전이다. 두 가지를 모두 성공적으로 잘 하기에도 벅차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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