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최강희는 이전과 색이 다른 연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안도하는 눈치였다. “고인 물이 될 순 없었다” “로코를 하기에도, 갑자기 주부 연기를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였는데…”라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연기에 대해 얘기를 하는 최강희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조심스럽게 암울했던 과거를 입 밖으로 꺼내면서 더 나아갈 것을 기대하는 그는 여전히 ‘흐르는 물’이었다.10. ‘추리의 여왕’ 드라마의 톤만큼이나 촬영 현장이 화기애애했다고.
최강희: 이상적인 현장이었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감독님의 가치관이 좋았다. 작은 것 하나에 예민할 수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큰 그림을 봤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 단톡방도 생겼다. (권)상우 씨가 말이 제일 많다. (이)원근이는 지켜보는 스타일이고.
10. 극 중 ‘아줌마’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색다른 캐릭터를 해본 소감은.
최강희: 내가 언제까지 연하랑 로코를 할 수는 없는 거다. 그렇다고 한 순간에 아줌마 역을 맡기엔 보는 사람들이 어색해할 것 같았다. 참 애매한 입장이었는데 ‘추리의 여왕’ 속 유설옥은 간극을 채워줬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도 아이가 없으니 완전히 아줌마 느낌은 아니었다. 덕분에 내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다. 제대로 된 주부 연기는 물론 로코, 나이 경계를 넘어 보이시한 캐릭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10. 유설옥의 어떤 점에 이끌렸나.
최강희: 대중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고, 나도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유설옥은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설옥인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나는 요즘 말하는 ‘안물안궁(물어보지도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다)’ 스타일이다. 그 외에 사람들과 관계를 중요시 하는 모습이 닮았다. 설옥이에게 시댁은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었을 거다. 그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신의 자리를 사랑했다. 나 역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때 행복하다.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가 되니까 연기하는 게 편했다.10. 상대배우 권상우와 로맨스 대신 ‘톰과 제리’ 케미를 선보였다.
최강희: 하완승 역에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 제목이 ‘추리의 여왕’이라는 것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배우들, 혹은 매니지먼트는 극의 제목이나 배우 이름의 순서를 예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우 씨가 대본을 받았고 몇 시간 만에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더라. 대본을 읽을 땐 하완승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상우 씨가 대본을 읽으니 캐릭터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상우 씨는 불필요한 고민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치는 멍청한 배우가 아니다. 심플하고 똑똑하다.
10. 사랑꾼 권상우와 호흡하며 결혼생활을 꿈꾸진 않았을까.
최강희: 매번 만날 때마다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더라. 심지어 전날 보여준 사진을 또 보여준다. 예전엔 결혼 후에 압박을 느끼거나 놀고 싶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는 남자들을 봤었다. 그런데 상우 씨는 달랐다. 가족이 주는 힐링이 크다는 걸 느꼈다. 그에게 깨끗한 이불냄새나 아기냄새 같은 게 느껴졌다. 가정을 이루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생각했다.
10. 불혹을 넘긴 나이다.
최강희: 나이에 맞지 않게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면 귀여운 척을 한다거나 나잇값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줄어든다. 내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좋아해줄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추리의 여왕’에 감사하는 점은, 내가 아줌마였다는 거다. 한 가정을 이끄는 주부로서 나 특유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선물 같았다.
최강희: 우을증이 있었다. 2013년에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하면서 ‘하트투하트’를 촬영했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되진 못 했던 것 같다. 이후 ‘화려한 유혹’을 만났다. 몸에 안 맞는 옷을 무리하게 입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공포가 컸다. 목소리가 떨리고 손이 떨려서 연기를 잘 못했다. 더빙을 한 적도 있다. ‘추리의 여왕’을 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극복을 한 것 같다.
10. 우울증을 겪게 된 계기가 있나?
최강희: 사고처럼 찾아왔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나에 대해 엄격한데다가 남들의 말까지 듣기 시작했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면하기 싫었다. 평소에 욕심이 있는 스타일도 아닌데 지금 가진 소중한 것마저 다 잃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10. 모든 걸 극복하고 이렇게 대중 앞에 섰다. 원동력이 있다면?
최강희: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에 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후원단체의 홍보대사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더 훌륭한 배우가 되라. 그래야 강희 씨가 하는 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그래야 누굴 도울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훌륭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생기니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거다. 그렇게 만난 게 ‘추리의 여왕’이었고.
10. 그럼 계속해서 연기적으로 도전하는 최강희를 볼 수 있는 건가?
최강희: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다. 캐릭터 연구를 할 시간이 비교적 많은 영화에선 괜찮은데,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드라마에선 어떤 도전을 하기 두려웠다. 고인 물처럼 언제까지 같은 연기만 할 순 없으니까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 스터디를 만들 계획이다.
10. 23년차 배우의 도전이다.
최강희: 할머니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한글을 배우는 느낌인가?(웃음)
배우 최강희 /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최강희에겐 줄곧 ‘해맑은 4차원’ ‘시대를 거스르는 동안 미모’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실제로 그는 특유의 톡톡 튀는 이미지를 연기로 승화하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아줌마’가 됐다. 지난달 25일 종영한 KBS2 ‘추리의 여왕’에서 그는 기존의 발랄함을 잃지 않고 추리에 열정을 드러내면서도 부양할 가족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주부 유설옥을 연기했다.최강희는 이전과 색이 다른 연기를 했다는 것에 대해 크게 안도하는 눈치였다. “고인 물이 될 순 없었다” “로코를 하기에도, 갑자기 주부 연기를 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였는데…”라며 그간의 고민을 털어놨다. 연기에 대해 얘기를 하는 최강희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 조심스럽게 암울했던 과거를 입 밖으로 꺼내면서 더 나아갈 것을 기대하는 그는 여전히 ‘흐르는 물’이었다.10. ‘추리의 여왕’ 드라마의 톤만큼이나 촬영 현장이 화기애애했다고.
최강희: 이상적인 현장이었다.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감독님의 가치관이 좋았다. 작은 것 하나에 예민할 수도 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큰 그림을 봤다. 드라마 종영 이후에 단톡방도 생겼다. (권)상우 씨가 말이 제일 많다. (이)원근이는 지켜보는 스타일이고.
10. 극 중 ‘아줌마’라는 소리를 수도 없이 들었다. 색다른 캐릭터를 해본 소감은.
최강희: 내가 언제까지 연하랑 로코를 할 수는 없는 거다. 그렇다고 한 순간에 아줌마 역을 맡기엔 보는 사람들이 어색해할 것 같았다. 참 애매한 입장이었는데 ‘추리의 여왕’ 속 유설옥은 간극을 채워줬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도 아이가 없으니 완전히 아줌마 느낌은 아니었다. 덕분에 내 스펙트럼이 넓어진 느낌이다. 제대로 된 주부 연기는 물론 로코, 나이 경계를 넘어 보이시한 캐릭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10. 유설옥의 어떤 점에 이끌렸나.
최강희: 대중들이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있고, 나도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 유설옥은 이 모든 걸 충족시켜주는 캐릭터였다.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물론, 설옥인 궁금한 게 너무 많지만 나는 요즘 말하는 ‘안물안궁(물어보지도 않았고, 궁금하지도 않다)’ 스타일이다. 그 외에 사람들과 관계를 중요시 하는 모습이 닮았다. 설옥이에게 시댁은 결코 스트레스가 아니었을 거다. 그는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자신의 자리를 사랑했다. 나 역시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느낄 때 행복하다.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가 되니까 연기하는 게 편했다.10. 상대배우 권상우와 로맨스 대신 ‘톰과 제리’ 케미를 선보였다.
최강희: 하완승 역에 선뜻 나서는 배우가 없었다. 제목이 ‘추리의 여왕’이라는 것은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배우들, 혹은 매니지먼트는 극의 제목이나 배우 이름의 순서를 예민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우 씨가 대본을 받았고 몇 시간 만에 ‘너무 재미있어서 꼭 하겠다’고 연락을 했다더라. 대본을 읽을 땐 하완승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상우 씨가 대본을 읽으니 캐릭터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상우 씨는 불필요한 고민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걸 놓치는 멍청한 배우가 아니다. 심플하고 똑똑하다.
10. 사랑꾼 권상우와 호흡하며 결혼생활을 꿈꾸진 않았을까.
최강희: 매번 만날 때마다 아이들 사진을 보여주더라. 심지어 전날 보여준 사진을 또 보여준다. 예전엔 결혼 후에 압박을 느끼거나 놀고 싶어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는 남자들을 봤었다. 그런데 상우 씨는 달랐다. 가족이 주는 힐링이 크다는 걸 느꼈다. 그에게 깨끗한 이불냄새나 아기냄새 같은 게 느껴졌다. 가정을 이루는 게 행복한 일이구나 생각했다.
10. 불혹을 넘긴 나이다.
최강희: 나이에 맞지 않게 통통 튀는 모습을 보여주면 귀여운 척을 한다거나 나잇값 못한다는 비난을 받는다. 때문에 나이가 들면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이 줄어든다. 내 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좋아해줄지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추리의 여왕’에 감사하는 점은, 내가 아줌마였다는 거다. 한 가정을 이끄는 주부로서 나 특유의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선물 같았다.
배우 최강희 /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10. 약 4년 만의 인터뷰다.최강희: 우을증이 있었다. 2013년에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하면서 ‘하트투하트’를 촬영했다. 하지만 완전 정상화되진 못 했던 것 같다. 이후 ‘화려한 유혹’을 만났다. 몸에 안 맞는 옷을 무리하게 입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다 보니까 공포가 컸다. 목소리가 떨리고 손이 떨려서 연기를 잘 못했다. 더빙을 한 적도 있다. ‘추리의 여왕’을 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극복을 한 것 같다.
10. 우울증을 겪게 된 계기가 있나?
최강희: 사고처럼 찾아왔다. 연기를 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도 나에 대해 엄격한데다가 남들의 말까지 듣기 시작했다. 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대면하기 싫었다. 평소에 욕심이 있는 스타일도 아닌데 지금 가진 소중한 것마저 다 잃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었다.10. 모든 걸 극복하고 이렇게 대중 앞에 섰다. 원동력이 있다면?
최강희: 우간다에 봉사활동을 다녀온 후에 그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후원단체의 홍보대사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봉사를 하고 싶었는데, ‘더 훌륭한 배우가 되라. 그래야 강희 씨가 하는 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 그래야 누굴 도울 수도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훌륭한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표가 생기니 연기가 너무 하고 싶은 거다. 그렇게 만난 게 ‘추리의 여왕’이었고.
10. 그럼 계속해서 연기적으로 도전하는 최강희를 볼 수 있는 건가?
최강희: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다. 캐릭터 연구를 할 시간이 비교적 많은 영화에선 괜찮은데,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드라마에선 어떤 도전을 하기 두려웠다. 고인 물처럼 언제까지 같은 연기만 할 순 없으니까 더 많이 노력을 해야겠지. 배우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 연기 스터디를 만들 계획이다.
10. 23년차 배우의 도전이다.
최강희: 할머니가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가지고 한글을 배우는 느낌인가?(웃음)
배우 최강희 /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