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도원경’ 빅스와 탄생화 / 사진제공=젤리피쉬

보이그룹이 한복자락을 휘날리며 부채춤 추는 모습을 보게 됐다. 제목부터 동양의 미(美)가 물씬 풍기는 신곡 ‘도원경(桃源境)’으로 컴백한 빅스가 그 주인공이다.

전 세계 K팝 열풍이 뜨겁다. 미국 빌보드에는 K팝 가수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칼럼 섹션이 생겼다. K팝 신 자체에 애정을 갖고 있는 해외 음악 팬들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이에 발맞춰 국내 가수들도 음악적으로 해외의 트렌드를 좇는 추세다. 힙합·EDM·뭄바톤·하우스 등 해외서 유행하는 장르의 음악을 만들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영어를 싣는다.이 속에서 빅스의 행보가 새롭다. 올해 데뷔 5주년을 맞는 빅스가 지난 15일 야심차게 내놓은 ‘도원경’의 콘셉트는 ‘동양 판타지’다. 빅스는 음악부터 안무, 매무새에 이르기까지 ‘도원경’에 동양의 미를 담아냈다.

빅스 ‘도원경’ 표지 / 사진제공=젤리피쉬

‘도원경’은 리드미컬한 블루스에 우리 전통 악기인 가야금 연주를 접목한 퓨전 알앤비 장르의 곡이다. 가야금 테마는 도입부와 중반부에서 특히 강조됐다. 여기에 신스 사운드를 어울러 긴장감과 색채감을 동시에 나타냈다. 날카로운 전자 악기 소리와 맑은 가야금 소리가 만들어내는 이질적인 조화는 곡 전반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높였다.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노랫말이다. ‘도원경’은 삼국 시대 이후 진(秦) 나라 때 유래한 말로 직역하면 ‘복숭아 꽃 피는 아름다운 곳’이다. 즉 이상향을 뜻한다. 빅스는 ‘도원경’을 곡의 화자(話者)가 사랑하는 ‘너’에 두고, 노랫말로 ‘너’의 아름다움을 예찬하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이를 전부 우리말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도원경’ 가사에는 영어가 전무(全無)하다.

“흐드러져 피는 꽃 / 바람마저 달콤한 / (중략) / 어디든 마음이 나풀대며 / 불어올 그림 속”, “덧칠해 좀 더 짙게 / 이 밤 깊이 번져가고 있어”, “널 닮은 붉은 / 동백이 지루해 / (중략) / 잠재운 마음속에 / 파도를 부르고”, “낮과 밤이 전부 너야 / 일렁이는 내 마음도 / 그 짙은 향기에 / 홀릴 것 같아” 등 마치 고전 시가를 읽는 것 같은 구절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끼게 하고 있다. 래퍼 라비가 선보이는 라임(Rhyme) 역시 “덜 익은 복숭아마저도 ‘달다’ / 휘날리는 꽃잎 아래 네 비단결 옷’자락’”이라는 가사처럼 우리말로 이뤄졌다. 운율을 맞추거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의미 없는 영어 단어을 남용하는 요즘 노랫말에 비추면 확실히 새롭다.

빅스 ‘도원경’ 뮤직비디오 / 사진제공=젤리피쉬
이 같은 노력은 안무와 매무새에도 깃들었다. 안무는 빅스의 전작 ‘판타지(Fantasy)’에 이어 해외 유명 안부가 키요니 앤 마리(Keone & Mari)가 작업했는데, 이들의 안무를 빅스가 다시 받아 내부 안무팀과 함께 동양풍으로 각색했다. 유정완 안무가가 가미한 부채춤이 그것이다. 무대에서 빅스는 전통 부채를 들고 나타나 이를 활용한 동작들을 선보인다. 빅스는 부채춤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상 역시 한복의 요소를 더한 정장 차림을 택했다. 동정과 깃, 베일 등을 덧댄 의상은 빅스의 춤 선을 강조하는 효과를 끌어냈다.

이 외에도 ‘도원경’ 실물 음반 역시 전통 화집(?集)을 연상케 하는 모양으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음반은 총 두 가지 종류로 발매, 빅스의 탄생석과 탄생화를 콘셉트로 한 멤버들의 사진과 동양적인 그림이 실렸다.

‘도원경’ 빅스와 탄생석/ 사진제공=젤리피쉬
“K팝 아이돌로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해내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빅스 혁은 말했다. 이들의 마음가짐이 반갑다. K팝이 해외 유행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주체성을 갖고 해외 팬들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그 가능성을 빅스가 열었다. 실제로도 이번 ‘도원경’은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10위에 오르며 해외 인기를 입증했다. 더불어 국내서는 음반 판매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서 2종 음반이 나란히 1,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빅스의 무릉도원을 그려낸 ‘도원경’의 무대는 18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방송 최초 공개된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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