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 조현주 기자]
배우 이하나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이하나는 인터뷰에 신중을 가했다. 다이어리에 촬영 에피소드를 적어오기도 하고,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답변 괜찮았나요?”라고 수차례 물었다. 열과 성을 다했던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는 그만큼이나 소중했던 작품이었다. 장르물까지 섭렵 가능한 이하나의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고,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 제작진의 배려는 그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겼다. 장혁이 자주 주던 쫀득한 말랑카우 그리고 바닥에 앉으려고 하면 제작진이 그에게 안긴 방석 등 이하나는 풍족한 촬영 현장 속에 있었다. 그는 “추웠지만 뜨거워지는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장혁 오빠는 참 수더분해요. 제가 3회부터 6회까지 똑같은 사복을 입어서 ‘언제쯤 사건이 해결될까요?’라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장혁 오빠가 ‘난 2회 때부터 입고 있었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런 모습이 모두가 장혁 오빠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해요. 정말 든든했어요. 또 속으로 삭힐지언정 겉으로는 진짜 고민을 말씀을 잘 안 해요. 사실 너무 과장되면 진정성이 떨어져서 자제하려고 하는데 장혁 오빠의 배려나 자상한 모습이 자꾸만 생각이 나네요.”‘보이스’는 범죄 현장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112 신고센터 대원들의 치열한 기록을 그렸다. 이하나는 보이스 프로파일러 강권주 경감 역을, 장혁은 ‘미친개’ 무진혁 형사 역을 맡아 연기했다. 두 사람의 호흡은 극의 인기를 확실하게 견인했다. 이하나는 “사실 장혁 선배한테 혼난 적도 있다”면서 “내 딴에는 속상에서 눈물도 흘렸는데, 장혁 선배가 의연하게 리드해줬다. 역시 프로구나 싶었다. 대화를 나누고 나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랑카우를 주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남자답기도 하고, 여유롭게 농담도 건네며 긴장도 풀어줬다”고 했다.

배우 이하나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쇄살인마 모태구 역의 김재욱과는 강렬하게 대립했다.“현장에서 스태프들은 다들 성을 빼고 권주, 진혁이라고 불렀는데 태구만 모태구라고 불렀어요. 제가 어쩌다가 태구씨라고 언급했는데, 스태프들이 못 알아듣더라고요. 낯선 거죠. 저라도 살갑게 불러줘야지 했는데, 부를 기회가 없었네요.(웃음)”

김재욱은 악역의 한 페이지를 썼다. 그는 “어쩌다가 김재욱이 든 장총을 들었는데 정말 무겁고 차가웠다. 그냥 묵묵하게 안가 가는 김재욱의 모습을 보고 정중하고 우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이 절로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이하나에게 ‘보이스’는 최고의 현장이었다. 외워야할 대사량은 엄청났고, 주로 덥고 건조한 세트장에서 장시간 촬영을 했지만 이하나는 스태프들의 배려 덕분에 행복했단다.

“센터에서의 촬영은 조명기구 때문에 덥고 졸음도 오고 건조했어요. 그런 상황이 되면 B팀 카메라 감독님이 좋은 음악을 틀어주세요. 건조했던 센터가 로맨틱한 장소가 돼요. 배려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차가운 곳에 앉으려고 하면 어디선가 방석을 갖다 줘요. 한 번도 바닥에 앉지를 않았어요. 마음이 풍요로웠죠. 촬영이 끝나면 언제 이런 사랑을 받아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쓸쓸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당시에 저에게 베풀어준 호의를 마음껏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였어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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