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김홍선 PD / 사진=OCN 제공

OCN ‘보이스’(극본 마진원, 연출 김홍선)를 이끌었던 김홍선 PD의 시작은 예능이었다. 1996년 SBS에 입사한 그는 ‘기쁜우리 토요일’을 만들었고, 2007년 ‘메디컬 기방 영화관’을 시작으로 OCN 조선추리활극 정약용’(2010), ‘야차’(2010), ‘히어로’(2012), tvN ‘라이어 게임’(2014), ‘피리부는 사나이’(2016) 등을 연출했다. 김홍선 PD는 장르물의 선두주자답게 ‘보이스’를 통해 골든타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장혁·이하나·김재욱 등 배우들의 재발견까지 이뤄내며 연출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0. 마진원 작가는 ‘보이스’로 첫 스릴러 장르를 썼다.
김홍선 : 골든타임에 대한 부재를 고발의 형태로 가보자는 의도가 있었다. 장르물을 써본적은 없는데, 사실 장르물이라고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일반 드라마를 쓰는 기법과 다르지 않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디테일을 챙겨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 그리고 추리 기법을 써야하는데, 작가님이 워낙 다른 부분에서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쉽게 만들어내고 적응을 했다.10. 배우들의 재발견을 이뤄냈다. 특히 김재욱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김홍선 : 김재욱이라는 배우를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다. ‘여리여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만났는데 완전히 남자더라.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분석을 하면서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몇 배를 더 승화시켜 잘 뽑아내줬다. 그 부분은 감사하다. 모태구는 돈, 권력 등 모든 걸 다 가졌다. 사회적인 불만보다는 모태구만이 가지고 있는 다른 이유를 생각했다. 그래서 아예 즐겨버리는 형태를 가진 거다. 김재욱이 모태구 역할을 즐겁게 해줬다. 인상 쓰고 무섭게 하는 게 아니라 표현을 부들부들하게 해서 더 좋아해주신 거 같다. 사실 좋아하면 안 되는 역할이지 않나.(웃음) 김재욱이 잘한 것 같다.

10. 이하나 역시 민폐 여주가 안 됐다. 제작발표회 때도 그런 고민이 느껴졌고, 제대로 강권주 캐릭터를 활용했다.
김홍선 : 워낙에 대사양이 많았다. 그런데 이하나에게 자기 입에 붙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한 시간을 주지 못했다. 그런데 불만 없이 열심히 해줘서 고마운 거다. 강권주는 잘 들리는 능력을 지녔는데, 그것보다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더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피해자에 공감하고, 남들보다 더 잘 들어주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라 했다. 그래서 캐릭터가 더 잘살아났다. 이하나 본인이 맑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 소유자라서 표현이 더 잘 된 거 같다.

‘보이스’ 김재욱
10. 장혁의 고생을 빼놓을 수 없었다.
김홍선 : 주인공들은 몸으로 하는 액션은 되도록 편하게 하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열정파고, 본인이 뭐든걸 해결하려고 한다. 액션을 잘해서도 있지만 내가 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장혁 대역이 항상 대기하고 있었지만, 작품을 위해 내가 연기하는 게 더 좋다고 여긴다. 쉬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다 나섰다. 생각이 다르다. 물론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잘하니까 나섰을 것이다. 그럼에도 볼 때마다 프로라고 느껴졌다. 연출자로서 감사했고, 너무 좋았다. 사실 안 해서 문제지 해주는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나.(웃음)

10.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는 편인가?
김홍선 : 책을 많이 보는 편이다. 잡다하게 읽는 편이다. 재미없으면 덮어버리고 재미있으면 밤을 새서라도 읽는다. 의무감으로 읽는 스타일이다. 아이템이나 소재에 대한 영감을 책을 통해서 얻는다.

10. 혹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김홍선 : 코맥 맥카시의 ‘로드’. 그 책을 읽으면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로드’같은 내용을 연출해보고 싶다. 물론 너무 어렵겠지만.
‘보이스’ 장혁

10. 시작은 예능 PD였다. 지금은 장르물 전문 PD가 됐다.
김홍선 : 다이내믹하고 힘 있는 이야기를 즐긴다. 강렬하고, 반전 있고, 액션이 있는 걸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OCN 초창기 멤버들과 언젠가 HBO(미국 영화채널) 같은 드라마를 하자고 했다. 막장드라마나 멜로 말고 다른 장르를 더 하려고 했던 거다. 꼭 장르물만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아니다. 똑같은 얘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차원이었다.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살고 있으면 즐거운 일이다. 복 받은 거다. 행복하다.

10. 다음 계획은 어떻게 되나?
김홍선 : 아직 이야기는 찾지 못했지만 멜로를 하고 싶다. 로맨틱 코미디는 아니고 무겁거나 슬픈, 진한 멜로가 되지 않을까한다. 내 감성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다. 멜로는 꼭 해보고 싶었다. 밝고 아기자기한, 아름다운 멜로가 있다면 괴롭고 어두운 멜로도 있다. 만약 그 부분에 공감을 하신다면 시청자들도 봐주실 것 같다.

10.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홍선 :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다. 나 혼자 똑똑하거나 발악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에게 고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래서 운도 필요한 거다. 사람의 운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기다면 다 함께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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