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조작된 도시’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949년 발행된 조지오웰의 소설 ‘1984’는 1984년도를 배경으로 정부가 모든 것을 감시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사회를 그린다. 국가를 통치하는 독재자 ‘빅 브라더’는 감시자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한다. ‘빅 브라더’는 현재 진행형이다. 영화 ‘조작된 도시’(감독 박광현)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는 일종의 거대한 패닉룸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사건이 조작되는 걸 볼 수 있다. ‘조작된 도시’의 사회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정보를 움켜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에 의해 흉악한 살인자가 되기도 한다.

‘조작된 도시’는 단 3분 16초 만에 살인자로 조작된 남자가 게임 멤버들과 함께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며 짜릿한 반격을 펼치는 범죄액션영화다. 최근 한국 범죄액션 장르가 대부분 기득권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면 ‘조작된 도시’는 우리 사회에서 비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이 세상을 뒤집는다는 내용으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조작된 도시’는 ‘웰컴 투 동막골’(2005) 이후 박광현 감독이 12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박 감독은 제대로 이를 갈은 모양이다. 기존 한국형 범죄영화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발상은 물론 독특한 상상력으로 빚어낸 공간과 액션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주인공 권유(지창욱)는 게임 세계 속에서는 완벽한 리더지만 현실에서는 평범한 백수다. 그런 그가 PC방 옆자리에 놓인 낯선 여자의 전화를 받고, 그녀가 있는 곳에 휴대폰을 두고 나온다. 이튿날 권유는 영문도 모른 채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범인으로 몰리게 된다. 지문부터, 흉기 등 모든 증거가 짜 맞추기라도 한 듯 권유를 범인이라고 가리킨다. 그는 속전속결로 유죄 판정을 받는다. 억울하게 누명을 씌고 모진 고초까지 당한 그는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권유와 함께 게임을 하며 그를 “대장”이라고 불렀던 여울(심은경), 데몰리션(안재홍) 등 게임 멤버들이 모여 사건의 실체를 추적한다. 이들은 조작된 세상에 맞서기로 한다.
‘조작된 도시’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작된 도시’는 지극히 평범한 한 청년이 누군가에 의해 살인자로 조작되고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사회의 권력과 시스템을 활용해 세상을 마음껏 조작한다는 설정은 그 누구라도 살인자가 될 수 있기에 섬뜩하고 오싹하게 다가온다.

특별히 내세울 것 없었던 사회의 낙오자들이 모여 자신만의 숨겨진 재능과 장기를 발휘해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고 그 배후에 있는 거대 권력에 맞서는 과정은 반격의 쾌감을 안기기 충분하다. 박 감독은 “요즘 젊은 친구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틀에서 벗어나면 인정을 못 받는다. 그러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모두들 반짝거린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게임과 현실을 오가는 액션은 ‘조작된 도시’만의 강점이다. 영화는 대작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도심 한복판의 대규모 전투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전투기와 미사일, 시시각각 터지는 폭탄과 와이어 액션 등 관객을 액션 게임의 한 가운데 놓이게 하며 짜릿함을 안긴다. 암흑 속 격투신과 8차선 도로에서 진행된 대규모 카체이싱 등은 영화의 백미다.

‘조작된 도시’ 스틸컷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신선하고 참신한, 오감이 즐거운 오락영화임은 자명하다. 다만 게임을 소재로 택했다 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만화적인 요소가 강한 만큼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에서 ‘조작된 도시’의 설정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비주류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에서 디테일과 개연성을 찾기가 어렵다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새로운 것이 아니면 돌아올 이유가 없었다”는 박 감독의 말처럼 ‘조작된 도시’는 기존 영화와 다른 새로운 스타일을 꾀하려는 고민이 짙게 묻어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26분. 오는 9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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