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배우 이원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해를 품은 달’(2012)을 통해 데뷔한 이원근은 아직도 미소년의 이미지가 짙다. 하얀 피부와 환한 미소, 마른 몸매로 여심을 관통한다.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는 그런 이원근의 이미지를 한껏 활용했다. 사연이 담긴 눈빛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미소 지을 때는 순진무구함을 무표정일 때는 의중을 알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안긴다. 극 중 이원근은 효주(김하늘)의 감정을 들끓게 하고 혜영(유인영)의 모성애를 자극하는 재하 역으로 2017년을 여는 문제작의 문제적 남자가 됐다. 문제적 남자가 되기 위한 이원근의 피, 땀, 눈물에 대한 이야기.

10. ‘여교사’를 촬영한지 1년이 넘었다. 개봉하는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이원근 : ‘여교사’ 촬영 이후 감사한 일이 끊임없이 있었다. 첫 데뷔 영화이기 때문에 더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고,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시사회 내내 떨렸고, 긴장됐고 설레기도 했다.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했다.10. 오디션을 봤는데, 왜 자신이 재하 역에 캐스팅 된 것 같은지.
이원근 : 오디션을 보는 자리에 내가 셔츠 차림에 알록달록한 양말을 신고 갔다. 그날따라 양말이 없어서 눈에 보이는 걸 신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내 양말을 보고 멈칫 하더라. 재하는 멋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다. 감독님이 정말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원했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 내 양말이 눈에 띄었던 거 같다. 이후 감독님과 두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눴다. 나에 대해 궁금해 했다. 내 성향, 취미, 말투, 대화할 때는 어디를 보고 만지는지를 유심히 봤다. 물론 그때는 몰랐다. 나중에 감독님이 당시에 나의 말과 행동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해 줬다.

10. 캐스팅 확정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이원근 : 날아갈 뻔했다. 등에 날개 달렸다.(웃음) 행복했고 감사했다. 동시에 부담감도 왔지만 아무것도 없는 나를 선택해주고 같이 참여 하자고 해줘서 좋았던 기억이 크다.

배우 이원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재하 역을 위해 가장 신경 썼던 점이 있다면?
이원근 : 복근을 만들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호통을 쳤다. 18살짜리가 무슨 복근이 있냐고 하더라. 리얼리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찍을 때 내 나이가 25살이었는데, 18살 캐릭터를 위해 준비하라고 말해줬다. 촬영할 때 내 목소리 톤이 나오면 NG가 났다. 18살로 보이는 목소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영악함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디렉팅을 줬다. 재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걸 그리고 싶었기에 전후 사정을 생각하지 말고 오늘 찍을 신만 생각하라고 지시했다. 감독님은 내 목소리가 나오면 멀리 있어도 달려오셨다.(웃음)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이 명확했다. 목소리 톤뿐만 아니라 무용수인 만큼 허리를 굽히지 않고 꼿꼿한 자세로 있는 등 디테일을 엄청나게 신경 썼다.

10. ‘여교사’를 통해 유인영·김하늘과 베드신을 촬영했다.
이원근 : 베드신에 대한 걱정이나 겁은 없었다. 극 자체가 훌륭했고, 효주의 감정과 미성숙한 재하, 선한 듯 선하지 않은 혜영의 감정이 글로 잘 보였다. 최고의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베드신 자체는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그걸 덮어버릴 만큼 극이 훌륭했다.

10. 실제 촬영 때는 또 달랐을 것 같은데.
이원근 : 긴장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촬영을 할 때는 선배와 후배 관계를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쑥스러워하면 그 공간이 차가워질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오히려 조금은 당당하게 임했다. 당연히 조심스럽게 의견을 전했지만, 내가 리드를 할 수 있게끔 풀어나가려고 노력했다.10. 김하늘 역할이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한 역할이지 않았나. 호흡은 어땠나.
이원근 : 굉장히 좋았다. 김하늘 선배가 아우라가 넘치고 아름답지 않나.(웃음) 모니터링을 하면서 배울점도 많았다. 선배가 감정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면 나도 스태프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텐데, 오히려 그걸 알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게 대해줬다. 내가 첫 영화인 걸 알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줬다. 리허설도 사전에 미리 여러 번 맞춰보고, 내가 대사를 외우고 있으면 옆에서 대사를 툭툭 쳐줬다. 그렇게 호흡을 맞춰줘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배우 이원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영화 속에서 이원근은 완벽한 발레리나의 몸을 하고, 발레 역시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원근 : 물론 대역이 있었다. 그런데 발레라는 운동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신경을 써야하는 운동이었다. 처음 발레를 준비할 때 불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발레는 유연성이 필요한데 다 큰 성인이 갑자기 유연성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드트레이닝에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선생님이 열의를 가지고 수업을 해줬다. 끝까지 포기해주지 않아서 감사했다. 선생님이 너무 열심히 알려줘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엉성하고 부족했는데 손끝하나 시선하나를 놓치지 않고 다 잡아줬다.10. 열심히 연습한 만큼 영화 속 모습도 뿌듯했을 것 같은데.
이원근 : 하루도 안 빠지고 10시간에서 12시간씩 연습을 했다. 만약 하루라도 빼먹었다면 스스로에게 부끄러웠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다. 정말 열심히 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연습했는데, 혼자 울기도 많이 울었다. 속상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촬영이 딱 일주일 남았을 때는 마음이 많이 약해졌다. 그런데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선생님이 힘이 빠질 것 같아서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10. 독하게 임한 게 느껴진다.
이원근 : 만약 혼자 운동을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것 같다. 내 뒤에서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나를 신경 써주는 감독님과 자기 시간을 빼앗기면서까지 나에게만 매진한 선생님이 있었다. 진짜 나를 놓지 않았다. 세상에 그런 분이 어디 있나. 힘들어도 힘을 낼 수밖에 없었다.

배우 이원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작품을 하나, 둘씩 할수록 느끼는 점이 있다면?
이원근 : 늘 배움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그걸 받아들여야 할 줄 안다. 연기를 조금 하다 말 게 아니라 평생 할 예정이기 때문에 질타를 피하고 싶지 않다. 안주하고 싶지도 않다. 칭찬만 받아들이면 더 이상의 성장은 없다. 형식적인 말일 수 있지만 나는 끊임없이, 아주 조금이라도 성장해 나가고 싶다. 만약 대중들이 그런 나를 발견해준다면 배우로서 큰 축복이 아닐까 한다.

10. 제목이 ‘여교사’고 선생과 학생의 치정을 그린다고 알려지면서 본래 주제와는 영화를 잘못 이해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원근 :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여교사’는 야한 영화는 아니다. 베드신이나 선생과 학생의 치정은 과정일 뿐이다. 열등감과 질투심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10. 본인은 열등감과 질투심을 많이 느끼는 편인지.
이원근 : 그런 걸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기 시작하면 마지막에는 내 자신을 깎아내리게 된다. 난 속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려고 한다. 사람마다 터득할 수 있는 시기나 속도가 다르지 않나. 나는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다.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졌지만 그건 내가 합격한 분보다 모자란 부분이 있기 때문이란 걸 안다. ‘그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게 뭔데’라고 질투하는 건 결국 나를 깎아 내리는 일이 되고 만다.

배우 이원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자존감이 높은 편인 거 같다.
이원근 : 사실 그렇진 않다.(웃음) 내 스스로 흔들리지 말자고 주문을 거는 편이다. 마음을 꾸부리지 않고 온전히 펴자는 생각을 많이 하고 노력한다. 유지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10.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당부의 말이 있다면.
이원근 : 편견 없이 봐줬으면 한다. (베드신 등)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데 영화를 보면 전혀 거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영화관에 들어왔을 때와 전혀 다른 기분으로 나갈 거라고 생각한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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