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10. 영화의 러닝타임이 143분인데, 길어서 걱정을 했다고.
이병헌 : 영화를 보는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난 뒤부터 몰입이 잘 안 되더라. 물론 내 영화라서 더 몰입이 안 된 거일수도 있다. 무대 인사를 돌 때 미리 화장실부터 다녀오라고 얘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웃음)10. 진현필 회장(이하 진회장)이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실제로 웅변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
이병헌 :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적에 교탁 앞에 나가 서 있기만 해도 어지러웠다. 반장 선거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그 말을 못하고 내려와 며칠을 혼자 자책을 했다. 어디 앞에만 서면 굳어버렸다. 대신 나는 교실 뒤에서 선생님 몰래 농담을 하고 친구들을 이끄는 골목대장 같은 스타일이었다. 시상식 무대 위에서 되게 여유 있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드는데 속 안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10.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웃음)
이병헌 : (조)승우가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다.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승우의 뮤지컬은 전부 다 봤다. ‘안 떨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은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떨린다고 하더라. 우리 둘은 정말 반대더라. 배우마다 익숙하거나 편한 곳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이병헌 :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얼굴을 바꿔가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인물을 따라가는 맛이 있었다. ‘내부자들’에서는 세월의 흐름 때문에 변화한 안상구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회장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엄폐하기 위해 변신을 한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젠틀하게 행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무섭고, 야비하다. 이 모습 저 모습 바뀌는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다. 관객들 역시 그 지점을 재미있어 할 것 같다.
10.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진회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병헌 :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너무나도 매력적인데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진회장은 생각의 구조가 일반적인 상식 범주 안에 있지 않다고 판단을 했다. 진회장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게 잘못인지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시키는 인물이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동요는 있지만, 바로 합리화한다. ‘터미네이터’ 속 T1000처럼 누가 봐도 악인이 아니라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10. 진회장은 4조, 6조 등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지고 논다.
이병헌 : 나 역시도 그 돈이 크게 와 닿지가 않더라.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감독님이 그 리얼리티는 가져가고 싶었던 거 같다. 실제 인물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했다고 그러더라.10. 이병헌에게 그렇게 큰돈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가?
이병헌 : 사실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꿈도 이루겠지만 조 단위의 돈은 너무나도 많은 돈이 아닌가. 많은 부분을 나누지 않을까 한다.
이병헌 :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흰 머리가 잘 어울리더라. 그런 걸 웃프다고 하나?(웃음)10. 필리핀식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 역시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다.
이병헌 : 뭔가 내 자랑인 되는 것만 같다.(웃음)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미국사람 만큼 영어를 잘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는 걸 보니까 동남아식 영어를 구사하더라. 물어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 할 때 더 좋다고 하더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이 나서 아이디어를 냈다. 진회장이라면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해 무조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신의 귀재이니 필리핀식 영어 정도야 당연히 쓸 거라고 생각했고.
10. 또 이병헌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은 없나.
이병헌 : 에필로그는 내가 부탁을 드렸다. 영화가 경쾌하고 신나고 빠른 템포로 흘러간다. 에필로그에서 살짝 웃음을 줘도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회장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우스꽝스럽게 보이면 어떨까 했다.
10.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병헌 : 촬영을 할 때 딴 얘기를 하더라도 ‘마스터’의 전체적인 색깔과 내가 찍을 신에 대한 분위기는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감정이 멀리 있으면 연기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일처럼 진지하게 접근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재미있다. 살짝만 비틀어도 장면의 의도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재미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이병헌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역시’ 이병헌이다. 조희팔을 모티브로 한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신해 다시 한 번 관객들을 홀릴 준비를 마쳤다.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에서 이병헌은 상황과 사람에 따라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사기꾼 진현필 회장 역을 맡아 팔색조 매력을 뽐낸다. 이병헌은 연기의 ‘마스터’답게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영화의 재미를 한층 살렸다.10. 영화의 러닝타임이 143분인데, 길어서 걱정을 했다고.
이병헌 : 영화를 보는 중간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난 뒤부터 몰입이 잘 안 되더라. 물론 내 영화라서 더 몰입이 안 된 거일수도 있다. 무대 인사를 돌 때 미리 화장실부터 다녀오라고 얘기라도 해야 할 것 같다.(웃음)10. 진현필 회장(이하 진회장)이 수천 명의 사람들 앞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실제로 웅변을 해본 경험이 있는지?
이병헌 : 안 믿을 수도 있겠지만 어렸을 적에 교탁 앞에 나가 서 있기만 해도 어지러웠다. 반장 선거에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그 말을 못하고 내려와 며칠을 혼자 자책을 했다. 어디 앞에만 서면 굳어버렸다. 대신 나는 교실 뒤에서 선생님 몰래 농담을 하고 친구들을 이끄는 골목대장 같은 스타일이었다. 시상식 무대 위에서 되게 여유 있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드는데 속 안에서는 전쟁이 일어난다.
10.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웃음)
이병헌 : (조)승우가 무대 위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했다. 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승우의 뮤지컬은 전부 다 봤다. ‘안 떨리냐’고 물어봤는데, 자신은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떨린다고 하더라. 우리 둘은 정말 반대더라. 배우마다 익숙하거나 편한 곳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이병헌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0. 진회장의 어떤 모습에 매력을 느꼈나.이병헌 : ‘캐치 미 이프 유 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얼굴을 바꿔가면서 사기 행각을 벌이는 인물을 따라가는 맛이 있었다. ‘내부자들’에서는 세월의 흐름 때문에 변화한 안상구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진회장은 의도적으로 자신을 엄폐하기 위해 변신을 한다. 내가 상대하는 사람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젠틀하게 행동하다가도 어느 순간 무섭고, 야비하다. 이 모습 저 모습 바뀌는 캐릭터에 큰 매력을 느꼈다. 관객들 역시 그 지점을 재미있어 할 것 같다.
10.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진회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이병헌 :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너무나도 매력적인데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되지 않았다.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 진회장은 생각의 구조가 일반적인 상식 범주 안에 있지 않다고 판단을 했다. 진회장은 잘못을 저지르고, 그게 잘못인지 알면서도 자기 합리화시키는 인물이다. 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한 동요는 있지만, 바로 합리화한다. ‘터미네이터’ 속 T1000처럼 누가 봐도 악인이 아니라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10. 진회장은 4조, 6조 등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지고 논다.
이병헌 : 나 역시도 그 돈이 크게 와 닿지가 않더라.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지 않았나. 감독님이 그 리얼리티는 가져가고 싶었던 거 같다. 실제 인물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했다고 그러더라.10. 이병헌에게 그렇게 큰돈이 생기면 뭘 하고 싶은가?
이병헌 : 사실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꿈도 이루겠지만 조 단위의 돈은 너무나도 많은 돈이 아닌가. 많은 부분을 나누지 않을까 한다.
이병헌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10. 진회장의 흰 머리 설정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이병헌 : 여러 가지를 생각했는데 내가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흰 머리가 잘 어울리더라. 그런 걸 웃프다고 하나?(웃음)10. 필리핀식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 역시 이병헌의 아이디어였다.
이병헌 : 뭔가 내 자랑인 되는 것만 같다.(웃음) 동남아에서 사업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미국사람 만큼 영어를 잘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는 걸 보니까 동남아식 영어를 구사하더라. 물어보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 할 때 더 좋다고 하더라.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인데 갑자기 그 얘기가 생각이 나서 아이디어를 냈다. 진회장이라면 상대방의 호감을 사기 위해 무조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신의 귀재이니 필리핀식 영어 정도야 당연히 쓸 거라고 생각했고.
10. 또 이병헌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은 없나.
이병헌 : 에필로그는 내가 부탁을 드렸다. 영화가 경쾌하고 신나고 빠른 템포로 흘러간다. 에필로그에서 살짝 웃음을 줘도 어울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회장의 모습을 잠깐이나마 우스꽝스럽게 보이면 어떨까 했다.
10. 아이디어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병헌 : 촬영을 할 때 딴 얘기를 하더라도 ‘마스터’의 전체적인 색깔과 내가 찍을 신에 대한 분위기는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감정이 멀리 있으면 연기하기도 쉽지 않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일처럼 진지하게 접근 하는 건 아니다. 정말 재미있다. 살짝만 비틀어도 장면의 의도를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나. 그런 생각 자체가 나에게는 굉장히 재미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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