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인터뷰에 참석한 박보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박보검이 총총걸음으로 인터뷰 현장에 들어왔다. 그는 미소를 머금고 눈을 맞추며 질문에 대해 꼼꼼히 생각했다.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한 질문에는 입을 앙 다물기도 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작은 손동작을 사용하며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박보검에게는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박보검은 최근 종영한 KBS2 ‘구르미 그린 달빛’(극본 김민정, 연출 김성윤)에서 잔망스러운 모습의 왕세자 이영을 연기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믿는 친구를 향한, 안타까운 아버지를 향한 다채로운 감정을 폭발시키며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박보검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지만, 정작 그는 ‘조금 더 준비를 했다면 좋았을 걸’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이영을 곱씹고 또 곱씹는 박보검의 모습은 그가 그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10. 드라마가 잘돼서 포상휴가까지 다녀왔다.
박보검: 필리핀에 갔는데, 현지 분들이 드라마를 봤다며 알아봐주셨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셨구나’라는 생각에 감사했다. 안전사고가 날까봐 일일이 인사를 해드리지 못한 게 죄송하다. 물론, 많은 분들이 일부러 핸드폰도 들지 않으시고 눈으로 인사해주시곤 하셨다. 나 같아도 송중기 선배를 보면 사진 찍고 싶을 텐데 말이다. 마음이 따뜻했다.

10. 그에 앞서 경복궁에서 진행된 팬사인회에서도 인기를 느꼈겠다.
박보검: 사전에 200명과 함꼐 하는 팬사인회라고 듣고 ‘간소하게 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인산인해가 될지 몰랐다. 많이 사랑해주셨다는 걸 보고 힘을 많이 얻었다. 촬영 끝나고 마음이 허했는데 팬분들의 사랑덕분에 마음이 따뜻해졌다.10. 어떤 점에서 마음이 허했나?
박보검: 극중 캐릭터 이영과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최종회에서 곤룡포를 입고 ‘주상전하 납시오’라는 말을 듣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준혁이 형(장내관 역)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너를 키웠는데, 어느덧 성군이 됐다’라고 하며 울컥하시더라. 그만큼 아쉬운 마음도 컸다. 나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낀 거다. 조금 더 탄탄해진 후에 이영을 만났다면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10. 엔딩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엔딩에 대한 박보검의 생각은?
박보검: 효명세자가 실존인물이니 비극으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원작 소설 자체가 픽션이었다.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픽션의 픽션이었던 셈이다. 사실 현장에서도 이영이 죽는다면 더 아련할 수도 있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10. 박보검의 첫 사극이자 첫 주연작이었다. 그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박보검: 사극을 하고 싶다고 얘기를 많이 하고 다녔었다. 그래서 처음 ‘구르미 그린 달빛’ 배에 탑승을 했을 때는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뿐이었다. 그런데 한 분, 한 분 캐스팅이 될 때마다 부담이 커졌다. 대본도 계속 읽다보니 설렘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커지더라. 게다가 초반에는 이영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 캐릭터에 대한 중심이 없어서 힘들었다. 그래도 ‘패셔니스타 이영’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만큼 고운 한복을 많이 입을 수 있던 점은 좋았다.10. 한복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들었다.
박보검: 드라마가 아니라면 이렇게 예쁜 한복을 언제 입어볼 수 있겠나. 명절에도 한복을 꺼내 입는 것이 쉽지 않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인터뷰에 참석한 박보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캐릭터를 연구하는 데 있어 다른 작품들을 참고하지는 않았나?
박보검: 다른 작품들을 보기는 했다. 그런데 감독님이 ‘다른 작품과 비교하지 말고 이영에 집중하라’고 하셨다. 이영은 기존 왕세자와는 다른 매력을 가지지 않았나. 또 불변의 진리인데, 선배님들을 보면서 배웠다. 특히 아버지(김승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또 같은 소속사 (임)주환 형은 옷매무새를 만지는 비법 등에 대해서 세심하게 설명해줬다. 모니터링도 해주시면서 내 옷이 뜬 장면을 캡처해서 보여주기도 하고.(웃음)10. 그럼 어느 지점에서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나?
박보검: 극 초반 구덩이에 빠지는 장면. 초반에 촬영을 했다가 재촬영을 한 장면 중 하난데, 캐릭터 구축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연기를 하니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감독님 역시 ‘이건 나가면 안 되겠다’ 싶으셨던 것 같다.(웃음) 다행히 초반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다시 촬영을 했다. 갇혀있는 상태에서 라온이(김유정)와 주고받기를 하다 보니 ‘나는 이영이고 유정이는 삼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애드리브도 하게 됐고.

10. 그 장면을 촬영하며 김유정과 부쩍 가까워졌다고. 둘의 ‘케미’가 보기 좋았다.
박보검: 유정이는 사극에 대한 경험이 많다. 덕분에 내가 놓치는 부분도 세심하게 모니터링해주고 많이 도와줬다. 하다보니 유정이랑 눈만 봐도 감정 교류가 되더라. 감정도 워낙 풍부한 친구라 큰 그림을 보더라. 덕분에 나도 더 많이 공부를 했다.

10. 김유정과 ‘꽁냥꽁냥’ 로맨스를 연기하며 어땠나?
박보검: 자칫하면 오글거리게 느끼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대본을 보며 설레더라. ‘이영이다’라고 쓰인 대사를 보며 ‘으으으’하며 소리까지 질렀다. 대본을 보며 내가 느낀 설렘을 똑같이 전달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다. 그래서 내 목소리를 녹음하고 들으며 연습했다.10. 극중 누구와 붙어도 호흡이 좋았다. 특히 ‘병연이냐’라는 대사는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박보검: 순간 감정이 올라와서 이영이 처한 상황에 집중을 했던 것 같다. 만감이 교차하더라. 병연이(곽동연)가 나를 정말 배신하는 건지, 그동안 우리가 쌓은 우정이 무너지는 건지. 머릿속에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KBS2 ‘구르미 그린 달빛’ 종영 인터뷰에 참석한 박보검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박보검 미담’ 역시 회자된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촬영장을 찾았었다고?
박보검: (차)태현 선배님이 카메오 촬영을 하신다고 해 응원 차 갔었다. 개인적으로 생각건대, 내가 분장팀 서브를 잘 본다. 분장해주시는 실장님들의 눈빛만 봐도 무엇이 필요한지 캐치할 수 있다. 실핀 챙겨드리던 게 재미있었던 기억이 난다.

10. ‘인성이 바르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주변의 반응에 대한 부담은 없을까?
박보검: 아버지가 ‘10 빼기 1은 0’이라는 말을 해주셨다. 열 번을 잘하더라도 한번 잘못하면 무너진다는 거다. 하지만 ‘착한 이미지가 있으니 조심스럽게 말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런 생각 자체가 이미 갇혀있는 것 아닐까. 나는 24년을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냥 조금 더 많은 사람의 말을 잘 듣고 싶고, 신중하게 행동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10. 일탈을 했던 경험을 털어놔 달라.
박보검: 최근에 세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들 한식당에 가더라. 먼 곳까지 갔는데 한식만 먹는 게 속상했다. 그래서 (곽)동연이랑 가이드님 몰래 현지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다.

10. 일탈이라고?
박보검: 얼마나 즐거웠는데…

10. 참 순수하다.(웃음) 박보검은 또 어떤 캐릭터로 대중 앞에 나설까?
박보검: 교복을 입고 싶다. ‘나의 소녀시대’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처럼 풋풋하고 따뜻한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 이번에 OST ‘내 사람’을 녹음하면서 음악을 다루는 작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그러고 보면, ‘내일도 칸타빌레’를 촬영하면서는 첼로를 배웠고, ‘응답하라 1988’을 하면서는 바둑을 배웠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승마도 배우고 거문고도 배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연기뿐 아니라 다른 것들을 배우는 재미도 있다. 교복을 입게 되면 2차 방정식을 공부할 수 있지 않을까.(웃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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