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문연배 기자]

“장학수 너 어째 여 있니?”

679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 속 최고로 꼽히는 장면. 바로 이범수(림계진)가 이정재(장학수) 일당이 가짜 북한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다. 부하로부터 이 사실을 보고 받은 이범수는 분노에 휩싸이지만 순간 평정심을 찾고 미소를 보이는 표정 변화는 소름 그 자체였다.이번 영화에서 북한군 인천방어사령관 ‘림계진’ 역을 맡아 열연한 이범수는 극중 악역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자칫 평범할 수 있었던 ‘림계진’을 입체감 있는 캐릭터로 살려냈다.

이범수의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 그럼에도 ‘인천상륙작전’에서 유독 이범수의 ‘미친 연기력’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신의 한 수’, ‘라스트’에 이어 연이은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캐릭터 분석과 정밀한 표현력으로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악역의 세계를 열었기 때문이다.

이범수는 이번 영화를 위해 특히 눈빛과 말투,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중점을 뒀다. 특히 이정재(장학수)와 북한군이 첫 대면하는 자리에서 모든 이들이 긴장 속에 있음에도 이범수(림계진)만은 침으로 종이 담배를 말아대며 반대의 기운을 뿜어냈다.그러다 기뢰도에 집착하는 장학수에게 처음으로 집중하는 무언의 눈빛은 백마디 대사보다 강력했다. 말투 역시 북한군 고위 간부의 실제 언어를 완벽하게 묘사했다.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함경도 사투리를 고수한 이범수는 실제 북한군보다 더 북한 군인다운 억양을 구사해 탈북자 관객들 사이에 놀라움을 자아냈다는 후문이다.

‘인천상륙작전’ 속 이범수의 캐릭터 ‘림계진’의 설명은 친절하지 않다. 왜 ‘림계진’이 그토록 인천을 사수하려고 하는지, 무자비한 인물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단지 몇 마디 대사로 소련에서 공산주의를 공부한 엘리트 북한군 장교로 설명될 뿐이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림계진’의 존재에 공포를 느낀다.

이범수는 이렇듯 관객들에 불친절한 ‘림계진’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철저한 고증을 했다. 당시 북한군은 남한군 보다 경제적 상황이 좋았던 점, 소련에서 유학할 정도의 엘리트라는 점, 철저한 공산주의에 심취한 사상가이자 독불장군의 본성을 지닌 점을 고려해 체중 증가는 물론 특유의 능청거림으로 인천을 점령한 북한 사령관의 지위와 욕망을 그려냈다. 호방한 웃음과 단단한 발성은 영화 속 최고 자리를 점령한 ‘림계진’의 여유와 공격력을 보여줬다.

개봉 전 리암니슨 출연과 막대한 제작비로 화제를 모았던 ‘인천상륙작전’ 속 이범수의 이범수의 연기력 재발견. 27년 외길 연기 인생을 걸어온 이범수의 내공이 다시 한 번 빛난 순간이었다.

문연배 기자 bret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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