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배우 박해일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덕혜옹주’ 인터뷰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10. ‘은교’에 이어 또 노인 분장을 했다.
박해일: 이전에 정말 긴 호흡의 노역을 경험해서인지 그때에 비하면 이번에는 좀 편하게 했다. ‘은교’ 당시 특수 분장을 담당했던 선생님이 이번에도 함께 해주셨다. ‘은교’ 이후에 많은 배우들이 노인 분장을 했고, 다양한 결과들이 나왔다. 그리고 특수 분장 팀들도 그 사이 많아지면서 분장 기술들이 굉장히 발전했다. 시간도 많이 단축되고 편해졌다. 한 번은 윤여정 선생님이 내게 특수 분장 관련해서 물어볼 것이 있다고 전화를 주셨다. 피부 트러블 생기면 알로에를 바르시라고 친절하게 알려드렸다.(웃음)10. 김장한은 실존 인물인 독립운동가 김장한과 김을한 기자를 섞은 캐릭터라고 들었다.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있었나?
박해일: 김장한과 김을한은 실제 형제다. 동생 김장한은 실제로 고종이 덕혜옹주와 약혼을 맺으려고 했던 사람인데, 이 김장한의 시선이 극중 김장한이란 캐릭터의 원동력이 됐다. 김을한 기자가 덕혜옹주의 귀국을 위해 노력했던 부분들은 자료에 나와 있었다. 그런 부분을 참고했다. 영화적으로 제일 살을 많이 붙인 게 김장한이다. 덕혜옹주는 자료가 많고, 실존 인물이라 영화적으로 각색할 부분이 거의 없었다. 나는 반대였다. 그래서 영화를 준비하는 기간이 길었다. 시나리오를 고칠 때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그런 부분들이 나중에 영화를 촬영할 때 많은 도움이 됐다.

10. 1945년 광복 전후로 김장한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박해일: 시나리오를 발전시킬 때, 독립운동을 하던 김장한이 광복 이후 서대문형무소에서 나오는 건 어떨까 이런 얘기도 했었다. “지금 남양군도로 가서 총알받이 하다가 살아남았다”는 말이 나오지만, 직접적으로 장한의 이야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한의 삶을 가려야 덕혜옹주한테 시선이 가기 때문이다. 그게 캐릭터의 힘인 것 같다.

10. 어떻게 보면 젊었을 때의 김장한과 노년의 김장한, 두 개의 캐릭터를 연기한 셈이다.
박해일: 서사가 있는 캐릭터다. 군인일 때도 정체를 감추고, 최대한 절제하고 덕혜를 향한 사심이나 개인의 감정 이런 걸 닫아놓고 연기했다. 광복 이후 기자가 된 김장한은 ‘제보자’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 특수 분장도 있었고, 액션도 있었고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를 해볼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김장한 역할은 잘하고 싶었다.
배우 박해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최근 들어 일제강점기가 배경인 영화가 관객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박해일: ‘모던보이’도 일제시대가 배경이었는데 그때는 뭘 해도 흥행이 안 되는 시대였다. 왜 일제강점기가 킬러콘텐츠가 된 건지는 나도 궁금하다.(웃음) 영화는 당대의 분위기를 탄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만들 때 이런 부분들을 감안하고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객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고 봐야할 것 같다. ‘덕혜옹주’도 처음 기획이 됐을 때 지금 개봉할 거란 상상을 못했을 거다. 이런 게 영화의 운명이 아닐까.

10 영화에서 거친 액션을 담당한다. 힘든 건 없었나.
박해일: ‘최종병기, 활’에 비하면 양반이었다.(웃음) 뛰어다니다 몸을 숨기고, 몰래 방아쇠만 당기면 됐다. 극중에서 총을 제대로 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확실히 총은 임팩트가 있더라.10.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이번에도 “노역 연기한다고 관절염이 생기고, 시력도 많이 나빠졌다”면서 “영화가 잘 돼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일: 난 진심이었다.(웃음) 도수가 높은 돋보기안경을 써서 시력이 많이 나빠졌다. 안경은 내가 쓰자고 해서 하소연 할 곳이 없다. 아무래도 디테일을 살린다면, 나이가 든 김장한을 더 강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허리도 다쳤다. 비밀 가옥에서 총격전을 벌일 때, 장롱으로 바리케이드를 친다고 장롱을 들다가 한번 삐끗하고, 해변가에서 한 번 더 삐끗하고.(웃음)

배우 박해일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워낙 관객 반응이 좋아서 내심 흥행도 기대할 것 같다.
박해일: 이번 여름 시즌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덕혜옹주’ 같은 서사를 가진 드라마는 우리가 유일하다. 특별한 액션 신이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감정으로 관객들을 설득해야 하는 영화다. 만약 이번에 우리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다면 이게 데이터로 남고, 또 내년 여름에 ‘덕혜옹주’와 비슷한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는 증거가 되는 것 아닌가.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한국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10.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박해일: 반보라도 더 가자는 생각이다. 언뜻 보이기엔 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리처럼 물 아래에선 열심히 물질을 하고 있는 중이다.(웃음)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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