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10. 베테랑 연기 선배로서, 주연 배우로서, 또 소속사 대표로서 리더의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이범수: 림계진을 예로 들기에는 답이 안 나온다.(웃음) 내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고 참되게 생각하는 것이 영화 현장이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인다는 말이 참 거창해서 쑥스럽지만, 나부터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정성이고 먼저라고 생각한다.나는 현장에서 집중하고 깊게 몰입하는 편이다. 대학교에서 연극 연기를 전공할 때부터 습관이었다. 운동 선수가 시합 시즌에 술먹고 놀지 않듯이 나도 작품하는 시즌에는 무조건 집중하는 습관이 배어있다. 집중을 해야 최고가 나온다. 빨리빨리, 아무렇게나 끝내버리려면 사실 대사만 안 틀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듯이 좋은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도 좋은 영화였다. 바로 ‘영웅본색.’ 주윤발, 장국영이 나와서 사나이들의 세계를 펼치는데 저게 뭔가 싶을 정도로 감탄했다. 저런 직업은 뭔가 멋있을 것 같고. 머리에도 기름 쫙 바르고 말이지.(웃음) 17살, 18살의 나이였지만 참 멋있고 개성있게 보이더라. 그래서 배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답이다. 배우를 하려면 연극영화과에 가서 배워야한다고 하길래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을 뿐이고, 그때서야 연기라는 것이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고 감동을 줘야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에피소드를 회상하면서 드는 생각은 꼭 거창해야만 거대한 일이 탄생하지는 않는다는 것. 작지만 참된 생각들이 모여서 큰일을 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에.
10. 오랜만에 이정재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이범수: 반갑지. ‘태양은 없다'(1998) 끝나고 ‘오! 브라더스’로 5년만에 다시 만났을 때도 반가웠는데 지금은 10년만에 만난 거니까 더 반갑다. 서로 발전된 모습으로 만난 거니까 더욱. 또 그때는 형 동생으로 같이 좌충우돌 돌아다니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적으로 만나니까 새로웠다.10. 이정재가 당신의 첫인상이 기괴했다고 했다. 당신은 어땠나. (웃음)
이범수: 나도 ‘태양은 없다’ 오디션 볼 때 찍었던 사진 보면 기괴하다. (웃음) 내가 뭐 하나 해야겠다 싶으면 그것밖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 때 캐릭터가 악덕 사채 고리대금없자였는데 말이 업자지 깡패 아니겠나. 또 그 때 인상깊었던 것이 ‘태양은 없다’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배우로서 나의 첫 인터뷰였다. 내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 기자님이 깜짝 놀라서 나도 깜짝 놀랐었다.(웃음) 원래 나처럼 생긴 사람은 길에서 스카우트해온 줄 알았는데 연기 전공을 했다니까 깜짝 놀랐나보다.
10. 리암 니슨과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이범수: 그가 출연했던 ‘미션'(1986)이라는 영화를 단체 관람으로 봤던 적이 있다. 혹시 단체 관람을 아는가? 단체 관람은 무조건 좋다. 수업을 반만 하니까.(웃음) ‘미션’에서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다. 내가 그에게 ‘미션’ 이야기를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좋아했다. 그러면서 너가 애기 때였냐고 되물었다. 중학교 때 봤다고 하니까 놀라더라. 또 나에게 눈빛이 좋다고 칭찬했다. 나는 그래서 미소가 좋다고, 그 미소를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인천상륙작전’ 레드카펫 행사 때도 나를 찾았다고 했는데 그때 못만났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한국 음식을 정통으로 대접한다고 했다.
이범수: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학자였던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70년대에 활동하시다가 반체제 인사로 찍히고, 북한에서 당신의 경제이론을 인민공화국의 발전을 위해서 써먹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했다. 공부만 하는 순진한 사람이니 넘어갔는데 이용만 당해서 첩자 노릇이나 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목숨을 걸고 다시 자유진영으로 넘어오는 이야기다. 가슴도 뭉클하고 연기의 폭도 넓어야한다.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다.(웃음)
10. 못 받으면?
이범수: 트로피를 셀프로 만들어서 내 방에만 갖다놓으려고.(웃음)
10.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범수: 화려한 배우, 멋진 스타보다 내가 정말 신체적인 한계가 와서 배우를 못하게 됐을 때 그 어느 누구도 아닌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박수 받는 배우이고 싶다. 노년의 꿈이 있다면, 배우를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현장에 있고 싶다. 단역으로라도 현장에 참여해서 출연료를 가지고 후배들과 회식을 하고 싶다.
배우는 이 시대 최고의 인간탐구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뭣모르고 ‘영웅본색’ 때문에 배우의 길을 택했지만 하다 보니까 이 직업이 가진 매력과 유의미함을 뒤늦게 진실로 느끼게 됐고 자긍심을 갖게 됐다. 노년이 되었을 때도 현장과 함께하는 배우라면 그 이상이 없겠다. 스타가 아니면 어떤가.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인천상륙작전’의 배우 이범수가 취재진의 포토타임 요청에 응하고 있다.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10. 베테랑 연기 선배로서, 주연 배우로서, 또 소속사 대표로서 리더의 역할을 많이 맡고 있다.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가.
이범수: 림계진을 예로 들기에는 답이 안 나온다.(웃음) 내가 가장 진지하게 생각하고 참되게 생각하는 것이 영화 현장이다. 선배로서 모범을 보인다는 말이 참 거창해서 쑥스럽지만, 나부터 집중하고 몰입하는 것이 정성이고 먼저라고 생각한다.나는 현장에서 집중하고 깊게 몰입하는 편이다. 대학교에서 연극 연기를 전공할 때부터 습관이었다. 운동 선수가 시합 시즌에 술먹고 놀지 않듯이 나도 작품하는 시즌에는 무조건 집중하는 습관이 배어있다. 집중을 해야 최고가 나온다. 빨리빨리, 아무렇게나 끝내버리려면 사실 대사만 안 틀리면 된다. 하지만 나는 좋은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듯이 좋은 영화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내가 배우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도 좋은 영화였다. 바로 ‘영웅본색.’ 주윤발, 장국영이 나와서 사나이들의 세계를 펼치는데 저게 뭔가 싶을 정도로 감탄했다. 저런 직업은 뭔가 멋있을 것 같고. 머리에도 기름 쫙 바르고 말이지.(웃음) 17살, 18살의 나이였지만 참 멋있고 개성있게 보이더라. 그래서 배우를 하고 싶었던 거다.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답이다. 배우를 하려면 연극영화과에 가서 배워야한다고 하길래 연극영화과에 진학했을 뿐이고, 그때서야 연기라는 것이 인간을 다루는 학문이고 감동을 줘야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에피소드를 회상하면서 드는 생각은 꼭 거창해야만 거대한 일이 탄생하지는 않는다는 것. 작지만 참된 생각들이 모여서 큰일을 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진짜이기 때문에.
10. 오랜만에 이정재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
이범수: 반갑지. ‘태양은 없다'(1998) 끝나고 ‘오! 브라더스’로 5년만에 다시 만났을 때도 반가웠는데 지금은 10년만에 만난 거니까 더 반갑다. 서로 발전된 모습으로 만난 거니까 더욱. 또 그때는 형 동생으로 같이 좌충우돌 돌아다니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적으로 만나니까 새로웠다.10. 이정재가 당신의 첫인상이 기괴했다고 했다. 당신은 어땠나. (웃음)
이범수: 나도 ‘태양은 없다’ 오디션 볼 때 찍었던 사진 보면 기괴하다. (웃음) 내가 뭐 하나 해야겠다 싶으면 그것밖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없다. 그 때 캐릭터가 악덕 사채 고리대금없자였는데 말이 업자지 깡패 아니겠나. 또 그 때 인상깊었던 것이 ‘태양은 없다’ 관련 인터뷰를 하는데 배우로서 나의 첫 인터뷰였다. 내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니 기자님이 깜짝 놀라서 나도 깜짝 놀랐었다.(웃음) 원래 나처럼 생긴 사람은 길에서 스카우트해온 줄 알았는데 연기 전공을 했다니까 깜짝 놀랐나보다.
10. 리암 니슨과의 에피소드도 궁금하다.
이범수: 그가 출연했던 ‘미션'(1986)이라는 영화를 단체 관람으로 봤던 적이 있다. 혹시 단체 관람을 아는가? 단체 관람은 무조건 좋다. 수업을 반만 하니까.(웃음) ‘미션’에서 리암 니슨이라는 배우를 처음 알았다. 내가 그에게 ‘미션’ 이야기를 하니까 깜짝 놀라면서 좋아했다. 그러면서 너가 애기 때였냐고 되물었다. 중학교 때 봤다고 하니까 놀라더라. 또 나에게 눈빛이 좋다고 칭찬했다. 나는 그래서 미소가 좋다고, 그 미소를 한국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인천상륙작전’ 레드카펫 행사 때도 나를 찾았다고 했는데 그때 못만났다.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한국 음식을 정통으로 대접한다고 했다.
배우 이범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10. 다음 영화는 1970년대 반체제 학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선에서’라고 들었다. 간단하게 설명한다면.이범수: 실제 우리나라의 경제학자였던 분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70년대에 활동하시다가 반체제 인사로 찍히고, 북한에서 당신의 경제이론을 인민공화국의 발전을 위해서 써먹어보지 않겠냐며 스카우트했다. 공부만 하는 순진한 사람이니 넘어갔는데 이용만 당해서 첩자 노릇이나 하게 된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목숨을 걸고 다시 자유진영으로 넘어오는 이야기다. 가슴도 뭉클하고 연기의 폭도 넓어야한다.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다.(웃음)
10. 못 받으면?
이범수: 트로피를 셀프로 만들어서 내 방에만 갖다놓으려고.(웃음)
10.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범수: 화려한 배우, 멋진 스타보다 내가 정말 신체적인 한계가 와서 배우를 못하게 됐을 때 그 어느 누구도 아닌 후배들에게 존경받고 박수 받는 배우이고 싶다. 노년의 꿈이 있다면, 배우를 그만두는 순간까지도 현장에 있고 싶다. 단역으로라도 현장에 참여해서 출연료를 가지고 후배들과 회식을 하고 싶다.
배우는 이 시대 최고의 인간탐구의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뭣모르고 ‘영웅본색’ 때문에 배우의 길을 택했지만 하다 보니까 이 직업이 가진 매력과 유의미함을 뒤늦게 진실로 느끼게 됐고 자긍심을 갖게 됐다. 노년이 되었을 때도 현장과 함께하는 배우라면 그 이상이 없겠다. 스타가 아니면 어떤가.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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