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와이프’ 화면 캡처 / 사진=tvN 제공
tvN ‘굿와이프’ 5회 2016년 7월 22일 오후 8시30분다섯줄요약
김혜경(전도연)이 주부로 살던 시절, 가장 친했던 이웃 친구의 아들 재열이 혜경을 찾아온다. 재열이 교내에서 경비원을 죽였다는 누명을 쓰자, 혜경은 이준호(이원근)와 함께 재열을 변론해 학교 반장 동현이 범인임을 밝힌다. 한편 혜경·서중원(윤계상) 연수생 시절, 혜경이 이태준(유지태) 대신 교통사고 죄를 뒤집어 쓴 것이 드러난다.리뷰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굿와이프’에선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 투성이다. 아내를 사랑한다고 지켜주겠다던 태준, 겉으로 보면 평화롭고 교양 있어 보였던 명문학교 어머니들, 반장에 모범생이라는 동현, 이들 모두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마음속에는 욕망과 속물적인 본색이 숨겨져 있었고, 이들의 추함은 안타깝게도 혜경에게 들켜버렸다.
이 드라마를 보면 나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짓밟아도 된다는 ‘이기심’이 인간에게 내제된 본성 같아 참 씁쓸하다. 한때 혜경의 절친이었던 재열 엄마는 태준의 사건이 터지자 바로 연락을 끊어 버렸고, 동현 모자(母子)는 만만한 재열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재열 엄마는 아마도 태준 스캔들에 휘말린 혜경과 계속 연락한다면 자녀들의 학부모 네트워크에서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으리라. 동현 모자는 평생 남을 수 있을 ‘살인범과 가족’이란 꼬리표를 떼어내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 했을 것이다.
변호사 세계 역시 학부모 사회랑은 다를 바 없다. 준호는 어떡해서든 로펌에서 살아남고자 혜경을 견제하고, 중원은 의뢰인의 인생이 걸린 재판에서 준호를 밟고 혜경을 띄워 그녀를 오래도록 로펌 사무실에 두고자 한다.‘굿와이프’에선 혜경을 뺀 대다수 주·조연들은 남들보다 자신이 먼저여서 모두 나빠 보인다.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나쁜 사람은 없다. 그저 조금 비겁하고 조금 나약해 고마운 일을 겪어도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들만 있을 뿐. 혜경이 학부모들을 위해 노력했지만 알아주기는커녕 얄밉다는 평가를 받고, 준호를 응원해준 것 또한 고맙다는 소리는커녕 핀잔만 듣는다. 혜경은 이렇게 사람들한테 당하는데도, 심지어 남편 태준이 15년 전 자신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는데도 남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려 한다. 여주인공은 인간미와 이타심이 충만해, 이기적인 인간들이 판치는 곳에서 더욱 빛나 보인다.
등장인물을 굳이 선인-악인을 나눈다면 얼마나 더 이기적이냐, 덜 이기적이냐에 따라 구분할 수 있겠지만, 이런 이분법적 사고는 틀렸다고 뒤통수를 치는 게 또 ‘굿와이프’다. 어제 방송에선 악인으로 보였던 사람이 오늘 방송에선 선하고 순수한 마음도 있음을 밝혀지고, 그 반대로 아내 사랑만큼은 진심으로 보였던 사람이 오늘은 아내를 이용해왔던 속물성이 드러난다. 태준은 재열 부모를 ‘욕심 많은 자’라 폄하하지만 누구나 인간은 이런 면을 크든 작든 가지고 있다. 넓고 깊게 볼 줄 아는 혜경은 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재열 부모를 비난할 수 없었다.
‘굿와이프’는 복잡한 인간의 심리를 덤덤하면서도 대담하게 보여준다. 허구한 날 MSG만 쳐대 만날 주·조연들이 앵그리 상태인 막장드라마와 달리 이 드라마는 복잡 미묘한 인간 심리를 이용해 예상 못한 순간 반전을 주며 시청자를 혼란에 빠트린다.4회의 가장 큰 혼란을 준 건 태준의 교통사고. 15년 전 혜경이 교통사고의 범인이 아니었다. 지금의 혜경·태준 부부의 위기는 이 사고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교통사고의 진실을 감추지 않고 밝혔다면, 그때 혜경이 중원부터 만났다면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았을까? 혜경이 이제라도 과거의 사고 진실을 밝히면 현재는 어떻게 달라질까? 김단(나나)은 태준에 대해 호탕하지만 무엇이든 원하는 게 있으면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태준은 교통사고 범인을 아내로 바꿔치기할 만큼 야망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위험한 자이다. 앞으로 혜경이 진실을 말하려면 강하고 치명적인 태준의 대응을 막아내야 할 듯하다.
수다포인트
– 고급 정보 캐기부터 학교 문 따기까지 못 하는 게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한 만능 수사원 나나.
– 유지태가 아내마저 이용한 나쁜 놈은 나쁜 놈인데… 근데 왜 이리 멋진가요.
– 청년 시절엔 풋풋한 꽃다발남, 변호사 되고선 슈트 섹시남. 윤계상 is 뭔들.
– 태평양 같은 이해심 가진 전도연.
– 태평양 같은 어깨 가진 유지태.
이윤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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