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영화 ‘아가씨’ ‘굿바이 싱글’ ‘국가대표2’ ‘덕혜옹주’ 포스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메가박스(주)플러스엠,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자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장악했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아가씨’(감독 박찬욱)는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의 막대한 유산을 두고, 백작(하정우)과 하녀 숙희(김태리), 후견인 이모부(조진웅)가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아가씨’는 히데코와 숙희의 ‘워맨스(Womance, 여자와 로맨스의 합친 신조어)’를 농밀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평이다. 관객들도 ‘아가씨’의 워맨스에 응답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아가씨’는 누적관객 수 약 426만 명을 기록, 2016년 19금 영화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달성했다. 이처럼 ‘아가씨’에서 시작된 극장가 ‘워맨스’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지난달 29일 개봉해 약 17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굿바이 싱글’(감독 김태곤) 역시 ‘워맨스’를 다루고 있다. ‘굿바이 싱글’은 내 편을 만들겠다는 철없는 톱스타 고주연(김혜수)과 뜻하지 않게 주연의 임신스캔들에 동참한 당돌한 여중생 미혼모 단지(김현수)의 우정을 진정성 있고,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세대를 뛰어넘은 두 사람의 우정은 관객들에게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오는 8월, 관객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여자들도 있다. 영화 ‘덕혜옹주’는 일본에 끌려가 평생 조국으로 돌아오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 역사가 잊고 나라가 감췄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덕혜옹주’에서는 덕혜옹주(손예진)와 그의 곁을 평생 지킨 궁녀 복순(라미란)이 등장한다. 손예진과 라미란은 그 누구보다 굴곡진 삶을 살았던 덕혜옹주를 통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덕혜옹주’ 손예진·’국가대표2′ 수애 / 사진=서예진 기자 yejin0214@, 텐아시아DB
영화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에는 무려 6명의 여자들이 등장한다. 국내 최초 여자아이스하키 국가대표 팀의 창단 과정을 그린 ‘국가대표2’에는 수애를 비롯해 오연서·하재숙·김슬기·김예원·진지희가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들로 출연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팀의 중심이 되는 지원 역의 수애는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여배우들과 작업을 같이 하고 싶었다. 그동안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연기 활동을 했는데,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버리고 팀의 일원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밝혔다. 여섯 여배우가 빚어낸 여자들의 진한 우정과 성장담이 기대가 되는 이유다.

남자 배우들이나 남남(男男) 콤비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영화들이 자취를 감춘 것은 아니지만, 과거 배신과 암투, 남자들의 우정이 강세였던 시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은 실제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도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배우 손예진은 최근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도 남자 배우들보다 여배우들이 받는 시나리오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 중 여자의 모성이나 우정 등을 다루는 얘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인 것 같다”고 밝혔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최근 ‘워맨스’ 영화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워맨스’ 안에서도 여자들 간의 사랑이나 우정, 모성애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한다”며 “‘아가씨’나 ‘굿바이 싱글’이 흥행에 성공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들이 이러한 여자들의 이야기를 신선하다고 느끼고 있다. ‘여여(女女) 케미’를 강조하는 워맨스 영화들이 앞으로도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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