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10.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손예진: 배우들은 끊임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난 매너리즘을 강하게 느꼈을 때가 몇 번 있었고, 작게는 많이 있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힘들게 고생해서 작품을 냈는데 대중의 사랑을 생각보다 많이 받지 못했을 때 힘들기도 하고, 내 시각이 어떤 캐릭터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매너리즘을 느끼기도 한다. 지겨움의 반복이다. 매너리즘을 벗어나기 위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접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10.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며 ‘억압받는다’는 표현도 썼었는데.
손예진: ‘억압’까지는 아니고,(웃음) 여배우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감사하게도 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범위가 넓다.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도,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면서 그 폭이 넓어진 것도 있다. ‘억압’까진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다. 한창 남남 커플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 남자 배우들이 부러웠다.
10. 최근 ‘비밀은 없다’나 ‘아가씨’·‘굿바이 싱글’처럼 여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 같다.
손예진: 지금도 남자 배우들보다 여배우들이 받는 시나리오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 중에서 여자의 모성이나 여자들의 우정을 다루는 얘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인 것 같다.
손예진: 당연히 쉬고 싶다. 그런데 힘든 작품을 찍고, 몇 개월 쉬다 보면 어느새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작품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웃음)
10. 쉴 때는 어떻게 쉬는가.
손예진: 작품 끝나면 여행 간다. 한국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작품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외국에 가게 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닌다. 그리고 일이 없을 땐 계속 운동하거나 못 본 영화나 드라마들 몰아본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같이 해먹고.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연기하기에 좋은 상태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웃음)
10. 드라마 ‘상어’를 찍은 지도 벌써 3년 전이다. 손예진의 드라마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 출연 계획은 없나?
손예진: 드라마는 항상 열려있다.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확실히 드라마 현장은 영화보다 치열하다. 지금은 그나마 사전제작이 많이 생겨서 나아진 편이지만, 3년 전만 해도 밤샘은 기본이고, 항상 쪽대본이라 대사를 외우기 바빴다. 현실적으로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줄 만한 제작 환경이 아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배우들이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된다.10. 그래도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지 않나?
손예진: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드라마만이 가진 매력이다. ‘연애시대’만 해도 2시간짜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다. ‘연애시대’만 해도 제작 기간이 길어서 더 공들여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배우들은 ‘비밀은 없다’처럼 극적인 상황에 놓인 극적인 캐릭터도 욕심이 나지만 ‘연애시대’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옆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욕심이 난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만 한다면 언제든 드라마로도 팬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손예진: 1월에 개봉했던 중국영화 ‘나쁜 놈은 모두 죽는다’가 내 첫 해외진출작이다. 그 작품을 찍으면서 다음에 또 이런 작품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의 배우·감독과 함께 작업하니 시야가 넓어지더라.10. 이제 후배들 보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다.
손예진: 어린 친구 중에 김소현을 평소에 눈여겨봤다. 그러다 이번에 ‘덕혜옹주’ 아역을 하게 돼서 만났는데,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걸 그 친구는 이제 곧 겪어야 하니까 안쓰러우면서도 직접 겪고, 잘 이겨내길 바라고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봤자 직접 경험해야 자기의 인생인 것이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때 주변에서 했던 얘기를 이해하지 않느냐. 연기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배우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그게 연기에 묻어나오고,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 고통의 시간을 어린 배우들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10. 반대로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도 있을 텐데.
손예진: 김혜수 선배는 참 멋있다. 저 멀리 떠 있는 태양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대중들의 눈 밖에 계셨던 적이 없는데, 과연 그건 어디서 나온 힘이고 나도 계속해서 연기를 하다 보면 김혜수 선배처럼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김혜자·나문희 선배님의 연기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눈빛에서 나오는 건 연기가 아닌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선배님들처럼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예진: 일을 비교적 일찍 시작하고, 앞만 보고 달린 것이 사실이다. 난 내 청춘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그러다 문득, 나의 청춘들과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물론 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날 청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난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30대가 되고 나선 여행도 자주 다니고, 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배우를 하면서 내 개인적인 생활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내가 대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는 거다. 꿈을 가진 스무 살 학생 때의 추억이 진짜 청춘인데, 그 경험들과 기억들이 정말 소중하다. 마음껏 놀았고, 작품 만든다고 모였던 기억들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10. 정말 많은 작품을 해왔다. 딱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작품을 고른다면?
손예진: 그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고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작품이 사랑을 받았던, 못 받았던 간에 내가 그때 그 계절, 그 시간에 그 역할을 하면서 쌓았던 추억과 기억들이 모두 소중하기 때문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비밀은 없다’ 손예진 / 사진=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10.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고 밝혔다.
손예진: 배우들은 끊임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마련이다. 난 매너리즘을 강하게 느꼈을 때가 몇 번 있었고, 작게는 많이 있었다. 영화든 드라마든 힘들게 고생해서 작품을 냈는데 대중의 사랑을 생각보다 많이 받지 못했을 때 힘들기도 하고, 내 시각이 어떤 캐릭터에 계속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매너리즘을 느끼기도 한다. 지겨움의 반복이다. 매너리즘을 벗어나기 위해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많이 접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한다.10. “여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 좁다”며 ‘억압받는다’는 표현도 썼었는데.
손예진: ‘억압’까지는 아니고,(웃음) 여배우들끼리는 그런 얘기를 많이 한다. 감사하게도 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의 범위가 넓다. 내가 하고 싶은 역할이 많아도, 현실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작품을 하면서 그 폭이 넓어진 것도 있다. ‘억압’까진 아니고 아쉬운 부분이다. 한창 남남 커플이 등장하는 시나리오가 많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럴 때 남자 배우들이 부러웠다.
10. 최근 ‘비밀은 없다’나 ‘아가씨’·‘굿바이 싱글’처럼 여배우들이 활약할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아진 것 같다.
손예진: 지금도 남자 배우들보다 여배우들이 받는 시나리오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 중에서 여자의 모성이나 여자들의 우정을 다루는 얘기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건 좋은 신호인 것 같다.
손예진 /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10. 손예진을 두고 ‘휴식이 없는 배우’란 얘기를 많이 한다. 쉬고 싶을 때는 없나? 손예진: 당연히 쉬고 싶다. 그런데 힘든 작품을 찍고, 몇 개월 쉬다 보면 어느새 시나리오를 읽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작품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웃음)
10. 쉴 때는 어떻게 쉬는가.
손예진: 작품 끝나면 여행 간다. 한국에 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작품 생각을 하게 되는데 외국에 가게 되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맛있는 것 많이 먹고, 아무 생각 없이 걸어 다닌다. 그리고 일이 없을 땐 계속 운동하거나 못 본 영화나 드라마들 몰아본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것도 같이 해먹고.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 내가 연기하기에 좋은 상태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것 같다.(웃음)
10. 드라마 ‘상어’를 찍은 지도 벌써 3년 전이다. 손예진의 드라마를 기대하는 팬들도 많은데, 출연 계획은 없나?
손예진: 드라마는 항상 열려있다. ‘연애시대’ 같은 드라마는 언제든지 환영이다. 지금은 그때와 또 다른 감성을 표현할 수 있으니까. 확실히 드라마 현장은 영화보다 치열하다. 지금은 그나마 사전제작이 많이 생겨서 나아진 편이지만, 3년 전만 해도 밤샘은 기본이고, 항상 쪽대본이라 대사를 외우기 바빴다. 현실적으로 완성도 있는 연기를 보여줄 만한 제작 환경이 아니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배우들이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된다.10. 그래도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지 않나?
손예진: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드라마만이 가진 매력이다. ‘연애시대’만 해도 2시간짜리 영화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이야기다. ‘연애시대’만 해도 제작 기간이 길어서 더 공들여 찍을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배우들은 ‘비밀은 없다’처럼 극적인 상황에 놓인 극적인 캐릭터도 욕심이 나지만 ‘연애시대’처럼 지극히 현실적이고 바로 옆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욕심이 난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만 한다면 언제든 드라마로도 팬들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
손예진 /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10. 해외 활동 계획은 없나?손예진: 1월에 개봉했던 중국영화 ‘나쁜 놈은 모두 죽는다’가 내 첫 해외진출작이다. 그 작품을 찍으면서 다음에 또 이런 작품을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나라의 배우·감독과 함께 작업하니 시야가 넓어지더라.10. 이제 후배들 보면 느낌이 새로울 것 같다.
손예진: 어린 친구 중에 김소현을 평소에 눈여겨봤다. 그러다 이번에 ‘덕혜옹주’ 아역을 하게 돼서 만났는데, 지난 시절 내가 겪었던 걸 그 친구는 이제 곧 겪어야 하니까 안쓰러우면서도 직접 겪고, 잘 이겨내길 바라고 있다. 주변에서 아무리 얘기해봤자 직접 경험해야 자기의 인생인 것이고, 시간이 흐른 다음에야 그때 주변에서 했던 얘기를 이해하지 않느냐. 연기가 제일 쉬웠다고 말하는 배우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얼마나 고민하느냐에 따라 그게 연기에 묻어나오고, 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 고통의 시간을 어린 배우들이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10. 반대로 선배 배우들을 보면서 느끼는 점도 있을 텐데.
손예진: 김혜수 선배는 참 멋있다. 저 멀리 떠 있는 태양 같다. 지금까지 한 번도 대중들의 눈 밖에 계셨던 적이 없는데, 과연 그건 어디서 나온 힘이고 나도 계속해서 연기를 하다 보면 김혜수 선배처럼 그럴 수 있을까 생각을 한다. 그게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고두심·김혜자·나문희 선배님의 연기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그 눈빛에서 나오는 건 연기가 아닌 것 같다. 나도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선배님들처럼 연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손예진 /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10. 모습은 그대로인데, 연기한 지 10년이 훌쩍 넘은 베테랑 배우다. 청춘을 오롯이 연기하는 데만 집중한 셈이다.손예진: 일을 비교적 일찍 시작하고, 앞만 보고 달린 것이 사실이다. 난 내 청춘이 지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해봤다. 그러다 문득, 나의 청춘들과 시간이 꽤 많이 지났다는 것이 느껴지더라. 물론 내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의 날 청춘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난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을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30대가 되고 나선 여행도 자주 다니고, 꽤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배우를 하면서 내 개인적인 생활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내가 대학교 1학년까지 다녔다는 거다. 꿈을 가진 스무 살 학생 때의 추억이 진짜 청춘인데, 그 경험들과 기억들이 정말 소중하다. 마음껏 놀았고, 작품 만든다고 모였던 기억들이 지금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10. 정말 많은 작품을 해왔다. 딱 한 가지 기억에 남는 작품을 고른다면?
손예진: 그건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청춘의 한 페이지를 고르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내가 했던 작품이 사랑을 받았던, 못 받았던 간에 내가 그때 그 계절, 그 시간에 그 역할을 하면서 쌓았던 추억과 기억들이 모두 소중하기 때문이다.
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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