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무한도전’ /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
다섯 줄 요약LA 행의 무산으로 촬영 아이템이 없어지자 제작진은 여름 특집으로 준비해두었던 워터파크 일정을 급하게 앞당긴다. 그러나 워터파크 입장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멤버들은 고민에 빠지고, 유재석의 제안으로 다소 이른 바캉스를 떠나기로 한다. 티격태격하며 근교에 있는 고기리 계곡으로 향한 이들은 날이 덜 풀려 차가운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워터파크로 이동하여 제작진이 준 미션, ‘워터슬라이드에서 냉면 먹기’와 ‘물 미끄럼틀 타면서 소리 내지 않기’에 도전한다. 성공하면 바로 촬영을 끝내고 휴식 시간을 갖기로 하지만 끝내 도전에 실패하고 만다.
리뷰
연초에 이미 그 해의 일정을 착실하게 계획해 두는 ‘무한도전(이하 무도)’이지만 늘 그들이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멤버의 갑작스러운 부재 때문에, 때로는 게스트 사정 때문에, 또 때로는 날씨 때문에… 이렇게 다양한 이유로 예상치 못하게 계획이 벽에 부딪치는 때가 있었는데, 잭 블랙과 함께 하기로 한 이번 LA행의 무산 역시 바로 그러한 순간이었다.그러나 ‘무도’가 ‘국민예능’이라 불리며 10년이 넘는 시간을 지속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렇게 계획이 어그러진 위기의 순간을 잘 대처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무도’는 계획된 아이템이 무산되면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모아 이른바 ‘땜빵’ 특집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왔는데, ‘정총무가 간다’ 특집처럼 멤버의 캐릭터를 활용한 특집도 있었고, ‘우천 취소 특집’처럼 다수의 게스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도 있었다.
반면, 이번에 방송된 ‘오늘 뭐 하지?’ 특집은 이러한 특집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였다. ‘워터슬라이드에서 냉면 먹기’ 미션에서 잠시 정준하의 식신 캐릭터를 강조하기는 하였지만 ‘정총무가 간다’처럼 그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특집은 아니었고, 샘 해밍턴과 박명수가 티격태격하는 상황에서 재밌는 장면이 나오기는 했지만 ‘우천취소특집’만큼 게스트의 역할이 컸다고도 할 수 없다.
대신 이번 특집은 아무도 놀러 가지 않는 이른 6월에 이들만이 바캉스를 즐긴다는 황당한 상황 자체가 재미를 유발하였다. 즉, 날이 덜 풀렸음에도 끊임없이 계곡을 부르짖는 유재석과 그의 제안에 어쩔 수 없이 동참하면서도 불만에 차서 내내 티격태격하고 끝내는 식당에서 개별 메뉴를 주문하여 따로 밥을 먹는 멤버들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다.임시로 마련된 특집이기에 주로 소소한 ‘복불복’ 게임과 몸 개그로 진행된 이번 방송은 그 어느 때보다도 즉흥적으로 진행되었는데, 예컨대 수박을 먹다가 갑자기 ‘손으로 수박 깨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게임이 떠오르면 바로 그것을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멤버들의 아이디어와 빠른 대처 능력이 돋보였는데, 특히 유재석은 워터파크로 이동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때 이른 바캉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전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중간중간 여러 가지 게임을 제안하여 방송 분량을 만들어내는 등 노련함이 돋보였다.
기대했던 잭 블랙과의 방송은 무산되었지만, 급하게 떠난 이번 바캉스는 LA의 화려한 화면 대신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였다. 다음 주에도 ‘무도’ 멤버들과 게스트 샘 해밍턴, 샘 오취리의 때 이른 바캉스는 계속된다. 준비된 아이템이 없는 무계획의 상황에서 무려 2주 분량의 방송을 만들어내는 ‘무한도전’, 이쯤 되면 정말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내는 방송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수다포인트
– 즐거운 바캉스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돌림판 하나면 준비 끝이니까요.
– ‘계곡전문 MC’, ‘계곡 홍보대사’, ‘계곡 공신’ 유재석.
– 박명수 사전에 주사위의 숫자는 오직 6과 1 뿐!
– 입에 짝짝 붙는 “히트다 히트!” 올해의 유행어 되나요?
김하늬 객원기자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